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투여 근거 없어 의료진 '난색'…일각선 "역량 부족" 회사 질책도

한미약품이 폐암치료제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 개발을 포기하면서 해당 제품을 사용해 온 환자는 물론 임상의들도 멘붕에 빠졌다.

특히 올리타와 다른 약물간 교체 처방 시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의료진은 한미약품이 무리하게 개발 추진해 환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는 비난까지 쏟아냈다.

올리타 임상에 참여했던 한 대학병원 A교수는 "올리타는 혈압약이 아니라 항암제다"라며 "올리타로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들이 분명 존재한다. (효과면에서) 사장시킬 만한 약은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A교수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 파기로 한미가 직접 글로벌 임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시장성과 경제적 이유 등으로 연구를 포기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약품도 "향후 개발에 투입될 R&D 비용 대비 신약 가치의 현저한 하락이 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A교수는 "올리타는 임상설계 시작인 적정용량 설정부터 삐걱대면서 임상결과가 늦어진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올리타 경쟁약물인 타그리소의 임상을 체계적으로 진행해나갔다"면서 "약물을 개발하는 것과 해당 약물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여기서 한미약품의 (부족한) 역량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타가 타그리소와 유사하다고는 하지만 기전에 차이가 있는 만큼, 후발주자로서 역할을 찾았어야 한다고도 했다.

A교수는 "선발주자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효과가) 미흡한 상황에서 흉내만 내다가 차이가 더 벌어졌다. (한미약품의) 올리타 포기는 약물의 학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B교수는 "(올리타를 복용하는) 환자들에게는 너무나 민감한 소식"이라며 "스위칭(교체투여)에 대해서도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회사 잘못이다. 신약 개발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한미약품이 올리타 임상시험 과정에서 사망사례에 대한 지연보고와 은폐의혹 등 연구윤리적인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개발 및 판매를 중단한 것에 대한 비난이다.

임상 설계부터 이상반응 발생에 관한 대처, 개발전략 등이 모두 미흡해 결국 모든 피해를 환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타그리소 교체? 올리타 계속 복용?

한미약품은 올리타 개발포기 소식을 알리면서, 현재 올리타를 복용 중인 환자들에겐 안정적인 약물공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올리타 투여 환자들은 치료실패시 다음단계 약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제약사가 연구를 중단한 약물에 치료희망을 걸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2016년부터 조건부허가를 받고, 2017년 11월 15일(경쟁 약품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는 같은 해 12월 5일부터) 급여가 적용됐다. 올리타 처방 환자는 2017년 아이큐비아 데이터 기준 11억2,000여만원(타그리소 103억3,000만원)으로 100명 이하로 알려졌다.

현재 올리타 투여 환자는 임상시험 참여 환자와 더불어 급여에 해당되지 않아 타그리소보다 낮은 가격의 올리타를 선택한 비보험 환자 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두 약제가 경쟁적으로 약값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올리타나 타그리소 모두 비급여시 한달 투약비용이 월 500만원 이상인 고가약제다. 때문에 급여 적용 여부가 올리타, 타그리소 처방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현재 급여기준으로는 심한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가 아니라면 올리타 복용 환자는 교체투여 시 급여를 적용받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올리타 복용 환자들의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가 원하는 경우 대체약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련 논의에 나선 이유다.

서울아산병원 이대호 교수(종양내과)는 "이론적으로는 (올리타에서 타그리소로 교체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약물을 바꿔선 안 된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교체투여) 보험이 적용되면 환자들은 타그리소를 쓰고 싶어 할 것 같다. 약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교체투여 관련한 급여 가이드라인을 내는 것은 어려울 거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급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려면)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야 하는데 올리타를 쓰고 나서 타그리소를 투여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그렇다면 다른 폐암 약제 급여기준에 비춰봐야 하는데 다른 약제들은 교차를 허용해주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리타는 현재 쓰고 있는 용량이 적정용량인지도 애매하지만 타그리소는 이미 적정용량이 확인됐다"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올리타로 인한 치료효과가 없어진 (내성) 환자가 타그리소로 가는 건 반대이지만, 올리타로 효과가 있는 환자들이 (교체투여) 리스크를 감수하고 타그리소를 원한다면 바꿔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교체투여 위험에 관한 데이터가 미비한 만큼 부작용 문제가 아니라면 올리타 투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올리타와 타그리소를 완전히 같은 약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스위칭으로 효과가 유지될지 또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효과가 있다면 바꿀 이유가 없다. 환자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산신약 27호인 올리타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페암 표적치료제로, 이전에 EGFR-TKI로 치료 받은 적이 있는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에 적응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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