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는 ‘문재인 케어’ 성토로 시작했다.

22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의협 제70차 정총에 참석한 의료계 인사들은 물론 야당 정치인들도 문재인 케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의협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문재인 케어는 의료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아니라 의료를 감시하고 옥죄는 정책,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정책”이라며 “정부가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면 먼저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오는 5월 1일 새로 출범하는 차기 집행부를 중심으로 전 의료계가 화합하고 소통해 보다 나은 여건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 달라”며 “그 길만이 현재 의료계가 겪고 있는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인은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해 의료계의 단합을 강조했다(관련 기사: 학회 단속 나선 최대집 당선인…“복지부와 개별접촉 말라”)

야당 정치인들 "가능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

야당 정치인들도 문재인 케어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제도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다. 그 성과는 의료계의 희생으로 가능했다”며 “하지만 문재인 케어라는 쓰나미가 왔다. 투쟁이라고 할 것도 없이 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다.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의협이 국민과 소통하면서 투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무조건 하지 않겠다는 것보다는 왜 어려운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알려야 한다”며 “동료 의사로서 충고하자면 소통해야 한다. 국민이 지지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국민을 이해시키고 제도의 부당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힘들게 모은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을 정부가 무슨 자격으로 쓸 수 있는가. 건강보험 적립금은 메르스 등 긴급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며 “문재인 케어는 의료계와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 대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런데 의료진도 많이 노력했다. 의료과실에 대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이 구속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공개 처형되는 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지 의문이 든다”며 “의료진에게 돌팔매질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이 이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문재인 케어는 표를 얻기 위해 국민건강을 바꿔 먹는 한심한 포퓰리즘”이라며 “나라의 기둥도 뽑아 먹는, 이런 걸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 의협이며 의사들이다. 병만 잘 고치지 말고 나라의 병, 정치의 병, 경제의 병 등 사회 구석구석의 병을 다 고쳐달라”고 했다.

복지부 "적정 수가 보장하고 심사 체계 개편하겠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박능후 장관의 축사를 대독하며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적정 수가 보장을 강조했다.

이 정책관은 “의료인의 우려를 알고 있다.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계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모든 비급여가 급여로 되는 것도 아니다.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는 급여화 하지만 치료와 거리가 먼 비급여는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 비급여로 남을 것”이라며 “적정 수가도 보장하겠다. 비급여 진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정상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가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또 “심사 체계도 투명하게 개선하겠다. 심사 세부 규정을 공개하고 심사 실명제를 도입하겠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의료인이 걱정 없이 환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 정부는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계와 소통하겠다”고 했다.

한편, 전국의사총연합은 이날 정총장에서 의협 대의원회 의장 선거에 출마한 홍경표 후보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활동 경력을 비판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방청회원 자격으로 참석한 이들은 ‘인의협이 대의원회 의장이라니? 13만 의사 회원이 분노한다’, ‘리베이트 쌍벌제 원흉, 인의협 OUT’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정총장 안팎에서 시위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