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학회, 고혈압 기준 140/90mmHg으로 유지 결정…환자 증가 및 약제비 부담 가중 고려

미국이 14년만에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변경, 진단기준을 '130/80mmHg'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우리나라는 약물치료가 요구되는 고혈압 기준을 현재 140/90mmHg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18일 열린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회는 약물치료가 요구되는 1기 고혈압 기준으로 140/90mmHg을 권고했다. 특히 수축기혈압 140~159mmHg 또는 이완기혈압 90~99mmHg은 고혈압 1기, 수축기혈압 160mmHg 또는 이완기혈압 100mmHg 이상이면 고혈압 2기로 규정했다.

또 수축기혈압 120~129mmHg 그리고 확장기혈압 80mmHg 이하의 경우 지금까지는 고혈압전단계의 1기에 해당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주의혈압'이라고 명시토록 했다.

고혈압전단계를 1기(120~129mmHg 또는 80~84mmHg)와 2기(130~139mmHg 또는 85~89mmHg)로 나누던 2013년도 진료지침을 단순화한 것이다.

2013년도와 2018년도 가이드라인 비교표. 약물치료가 필요한 고혈압 1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변화가 없다.

지난해 11월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 (AHA·ACC)는 고혈압 진료지침을 개정하면서 14년만에 진단기준을 '130/80mmHg'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경우 환자의 연령이나 동반질환 등 기타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130/80mmHg의 경우 약물을 사용해 치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당뇨나 기타 만성신질환자, 고령의 환자 등은 합병증이나 치료의 극대화를 위해 130/80mmHg을 목표혈압으로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획일화 된 것은 미국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이같은 변화에 그동안 우리나라도 고혈압 진단기준이 조정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고혈압학회는 최근 미국의 가이드라인 변화를 국내에 적용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보다는 엄격하게 약물을 사용토록 해야 한다는 게 국내 고혈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130/80mmHg으로 내릴 경우 혈압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군이 대거 늘어날 수 있다. 미국 또한 130/80mmHg으로 기준을 내릴 경우 미국 성인 인구 절반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 가이드라인을 따를 경우 막대한 건보재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고혈압학회도 이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상당부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고혈압 유병률 추이표.

실제로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고혈압 유병률 통계를 살펴보면 남자 3명 중 2명이 고혈압 유병자이거나 고혈압 전단계다. 여자는 5명 중 2명이 고혈압 유병자이거나 고혈압 전단계로 집계됐다.

이미 성인 남녀 10명 중 절반이 고혈압 환자 또는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약물 치료가 필요한 혈압을 미국과 같은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환자군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나이나 동반질환 등 케이스에 따라 진료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제시한 140/90mmHg가 일반적으로는 높지만 꼭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전문가들 사이에 적지 않았다. 이에 고혈압학회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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