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의료기관 개설권 폐지‧특사경 통한 단속 강화 등 다양한 방안 제시

정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개설·운영·퇴출 등 생애전주기에 관련한 규제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일 오전 여의도에 위치한 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집계시작) 이후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기관은 총 1,273곳이다.

연도별 환수결정 금액은 총 1조8,112억원으로 2009년에는 5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615억원을 기록, 9년 만에 1,100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징수율은 매년 점점 낮아져 2009년 22.16%에서 지난해 4.72%로 감소했다.

종별 누적 적발기관은 의원이 577개(45%)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요양병원(252개, 20%), 한의원 (191개, 15%) 등이었다.

종별 개설기관 총수 대비비율은 요양병원(8.5%), 한방병원(6%), 병원(2.2%) 순이었다.

개설주체별로는 개인개설(697개, 55%)이 가장 많았고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24%), 사단법인(12%)이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개설주체별 기관총수 대비비율은 의료생협이 29.2%로 가장 높았다.

사무장병원은 또 일반 의료기관 보다 병실당 많은 병상수를 운영하고 있고, 대표자(개인개설 기준)의 연령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실당 병상수의 경우 일반 의원은 2.62개인데 반해 사무장 의원은 4.57개로 1.95개가 많았다.

대표자 연령도 60대 이상이 일반 의료기관은 6.3%에 불과했지만 사무장 의료기관은 30.9%로 24.6%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수진자 1인당 연평균 요양급여비용과 연평균 주사제 처방률 등도 높게 나타나 과잉진료 및 진료비 과다청구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는 그동안 ▲연대고지 ▲진료비 지급보류 ▲법인 의료기관 개설 요건 강화 ▲행정처분 및 형사처분 강화 ▲의료 생협 설립요건 강화 ▲복지부에 사법결찰권한 부여 등의 입법적 조치를 취했으며 ‘불법의료기관 대응협의체’ 및 ‘불법개설 의심기관 신고센터’ 운영 등의 노력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비영리법인 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고 ▲행정조사 고의적 회피 ▲신고 매커니즘 미작동 ▲수사결과 통보까지 장기간 소요 ▲낮은 부당이득금 환수율 등에 문제가 있다는 게 복지부의 지적이다.

이에 앞으로는 진입단계에서 사전차단, 운영단계에서 신고·적발 강화, 퇴출단계에서 재진입 금지 등을 통해 사무장병원의 생애전주기를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진입단계에서는 의료생협이 사무장병원 개설 통로로 활용된다는 지적에 따라 생협의 의료기관 개설권을 폐지하고 ▲의료법인 임원지위 매매 금지 ▲의료법인 지배구조 개선 ▲ 의료법인 설립기준 구체화 및 관리체계 강화 ▲지역의사회를 총한 사전감시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운영단계에서는 ▲특별사법경찰제도를 활용한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 ▲의료인 자진신고 감면제도 강화 ▲불법개설기관 감지 시스템 고도화를 통한 적발률 제고 ▲회계공시제도 적용 대상 확대 검토 ▲의료계 자정활동 유도 및 사회적 감시체계 구축 등에 나설 방침이다.

퇴출단계에서는 불법개설자 형사처벌 강화를 비롯 ▲사무장병원 조사 거부시 제재 강화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몰수·추징제도 도입 ▲사무장병원 폐쇄명령처분 등 승계 ▲체납금액 징수활동 강화 등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 대한 지적과 조언이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의료법인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지역의사회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의료법을 개정한다 해도 이사회 구성에서 특수관계자 비율을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감사나 이사 선정에 지역의사회에서 개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의료법인의 지배구조 개선과 더불어 이사들의 책임 강화를 피력했다.

사무장병원으로 악용된 의료법인의 이사에게도 환수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사무장병원에 참여하는 의료인에 대한 처벌 강화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사무장병원에는 반드시 의사가 관여된다”면서 “모르고 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만 의사가 알고 참여한 경우에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사무장병원에 참여하는 것은 의사 면허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특사경 제도와 관련해선 의료계가 강력 반발했다.

김해영 이사는 “공단으로까지 특사경 제도가 확대되면 실제 전국에 검사 10만명을 만드는 것과 같다”면서 “원래 공단과 각 의료기관은 원래 대등한 관계다. 하지만 공단이 권한을 가지면 단속하기 쉬워지고 갑을 관계가 된다. 의료계가 무슨 적이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특사경 문제에 대해 의료계의 걱정은 알고 있다”면서 “이 대책에는 공단까지 특사경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특사경은 법률로서 정해진 것으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권한 안에서 잘 활용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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