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예비급여 원칙 고수..."원가 제대로 제출해야 적정 보상 가능"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포함한 '문재인 케어'의 핵심 과제인 ‘적정수가 보상’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적정수가 산정을 위해서는 정확한 원가자료 제공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그간의 경과를 설명했다.

복지부 예비급여과 김정숙 서기관은 "보장성 강화 대책 중 본인부담 경감, 재난적 의료비 등은 대부분 완료하고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한 선택진료, 초음파 등 필수급여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예비급여 도입을 통한 급여화 추진' 방침은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예비급여 도입은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 카드를 꺼내들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예비급여의 본인부담률을 50~80%, 최대 90%까지 책정한 원칙은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은 “현재도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선별급여를 통해 본인부담률을 80%까지 적용하고 있는 항목이 여러개 있다”면서 “그런데 (의료계에서) 예비급여의 80% 본인부담률을 반대한다고 한다. 기존의 선별급여를 다 폐지하자는 것인지 입장이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정통령 과장은 “높은 본인부담률은 아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에 제한적으로 적용할 것이며, 그 비율 또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닌 국민 등이 참여하는 급여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며 “국민이 80%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 낮게 가자고 하면, 의료계 동의하에 위원회에서 같이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정수가 보장에 대한 한계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가 보장성 강화와 함께 적정수가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적정’이라는 게 어느 수준을 말하는 것인지는 복지부도 설명하지 못했다.

보험급여과 홍승령 서기관은 “정부도 수술이나 다양한 항목의 수가 수준이 낮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고 2차 상대가치 개편 회계조사에서도 급여는 86%, 비급여를 포함해야 106%라고 했다. 비급여를 포함해야 100%를 넘는 현실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 서기관은 “이 조사도 2012년 원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이후에도 수가 개편은 꾸준히 있어왔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원가보상에)반영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어떠한 계획을 세워야 할지 아직 정리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가 보상은 비급여의 급여화와 연계해야만 하고, 급여화를 통해 국민부담이 해소되는 만큼 상대가치를 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가 요구하고 있는 '종별 모두 30%의 가산을 적용해달라'는 등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원을 비롯한 상급종병까지 종별 가산을 모두 30%로 동일하게 적용하면 2018년을 기준으로 1조2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되고 이중 의원급에만 7,000억원이 필요하다. 진찰료도 종별로 동일하게 적용하면 올해만 3조4000억원이 필요하고 의원에만 3조원이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DRG의 수가를 10% 인상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5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필요성은 복지부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

다만 복지부는 적정 보상을 위해서는 정확한 원가 산출이 이뤄져야 하고, 정확한 원가가 산출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정확한 원가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정통령 과장은 “실제 원가가 어느 정도이고 보상을 어떻게 할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여러가지 감염이나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하고 있는데, 그 수준이 적정한지 검토과정이 필요한지도 파악해야 원가보전이 되는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회계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상반기에 연구 실시기관을 선정하면 적게는 700개, 많게는 1000개소의 의료기관에 대한 회계조사를 실시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과장은 “그전에는 잠정적인 추정으로 원가를 봤지만, 이번 회계조사결과를 보면서 단계적으로 (원가를)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신DRG에 참여하는 민간기관보다 작은 규모의 의료기관들도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보면 (자료 제출을)못할 것도 없다. 조금만 노력해 인프라를 갖추면 할 수 있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줘야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에 자료를 잘 안주다가 나중에 불충분한 자료로 이야기를 하면 의료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이 안됐다고 한다. 이 자료를 다른 데 활용하는 것이 아니니, 미리 짐작하지 말고 사전에 자료를 제출해 함께 논의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번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위한 원가 분석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의료기관 패널조사 등을 통한 원가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복지부는 예비급여 등에 대한 진료경향 심사를 통해 진료시 불합리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선 수가인상, 후 비급여의 급여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수가인상과 비급여의 급여화는 함께 진행돼야 하는 만큼 급여화 항목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수가인상도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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