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센터장,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 세미나서 "규제 일변 정책 바꿔야" 피력

국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확대하고, 기업들의 신약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선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 2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2018 암참 보건의료혁신세미나’ 내 ‘환자 중심의 혁신 신약 접근성 강화 방안’ 세션에서 서울대학교 이형기 신약개발융합연구센터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변화를 예로 들며 국내 규제기관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형기 센터장은 “보건의료산업에서 규제는 할 수 없는 것만 이야기해선 안된다. 할 수 있는 것들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규제를 보면 대부분 수동적이다. 조금 더 능동적이고 진취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 당국이 규제 일변도의 모습만 견지해선 안된다고도 했다.

이 센터장은 “여러 이해당사자들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함께 협력하고, 규칙에 의한 업무가 진행돼야 하며, 정부가 도울 수 있는 자세를 갖추야 한다. 바로 비저너리(visionary)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며 “미 FDA는 수년 새 비저너리 리더십 기관으로 변모했다. 법을 바꿔서 어떻게 신약 개발을 도와줄지를 고민하고, 신약개발에 초첨을 맞춘다. 규제 당국의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혁신 신약을 보다 빨리 내놓는 것이 결국 환자를 위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가 인하 일변도의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센터장은 “약가를 통제하면 당장 재정은 절감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일자리 감소, 신약 도입 지연, 환자 신약 접근성 저하 등의 부작용이 뒤 따른다”며 “규제와 신약개발 사이엔 균형이 필요하다. 규제 당국이 비저너리 리더십 기관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가격 통제 위주의 정책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라고 피력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김성호 전무는 신약 보험급여 등재 과정에 가격적 요인이 주가 돼선 안된다고 했다.

김성호 전무는 “신약은 우리나라 시장만을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 전세계로 나가야 수익도 크다. 그러나 자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밖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며 “정부 재정으로 왜 제약사를 도와주냐고 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 개발되는 신약개발이 끊이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되레 건강보험제도가 신약개발을 차단하는 일이 발생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15~20년의 특허기간이 곧 독점기간이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부분 후발 신약들이 이어지게 마련”이라며 “과거에는 신약이 보험급여 등재가 되지 않아도 허가는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의약품 허가-보험약가 평가 연계 제도 등으로 인해) 등재 가능성이 없으면 허가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런 경우 해당 신약의 제네릭 출시도 쉽지 않다. 환자의 신약 접근성 저하는 물론, 장기적으로 제네릭 출시까지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이런 상황은 환자는 물론 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약가를 참조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 신약 접근성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어느 나라나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게 신약을 쓰고 싶어한다”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외국약가를 참조하고 있는데, 최근 캐나다에서도 한국의 약가를 참조키로 했다. 또 대만도 곧 한국을 참조 국가로 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도 한국의 약가를 참조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들을 좋은 신호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제약사들이 한국에 신약을 도입할 때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칫 낮은 약가를 받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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