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 충남의대 퇴직…5월부터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새 둥지

“아쉬움 없이 일했다.” 한국여자의사회를 2년 동안 이끈 충남대병원 김봉옥 교수는 지난 21일 열린 여의사회 제62차 정기총회를 마지막으로 회장 임기를 끝내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정총이 끝난 후 만난 김 교수는 “후회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했고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줬다”며 “앞으로 여의사나 여의사회가 의료계 주요 세력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충남의대 김봉옥 교수는 지난 21일 열린 한국여의사회 제62차 정기총회를 끝낸 후 청년의사와 만나 여의사회장으로서 지난 2년을 지낸 소회를 밝혔다.

김 교수는 여의사회장이 된 후 충남의대에 안식년을 내고 서울로 올라와서 여의사회에 집중했다. 여의사회장은 비상근이지만 김 교수는 상근처럼 일했다.

특히 성폭력 문제에 집중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퍼지기 전부터 의료계 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을 돕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세미나를 열고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했다. 또 병원마다 다른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표준화하기 위해 한국여성변호사회와 TF를 만들었으며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여의사회 내 24시간 성폭력 피해 신고를 받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여의사 인권센터’(가칭) 설립도 김 교수가 기반을 마련했다.

김 교수는 “의료계 성폭력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미리 준비해 왔는데 사회적 관심과 맞물려서 일이 진행됐다. 그 사이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여성변호사회 등 다른 단체들과도 함께 일할 수 있었다. 다른 단체와도 함께 가야 한다. 여성단체로서의 특징도 같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여의사 인권센터가 만들어지는데, 여성변호사회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들이 법적 조언이 필요하면 바로 연결할 수 있다”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은 남자에게 그 사실을 말하기 힘들어한다. 센터는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는 만큼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미투 운동이 확산된 후 의료계에서는 미투가 왜 나오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사건을 폭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한풀이가 돼선 안된다”며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게 첫 단계다. 성폭력 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야 조직이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협 전문가평가단과 연결해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면 의료계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해자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며 “문화를 바꿔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논란이 됐던 임신한 전공의 수련시간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시간과 공부해야 하는 시간이 구분되지 않는 교육과정이 문제”라며 “여전공의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수련 기회를 박탈당하더라도 쉬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여전공의도 있다.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여전공의들의 의견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사회를 2년 동안 이끈 김 교수는 오는 30일 충남의대를 명예퇴직하고 5월부터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김 교수는 “좋은 선배로 여의사회를 지원하고 대구병원장으로 가서도 내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