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긴급진단 토론회 개최...입법 꼼수·시장교란·근본적인 대안 부재 지적 쏟아져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사회서비스공단(사회서비스진흥원)을 설립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진흥원 설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초 공약에서 변질됐다는 우려부터 정책적 꼼수라는 지적, 아예 설립을 안하는 게 낫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와 김승희 국회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긴급 진단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행사 시작에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3월 진흥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안을 공식 발표했다”면서 “엄청난 규모의 사업임에도 기재부로부터 타당성 조사가 생략되도록 여당 의원을 방패막이 삼아 우회 입법을 추진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으로 행사를 주관한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은광석 회장도 “오늘날 장기요양서비스의 문제는 복지부의 정책적 불통으로 인한 결과임에도 진흥원을 설립하려 한다"면서 "이는 노인복지를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에 대한 일선 장기요양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한켠에서는 당초 공약대로 ‘공단’을 설립해 줄 것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진흥원에 건보공단의 평가-사후관리 기능 못줘

복지부는 우선 그동안의 논의 경과를 설명하면서 진흥원이라는 명칭 변경과 함께 그 역할도 제한적으로 민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 사회서비스지원과 이상희 과장은 “진흥원 설립에 대한 논의는 2009년부터 재단과 인력공단 등의 이름으로 다양하게 추진돼 왔다. 국정과제에서 공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내부에서도 지적이 있어 이름을 바꿨다”면서 “독립적이고 독점적인 업무를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과는 다르기 때문에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최초에 공단이라는 용어가 나올 때는 연금공단의 막대한 재정을 활용해 시설을 대규모로 확충하고 그걸 건보공단이나 진흥원이 운영하는 체제였다”면서 “그러나 장기요양의 문제는 현장에 시설이 부족해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지역별 필요한 시설확충은 하지만 대규모로 재정을 투입해서 하지 않기로 방향이 정해졌다"고 전했다.

정부는 진흥원 설립과 함께 2023년까지 공립 치매전담시설 344개소, 공립 일반형 요양시설 195개소를 신축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복지부 내 사회서비스지원단을 신설해 지원 할뿐 실질적인 운영은 광역 지자체가 하도록 방향을 재설정한 것이다.

이 과장은 진흥원에 건보공단을 대신해 장기요양서비스의 평가 및 사후관리기능을 이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과장은 “장기요양은 건보공단이 갑질을 많이 한다고 해서 공단의 평가기능, 사후관리 기능을 진흥원이 맡는 것이 어떠냐고도 하는데 시설을 운영하는 주체가 평가와 품질관리를 같이 하는 것은 맞지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흥원은 대규모 재단과 같은 역할을 해 제공기관이 되는 것”이라며 “통제관리 기능을 주는 것은 맞지 않고, 공공성이 더 높은 일본과 같은 사회복지법인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전용호 교수는 공감을 표하며 진작에 정부가 나서야 했던 문제라며 지자체의 역할과 전문성이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용호 교수는 “우리나라 장기요양제도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인력확보가 힘들고 시설장은 인력관리도 힘들다. 진흥원 설립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있지만 발런스 있게 봐야한다”면서 “국가가 잘 못해서 시장에 맡겼다가 발생한 문제를 진작에 나서서 했어야 하지 외국과 다르다고 역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전 교수는 “지방정부가 장기요양보험의 서비스 질 문제를 방임하고 건보공단만이 사실상 관리 역할을 했던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장기요양서비스의 낮은 질에 대한 근본적인 손질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수가 등 기존 문제 개선 않고 진흥원만 있으면 되나"

그러나 일선 현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부가 적정한 수가도 주지않아 당장 인건비도 부족한 민간 시장에 교란만 주고 진흥원으로의 인력 쏠림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만 우려된다는 것이다.

미소요양원 김철희 원장은 “장기요양시설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다. 당장 인건비를 줄 돈이 없다. 그런데 서울요양원은 경영수지를 분석해보니 흑자라고 한다. 숫자상의 오류일 것이다”라며 “기존의 전달체계를 바꾸고 도와주지는 않고 새로운 전달체계를 개설하는 것은 또다른 통제 매커니즘으로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건보공단이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피드백해야 한다”면서 “(공단과 정부가)장기요양이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보험제도가 만족스러운건지 (민간이 제공하는)서비스가 만족스러운지 다시 따져봐야한다. 시설을 신축하고 통합한다고 하기보다 차라리 기존의 시설을 잘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장기요양가족협회 이홍재 회장도 “진흥원의 공립시설이 지역어르신을 유인하면 민간시설은 텅 비게 돼 장기요양 인프라가 붕괴될 수 있다”면서 “결국 어르신들이 시설을 전전하는 시설난민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진흥원은 노인요양서비스의 지역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균형자 역할을 해 시장이 실패한 곳에만 공립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같은 민간 시장의 혼란과 인력 이동에 대한 우려는 현장 발언 시간에서도 계속됐는데, 요양보호사 및 요양시설 운영자들은 오늘날 장기요양서비스의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근본적인 원인부터 복지부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현행 정부의 방향대로 진흥원이 설립되면 진흥원 산하 시설 역시 무기계약직의 인력 채용으로 인한 질관리 한계가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이 나서 정부의 입법 꼼수 행태 지적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도 복지부의 태도를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국가가 아무리 선한 목적을 가지고 공공서비스를 잘하려는 정책을 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시장에 교란을 일으키거나 일선 종사자들에게 피해를 줘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이 도래해서는 안된다”면서 “정부는 장기요양제도가 어느 정도 세팅이 되면 사각지대를 찾아 지원을 해야한다. 민간이 활성화된 곳에 국가가 투입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흥원 설립에 대한 법이 만들어져야 그 법적 근거를 가지고 진흥원이 설립되는데 법안이 성원이 안돼 예비타당성 조사도 안됐다”며 “자유한국당에서 꼼수라고 말한 게 잘못이라고 말하지만 정부입법이 성사가 안되서 예비타당성 조사도 안하고 의원입법으로 하려고 하니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치매국가책임제도 치매안심센터와 상담센터의 이름만 다르지 신규사업이 아니라고 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안하고 시작했다. 국가가 수없이 많은 혈세를 투입해 사업을 할 때는 기재부나 국민으로부터의 의견수렴을 해야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정부는 국민과 계속 소통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진흥원 설립으로 인한 시장 교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국민적 합의를 거쳐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복지부 이상희 과장은 “국공립 시설의 비율은 굉장히 낮다. 10% 이내가 시장을 교란시켜 민간시장의 사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심도 깊게 보고 운영도 해봐야 할 것”이라며 “진흥원을 만들지 않고 직접 인건비를 제공하는 것은 3조원의 돈을 투입해도 개선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일선 현장에서 수급자를 뺏길까봐 분절적으로 시행되던 복지서비스를 진흥원이 일부라도 담당하게 하고 나머지를 지자체 등과 연계하도록 하면 전반적으로 서비스 수준이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닌, 전체 국민의 합의가 돼야만 가능한 것”이라며 “돈만 엄청 넣어서 진흥원을 만드는 것처럼 보는데 그런 것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건전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기전을 마련해보려는 것”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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