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간호사, '간호노동 개선 방향' 토론회서 열악한 요양병원의 현실 폭로

신규 간호사로부터 요양병원의 열악한 의료환경에 대한 증언이 쏟아졌다.

현재 서울 소재 한 요양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1년차 박정수 간호사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사회 간호노동의 현실, 그리고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자신이 근무하는 요양병원의 실태를 폭로했다.

해당 요양병원에서는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는 것은 물론 중고로 구입한 X-ray 기기는 진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간호조무사가 콧줄이라고도 불리는 L-tube를 잘못 삽입해 환자가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현재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 1년차 박정수 간호사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사회 간호노동의 현실, 그리고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자신이 근무하는 요양병원의 실태를 폭로했다.

박 간호사는 “요양병원의 현실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열악’이다. 요양병원은 모든 면에서 열악하다”며 “매번 밤 근무마다 불이 나지 않았으면 하고 빈다. 불이 나면 112명의 환자가 모두 사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간호사는 “이런 열악한 인력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면 주변에서는 ‘너희 병원만 그런게 아니냐. 모든 요양병원이 그렇겠냐’고 묻는다”며 “그러나 놀랍게도 내가 다니는 병원의 인력은 의료법에 의하면 적법하다. 심지어 야간에는 규정(환자 80명 당 1명)보다 준수한 인력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력 부족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환자 사망 사례를 소개했다.

박 간호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날씨 등의 영향으로 불안정해진 환자 10여명이 소변줄과 콧줄을 스스로 뽑았지만 의사가 단 한 명이었기에 결국 간호조무사가 콧줄을 다시 삽입했다.

이후 X-ray 등을 통한 확인 과정 없이 식도로 잘 들어갔을 것이라 생각한 조무사는 콧줄을 통해 경관식을 주입했지만 시작한 지 1분이 지나지 않아 환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얼굴과 손발이 파랗게 질렸다. 급하게 주입을 중단하고 이미 들어간 유동식은 주사기로 빼냈지만 결국 이 환자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이틀 만에 사망했다는 게 박 간호사의 주장이다.

박 간호사는 “열악한 인력은 화재가 발생하는 극한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직접적으로 환자에게 피해를 입힌다”며 “(인력 부족으로) 일차적으로 힘든 사람은 의료진이지만 정작 의료진이 부족해 생기는 피해는 모두 환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감염관리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박 간호사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처음에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 X-ray 검사를 시행하지만 요양병원에는 중고 X-ray를 들여놓아 결과가 희뿌옇게 나온다”며 “이 때문에 (환자가) 결핵인지 아닌지 구분을 할 수 없다. 그래서 X-ray는 형식적인 검사로 존재하며 누가 결핵인지도 모른 채 같은 공간에 수용된다”고 주장했다.

박 간호사는 “이외에도 기관지 내에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주사기와 마찬가지로 일회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가래뽑는 고무관(석션팁)을 재사용한다”며 “바닥에 떨어져도 교체는 커녕 대충 수돗물로 헹구고 다시 사용하게끔 한다. 환자의 가래가 묻은 고무관을 1L짜리 생리식염수에 담궈놓고 수십번, 수백번씩 재사용한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인공호흡기 환자에 사용하는 석션 카테터 수가 ‘0원’).

박 간호사는 “이런 요양병원의 현실 속에서 무의식 환자의 흡인성 폐렴 예방을 위해 가래를 빼야할지 오염된 고무관으로 인해 폐렴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가래를 빼지 않아야 할지 매순간 고민한다”며 “학교에서 배운 감염관리 지침을 따르고 실천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