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공단 해명 재반박…“환자 건강정보 유출해 약사회에 넘기면 현행법 위반”

2019년도 의원급 요양급여비(수가) 협상 결렬로 갈등을 빚어온 의료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7월로 예정된 방문약사제 시범사업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먼저 포문은 연 쪽은 대한의사협회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지난 14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 소식에 황당함을 금할 길 없다”면서 “방문약사제도는 의사의 처방권, 국민건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약사가 임의로 환자의 의약품 투약에 개입하고 의사 본연의 일인 처방에 간섭해 불법의료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면서 “이로 인해 국민건강권은 침해되고 직역간 갈등과 혼란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방문약사제 시행은 의약분업 실패를 공개적으로 자인하는 꼴”이라며 “정부는 즉각 시범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공단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의협 주장을 반박했다.

공단은 “의약분업은 전문의료인인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진단해 환자에게 적합한 의약품을 처방하고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투약하는 것”이라며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사업’의 내용은 약물의 올바른 사용 관리 및 적정투약 모니터링 등으로 약사가 의사의 진단·처방전을 변경하는, 의약분업을 침해하는 업무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사업은 노인 인구, 만성질환자의 증가에 따른 투약순응도 향상과 약물 오남용 방지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기존 사업인 적정투약관리업무 일환으로 투약순응도 향상을 위해 약물의 올바른 사용관리, 유사약물 중복검증,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등 잘못된 약 사용을 교정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은 공단의 해명을 재반박했다.

의협은 17일 성명을 통해 “공단이 ‘해당 사업은 공단 보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금기, 과다·중복투약 대상자를 선정해 개인진료정보 유출이나 침해 위험이 없다’고 했지만 환자가정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성명, 주소, 병력, 처방약품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분명 개인건강정보”라면서 “이런 눈 가리고 아웅식의 해명은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환자 동의 없이 진료 내역 등의 개인정보를 대한약사회에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시범사업 대상 환자들의 투약 정보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으로부터 수집된 게 아니라 청구과정에서 공단이 취득한 것”이라며 “공단이 과연 청구과정에서 수집되는 정보들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환자동의를 받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법상 명시된 공단의 업무 어디에도 약 정리, 건강관리 상태 평가 등의 업무는 없다”면서 “개인건강정보를 수집,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약사회에 제공하고 비의료인인 약사와 함께 가정을 방문해 복약지도를 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협은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는 동시에 국민 편의성을 위해 환자가 직접 병의원이나 약국 중 조제할 곳을 선택하게 하는 방안과 건강보험재정 절감 대책을 집중 논의할 기구로 ‘의약분업 재평가위원회’ 조속한 구성을 주장했다.

또 “개인건강정보 유출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는 산하기관들이 더 이상 국민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수집·활용하는 범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공단과 약사회는 지난 8일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시범사업은 빅데이터(진료내역)를 기반으로 지역을 선정한 후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만성신부전 질환자 중 약품의 금기, 과다 중복투약 대상자 800여명을 지정해 실시한다.

방식은 약사회 소속 약사와 공단 직원이 함께 대상자 가정을 방문하고, 지속적(4회)인 투약관리로 ▲약물의 올바른 사용관리 ▲유사약물 중복검증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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