강력한 법 집행 통한 재발 방지 촉구…“반의사불벌 삭제·가중처벌 신설 등 법 개정 나서야”

전라북도 익산에서 발생한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모인 보건의료인 400여명이 거리로 나와(주최측 추산 800명)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8일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앞에서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 범의료계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의료계를 비롯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타 직역 보건의료인들도 참석해 최근 익산에서 발생한 응급실 폭행 사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의료기관 내 폭행 근절을 위한 엄격한 법 적용과 제도 개선에 한목소리를 냈다.

참석자들은 집회 시작 30분 전인 오후 1시 30분부터 모여 ‘의료기관 폭행발생 환자생명 위협한다’, ‘의료기관 폭행사범 관용없이 처벌하라’, ‘의료기관 처벌법령 엄격하게 개정하라’, ‘반복되는 의료폭행 국민건강 무너진다’, ‘국민건강 보호위해 의료진 보호대책 마련하라’, ‘의료기관 폭행사범 건보자격 박탈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장 분위기를 북돋았다.

의협 최대집 회장

의협 최대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익산의 응급실에서 벌어진 심각한 폭력사태를 접한 의료계 대표로서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면서 “환자 생명을 두고 촌각을 다투는 의료기관에서 도대체 언제까지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보건의료인의 생명이 위협받는 사태가 지속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 회장은 “진료 중인 의료인에 대한 폭력행위가 형법상 폭행보다 중하게 처벌받도록 하는 법 규정들이 마련돼 있지만 그 폭력의 수위는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면서 “이는 국민들이 보건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법 위반 행위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경찰의 미흡한 대처와 검찰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면서 “환자 진료에 전념해야 하는 의료기관에서 끊임없이 자행되는 의료진에 대한 폭력이 더 이상 이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환자의 생명과 건강권을 경시하고, 의료진에게 무차별적 폭력과 폭언을 행사하는 이는 그 누구라도 법과 원칙에 따른 엄중한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지적이다.

최 회장은 “이제부터라도 우리 범의료계 단체는 공동의 힘을 모아 의료기관 내 폭력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면서 “보건의료인이 이유 없이 당하는 폭력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고,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보건의료인 폭력사건 수사 매뉴얼’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현행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상 보건의료인 폭행 사건에 대한 처벌 규정 중 벌금형과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해 처벌을 강화함과 동시에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법률로써 입법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 규탄대회를 계기로 우리 보건의료인의 정당한 요구와 염원이 모든 국민과 사회 곳곳에 의미 있는 울림으로 전해져 법률이 개정되고 사법기관의 관행이 전향적으로 개선되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면서 “이를 위해 우리 보건의료인 모두의 공동대응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이 의장은 “대한민국 건강지킴의 최전선인 응급실이 폭력으로 멈춰서면 절대로 안 된다”면서 “그곳에 의료인이 있어서가 아니다.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 있고, 또 다른 응급 환자가 살 수 있는 숭고한 권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국민 여러분도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폭력에 좌우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의료기관 내 폭행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는 “응급실에서 크고 작은 폭언과 폭행 사건은 너무나도 많아 하루라도 주취자 난동이 없는 날이 거의 없었다”면서 “이게 우리나라 응급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를 비롯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 가야한다”면서 “이제는 바꿔야 한다. 안전한 응급의료 환경만이 응급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치협과 간무협 등 타 보건의료직역들도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에 우려를 표하며,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근절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치협 김철수 회장은 “일부 환자들의 의료인에 대한 폭언과 폭력은 의료기관의 정상적인 환자 진료 기능을 제한시켜 환자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치과계에서도 지난 2011년 환자가 치과의사를 살해하는 등 충격적인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매년 범의료계가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해 왔으나, 아직도 의료인과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 할 수 없는 대한민국 진료환경이 개탄스러울 뿐”이라며 “더 이상 이런 불상사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3만 치과의사들은 의료기관 내 폭력이 근절되는 날까지 범의료계와 함께 하겠다”고 했다.

간무협 홍옥녀 회장은 “의료기관 내 폭력은 보건의료인뿐 아니라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사회악으로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면서 “이제 더 이상 참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들의 분노가 폭발하면 의료기관 내 폭력은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진행 중인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71만 간호조무사는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했다.

격려사와 연대사에 이어 그간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했던 폭행 사건들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이를 시청하던 참석자들은 중간 중간 구호를 외치며, 강력한 법집행 및 제도 개선을 통한 의료기관 내 폭행 근절을 촉구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사후 재발 방지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했다.

또 결의문을 통해 ▲경찰의 미흡한 초동 대처에 대한 즉각적인 사과 ▲재발방지 위한 사법당국의 엄격한 법 집행 ▲보건의료인 폭력 근절 위한 정부의 지원 방안 마련 ▲보건의료인 폭력에 대한 가중 처벌 규정 신설 등을 요구했다.

한편 전주지방법원은 지난 6일 ‘범행의 중대성이 크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익산 응급실 폭행 가해자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가해자는 9일 군산교도소로 이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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