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수가 기대 큰 만큼 실망도 커…협상 마지막 날 열리는 재정소위에 촉각

적정수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지만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2019년도 요양급여비(수가) 계약을 위해 3차 협상까지 마친 공급자단체의 반응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적정수가 보장을 약속한 상황에서 수가 협상이 진행된 터라 공급자단체의 기대치는 높았다. 높은 기대치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 제시한 수가인상률만 봐도 알 수 있다.

의협은 30일 서울 당산동 공단영등포남부지사(스마트워크센터)에서 공단과 가진 3차 협상에서 수가인상률 7.5%를 제시했다(관련 기사: 의협, 수가인상률 7.5% 제시…“수가 정상화에 필요”). 의협이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처음 제시한 수치가 6%였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예상외로 낮다는 말도 나왔다. 의협이 지난 10여년 동안 있었던 수가 협상에서 받은 가장 높은 인상률은 3.1%(2016년도, 2017년도 수가인상률)다.

같은 날 3차 협상을 가진 치협도 7%의 수가인상률을 요구했다. 2018년도 치과 수가인상률은 2.7%였다.

치협 김수진 보험이사는 협상 후 기자들과 만나 “가입자 대표들이 보수적으로 추가소요재정을 결정한 것 같다. 우리의 생각과 공단이 제시한 수치가 차이가 크다”며 “회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수치를 받는 게 중요하다. 31일 다시 만나서 얘기해봐야 하는데 기대한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29일 3차 협상을 가진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도 마찬가지다.

병협 수가협상단장인 박용주 상근부회장은 “상호 수치를 이야기했는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지난해보다 진전된 게 없다. 그래서 실망이 더 크다”고 분개했다. 한의협은 공단이 제시한 수치가 작년보다 낮다고 했다. 2018년도 한의원 수가인상률은 2.9%였다(관련 기사: “수가협상 의미 없다” 회의장 박차고 나오는 공급자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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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소위 이후 마지막 힘겨루기

공급자단체들은 예상보다 낮은 수치에 참담해 했지만 마지막까지 수가 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밴드) 확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통상 수가협상 마지막 날 열리는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추가소요재정을 증액해 왔기 때문이다.

치협 김수진 보험이사는 “추가소요재정을 크게 잡지 않은 것 같다. 이미 그릇이 커져 있어서 수가인상률을 예년과 비슷하게 결정해도 절대 액수가 증가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닌가 싶다”며 “총 크기는 끝나봐야 안다. 작년에도 그랬다. 협상이 끝날 때까지 모든 걸 고려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공급자단체들은 수가협상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6시로 예정돼 있는 재정운영소위에서 추가소요재정을 1조원 이상 확보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재정운영소위에서는 지난해 수준으로 추가소요재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진행된 2018년도 수가협상에서 추가소요재정은 8,234억원이었다(관련 기사: 공급자단체 기대감 부풀어 있지만 가져갈 ‘파이’ 크지 않다).

공급자단체들은 공단 수가협상단이 추가소요재정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 재정운영소위에 참석한 가입자 대표들은 공단이 수가 인상에 필요하다고 요구한 추가소요재정을 깎느라 고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협이 4차 수가협상을 재정운영소위가 끝난 뒤인 오후 8시로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가협상단장인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수가라는 게 의사들의 수입만 올리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전국에 있는 4만1,000여개 의원과 거기서 일하는 보건의료인, 더 나아가 20만 보건의료인의 생계와 5,000만 국민이 안전하고 질 높은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쓰이는 재원”이라며 “재정운영소위에서 이런 부분을 반영해 제발 정상적인 수가를 받고 정상적인 의료를 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 달라”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의협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 선언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방 부회장은 최대집 회장의 기자회견 후 본지와 통화에서 “수가협상과 건정심 탈퇴는 별개 사안으로 생각해 달라”며 “건정심이 의료계에 불리하게 구성돼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 왔고 의협 대의원회가 탈퇴를 권고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입자 대표들에게 두 사안을 별개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지난 재정운영소위에서는 “더 주고 싶어도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며 집회까지 여는 의협 때문에 안된다”는 말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수가협상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건정심을 탈퇴한다고 했는데 이 말을 듣고 재정운영소위에서 추가소요재정을 증액해 줄지 모르겠다”며 “증액을 해주면 의협의 협박에 굴복한 게 되지 않겠느냐. 수가협상은 하겠다면서 건정심 탈퇴를 선언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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