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들 자괴감 호소…각종 요구에 거절 명분 있어야

국내 모 제약사 영업사원이 의사 대신 예비군 훈련에 참석했다 적발되자 자괴감을 호소하는 영업사원들이 늘고 있다.

이번 예비군 대리 참석 적발 사건으로 의사와 제약사 영업사원이 '갑-을'로 맺어진 관계임을 만천하에 내비친 꼴이 됐다는 것이다.

병원 청소부터 술접대, 의사 자녀 학원 픽업 등을 맡아 하는 제약사 영업사원의 모습이 드라마나 영화에 단골소재가 된 지는 오래지만 예비군 훈련에 대리참석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기정사실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최근 원주경찰서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 A씨는 의사인 B씨의 예비군 훈련을 대신 참석했다 신원 확인 과정에서 적발됐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원주시내에서 개원한 의사였고, A씨는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으로 4년 동안 친분을 쌓아왔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형 제약사 한 영업사원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제약사)영업사원들이 의사의 비위를 맞추거나 수발을 들어주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면서 "이런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면 영업사원이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으로 낙인찍히곤 한다"면서 "밖에 나가 항변을 해도 믿어줄까 말까 하는데 예비군 대리 참석같은 사건이 터지니 이제 누가 내 말을 믿어주겠나. 직업 자체에 자괴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제약사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것은 리베이트로 분류된다. 하지만 '라뽀'가 쌓인 영업사원과 의사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각 회사들이 경쟁하듯 더 나은 노동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에도 거절한 명분이 없다는 게 영업사원들의 하소연이다.

이에 제약사가 공동으로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견 제약사 한 영업사원은 "가령 모 회사가 이런 서비스를 해주는데 너희는 아무것도 없냐라고 물어오면 따라 갈 수밖에 없다"면서 "크게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절했을 때 처방이 감소하는 등의 여파가 있을까 싶은 마음에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은 협회나 제약사들이 공동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선언문을 통해 영업사원들이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을 줬으면 좋겠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나 영업사원 스스로가 이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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