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공청회서 새로운 지원조건 공개…레드바이오 투자 비중 40% 전망

산업통상자원부가 바이오 특허의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연구개발 사업에서 새로운 지원조건을 공개하는 한편 제약분야에 편중된 투자 비중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 26일 강남 삼정호텔에서 유망바이오 IP(지적재산권) 사업화 촉진사업의 후속사업인 ‘글로벌 선도형 바이오IP 경쟁력 강화 촉진사업(이하 글로벌 바이오IP 사업)' 공청회를 열고 신규사업 추진방향을 공개했다.

글로벌 바이오IP 사업은 우수 바이오IP를 발굴해 기술이전 및 사업화 촉진 등을 지원하는 산업부 R&D 사업이다.

그간 정부 과제를 통해 많은 특허가 나왔음에도 사업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실질적인 사업성과를 내고자 기획됐다.

이날 글로벌 바이오IP 사업 추진방향 발표를 맡은 테크노베이션(사업용역기관) 김효정 대표는 앞서 전문가 회의에서 레드바이오에 대한 투자 편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2020~2029년까지 10년간 지원되는 이번 글로벌 바이오IP 사업에선 총 8,278억원(정부출연금 61%, 민간자금 39%) 예산이 투입된다.

산업부가 올해 2월부터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도출한 신규사업 추진방향(안)에 따르면, 선행 사업에서 77%를 차지해온 레드바이오(의료·제약)에 대한 투자 비중이 40%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외 예산은 그린바이오(식품·농업), 화이트바이오(환경·에너지), 융합바이오에 배분된다.

전문가 패널토론 좌장은 글로벌 바이오IP 지원사업 기획총괄을 맡고 있는 KEIT 이상호 바이오의약 PD가 맡아 진행했다.

"IP 중요성 인식한 정부사업 환영…세부조건 유연해야"

추진방향(안) 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 참석한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은 IP를 중심으로 한 정부과제 추진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대부분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 연구개발 사업에선 기술거래의 대상이 되는 특허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다는 것이다.

다만 과제별 지원조건과 요구성과 등에 대해선 더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진국제특허법률사무소 김순웅 대표 변리사는 "바이오 기업 IP 고도화 추진의 경우 지원조건에서 오리지널 특허의 출원과 동시에 특허등록을 요구(지원조건: 국내외 출원 및 등록 특허)하고 있는데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서 "특허 등록은 (출원 후) 1~2년 정도에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변리사는 "TRL 단계도 한개 만을 제시(4단계 이상)하는 것보단 유연하게 운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기술도입 계약시점(사업공고 6개월전 계약체결)도 마찬가지"라며 "요구성과의 경우에는 특허가 리딩하는 것이 아닌 기술을 따라가는 형태가 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화 의지가 떨어지는 특허를 앞세워 정부과제를 수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질 적인 평가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과제선정에 있어 일관되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당부도 잇따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홍원 센터장은 "꼭 필요로 하는 사업이 아니라 (정부과제를) 받기 위해 지원조건을 준비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면서 "이전 계약이 체결된 기술이라도 가치를 명확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KB인베스트먼트 신정섭 본부장은 "정부과제 심사평가는 어떤 평가위원이 나오느냐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면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같이 시스템에서 기술평가단을 풀로 두고 그 안에서 (평가위원을 선정해) 체계적인 평가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원과제들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업계에서 과제 지원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에도 참고가 될 거라는 견해다.

유한양행 오세웅 연구소 부소장은 "사업에 선정된 과제들이 더 홍보되고 오픈되면 좋을 것 같다"면서 "기업들도 어떤 과제들이 선정됐고 진행되고 있는지 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특허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의료기기 업체인 인텍바이오 조한상 대표는 "최근 제품카피 문제로 승소한 소송에서 회사에 특허가 없었으면 제품을 뺏겼을 것"이라며 "경쟁사인 글로벌기업을 분석했을 당시에도 키트 하나에 특허를 40~50개를 출원한 것을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사들도 특허 포트폴리오를 완벽히 구축해서 방어를 해야 한다. 제대로 된 IP가 있어야 세계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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