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처방권·개인정보 침해 논란 일축 “의협, 의향 있으면 동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한약사회와 함께 진행하는 ‘올바른 약물이용 지원사업’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의사의 처방권과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사업이 의약분업의 근간을 훼손한다고도 주장했다.

공단은 이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지만 공방전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이미 시범사업 실시

공단은 지난 8일 약사회와 MOU를 체결하고 노인인구, 만성질환자 증가에 다른 투약 순응도 향상과 약물 오남용 방지를 위해 서울 도봉·강북·중랑·중구와 인천시 부평·남구, 경기도 안산시, 고양시 일산에서 오는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만성신부전 질환자 중 약품 금기, 과다 중복투약 대상자를 선정해 약사와 공단 직원이 가정을 찾아가 투약 관리를 한다는 게 시범사업의 골자다. 공단에 따르면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만성신부전 질환 중 1개 이상을 앓고 있으며 정기적(투약일수 6개월 기준 90일 이상)으로 5개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는 230만명이다.

서비스는 총 4회 제공되며 1회차에는 가정을 방문해 약을 정리하고 적정 약물사용 관리계획 등을 수립한다. 2회와 3회차에는 약국방문 또는 전화상담으로 중복투약과 약물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고 4회차에 다시 한 번 가정을 방문해 복약순응도 등을 확인한다.

경기도와 경기도약사회가 실시한 ‘방문약사제 시범사업’과 유사하지만 공단의 시범사업은 많은 약을 복용하는 만성질환자만 대상이며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5세 이상 독거노인 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나 다약제 복용 만성질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들에게는 ▲1차 방문상담(약물관리 기초조사, 질병력, 약물복용 실태 파악, 교육기대도 평가 및 문제점 등 상담결과지 작성) ▲2~4차 전화상담(20일 간격으로 전화상담, 약물복용 실태 모니터링, 약물복용 및 관리 위한 생활실천지도) ▲5차 방문상담(약물복용 성과 및 효과평가, 약물복용 실태 파악, 약물사용 변화 확인 등) 서비스가 제공됐다. 상담은 약사 2인 또는 약사 1인과 보조인력 1인 등 2인 1조로 진행됐다.

경기도는 지난 3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방문약사 제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시범사업 결과, ‘약 복용하는 것을 잊은 적 있다’는 비율은 1차 방문상담 시 49.4%에서 5차 방문상담 시 31.8%로 낮아지고 ‘약을 복용해도 상태가 나쁜 것 같으면 임의로 약을 줄이거나 중지할 때가 있다’는 비율은 같은 기간 42.3%에서 23.4%로 줄어드는 등 복약순응도에 변화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공단, 개인정보 유출 우려 일축…“의협, 의향 있으면 동참”

하지만 의협은 방문약사제 시범사업이 의사의 처방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약분업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17일에는 한 차례 더 성명서를 내고 이번 시범사업이 개인정보보호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 위배되는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가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한 지난 3월 토론회에서도 방문약사제가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 출신인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김창오 교수는 “의사와 관계를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하다. (방문약사제도와 관련해) 약을 처방한 의사와 (방문해서) 복약지도를 하는 약사와의 관계설정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예를 들어 방문 복약지도로 처방된 혈압약을 먹는 비율을 50%에서 90%로 올리는 정도라면 (의사들의) 저항이 없겠지만, 처방된 약을 (복약지도를 통해) 줄이는 것은 의사들이 처방권 침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단은 법에 따라 원칙을 지키며 시범사업을 진행해 나가겠다며 오히려 의료계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실시한 시범사업과도 방식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에서 우려하는 점을 알고 있으며 이를 반영한 사업계획 수립으로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는 원칙을 지키겠다”며 “의협이 환자 안전을 위한 올바른 약물이용 지원사업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면 설명회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공연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타 직능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일방적 주장은 유감”이라며 “환자 안전을 위한 노력에 의협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사업 대상자의 개인정보를 약사회에 제공하지 않는다. 시범사업 실시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대상자 관리 및 방문일정 확인 등 업무를 추진하고 약사회 약사에게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등 침해 소지가 없다”며 “공단 직원이 약사와 가정방문 시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건강보험법이 정한 공단의 업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공단은 “올바른 약물이용 지원사업은 공단의 주 업무인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질병 조기발견·예방 및 건강관리를 위해 요양급여 실시 현황과 건강검진 결과 등을 활용해 실시하는 예방사업”이라며 “고혈압․당뇨 등 주요 만성질환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건강관리 지원 사업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또 “건강보험법 제14조 4항, 시행령 제9조의2 4항에 규정된 공단의 고유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며, 적정투약관리업무의 일환으로 건강보험법 제102조를 위반하는 게 아니다”라며 “건강보험법 시행령 제81조(민감정보 및 고유식별정보의 처리)에 따라 공단은 자료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약분업 근간을 훼손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번 시범사업은 약물의 올바른 사용 관리와 적정 투약 모니터링 등으로 약사가 의사의 진단·처방전을 변경하는 등 의약분업을 침해하는 업무는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관련 기사: “방문약사제, 의약분업 침해하는 업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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