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거래처별 특성 고려해야" vs 도매업계 "제약사가 거부할 이유 없다"

의약품 대금 카드결제 수용여부를 두고 제약업계와 도매업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제약업계는 거래처(도매업체)별 특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카드결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도매업계는 카드결제는 당연한 결제 수단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우선 제약사들은 의약품 대금결제가 거래처별로 현금, 카드, 어음 등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어 일괄적인 카드 수용은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제약사들은 모든 거래처와 카드결제 시 막대한 수수료를 물게 돼 자금유동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제약사들은 도매업체의 담보능력, 신용등급, 결제수단, 월별 거래량, 주요 납품 요양기관 사정(대금결제일, 수액·주사·경구제 사용량) 등을 고려해 결제수단과 마진폭을 정하고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한 국내 제약사 여신 담당자는 "카드결제를 수용하면 기존 마진에 손을 대야한다"면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제약사들과 거래하는 도매업체들은 어느 정도 조건이 맞기 때문에 거래를 하고 있는 게 아니겠냐"고 했다.

하지만 도매업체들은 대부분의 약국들이 카드결제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대학병원까지 카드결제를 요구하기 시작한 만큼, 제약사 또한 카드결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요양기관 중 약국의 경우 대부분 카드로 약품비를 지급하고 있다. 2010년 5월 의약품 대금결제기간에 따른 비용할인과 카드결제를 유도하기 위한 1% 이하의 마일리지 지급을 허용하는 약사법 시행 때문이다.

약국에 주력하는 모 도매업체의 경우 약 80% 이상의 약국이 카드로 결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금결제기간에 따른 비용할인 1.8%, 카드결제 수수료 2~2.5% 등 순수하게 비용으로 나가는 금액이 4% 수준인 상황이라고도 했다.

도매업체 대표는 "병원과 약국이 카드결제를 하고 있는데 도매업체만 제약사에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약국과 직거래하는 제약사는 현금도 받고 카드도 받는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또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전면에 나서서 카드결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는 제약업계와 도매업계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모 국내 제약사 도매 담당자는 "협회까지 나서서 일괄적으로 카드를 받으라는 주장은 과하다"라면서 "이 부분은 개별 제약사와 거래처(도매업체)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도매업체 관계자는 "대형 도매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도매업체들은 제약사에 이야기할 수 있는 힘 조차 없다"면서 "회원사 상당수가 중소형 도매업체인 만큼 협회가 대신 나서 이 사안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카드결제 논란은 제약바이오협회 이정희 이사장이 취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3자가 개입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고 언급하면서 수면위로 올라왔다.

당시 이 이사장은 의약품유통협회의 카드결제 수용 요구에 대해 비판하면서 개별 제약사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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