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강경화 교수 “신규 간호사에 최소 8개월 이상 현장 적응기간 줘야”

신규 간호사의 이직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최소 8개월에서 1년간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림대 간호학부 강경화 교수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신규 간호사의 이직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 프로그램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한림대 간호학부 강경화 교수는 23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ㆍ남인순ㆍ송옥주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고(故)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원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사회 간호노동의 현실, 그리고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해외의 신규 간호사 교육 프로그램 시행 사례를 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박선욱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자행되는 괴롭힘인 이른바 ‘태움’이 논란이 되자 간호계는 태움의 원인으로 간호인력 부족을 꼽은 바 있다.

이에 강 교수는 만성적 간호사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규 배출 인력을 늘릴 게 아니라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이유를 제거해야 한다며 신규 간호사 정착을 위한 교육연수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간호학과 신설 및 입학정원 증가, 유휴 간호사 재취업 활성화 등을 추진했으나 이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정부 정책에도) 간호사들은 계속 병원을 떠나고 있다. 간호인력 부족 문제 해결은 신규 간호사의 이직 방지와 정착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신규 간호사의 업무 수행능력 향상 및 적응을 위해 현장프로그램과 8~12개월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하면 경력 간호사들의 교육 등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뿐 아니라 환자 간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신규 간호사 프로그램으로 ’Nurse Residency Programs‘를 호주는 ’Transition Program’을 일본은 ‘신입 간호직원 연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호주는 면허를 받고 병원 근무를 시작하는 신규 간호사에 1년간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신규 간호사가 임상에 적응 하도록 한다. 병원별로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간호사 등의 인재확보 촉진에 관한 법’을 통해 신입 간호사 교육을 법적으로 의무화 하고 있으며, 국가 예산 지원을 통해 신규 간호사 연수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연장 적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강 교수는 “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신규 배출인력 확대, 유휴 간호사 재취업 활성화 등의 정책을 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후 (간호인력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신규 간호사의 병원 적응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해 이직률, 의료사고 발생률이 낮아지는 성과를 이미 확인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실제 간호사의 이직을 방지하고 실무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수를 증가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만성적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신규 간호사 이직 방지 및 교육훈련 개선에 관한 제도를 법제화, 의무화하고 시행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라”고 했다.

강 교수는 “의료기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신규 간호사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성공적 모델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료기관은) 교육 인력 및 시스템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김동근 정책위원도 강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며 교육 기간에는 환자 수를 제한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은 “신규 간호사 교육 기간 1년을 보장하고 첫 3개월의 교육 이후에 3~ 6개월까지는 담당 환자수를 일반 간호사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며 “이후 6~ 9개월까지는 담당 환자수를 3분의 2로 마지막 3개월에는 선임간호사의 관리하에 정규 업무에 투입하는 등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교육기간 동안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는 프리셉터(선입) 간호사의 담당 환자수도 줄여줘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또다른 박선욱을 만들지 않으려면 간호인력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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