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계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 결성…대표 정은주 교수 “노하우 공유하겠다”

외과 입원전담전문의(Hospitalist)들이 단체를 결성했다.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 의료현장에 안착해 제도화되는 데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현재 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은 연세의료원(연세암병원) 4명, 삼성서울병원 4명, 인하대병원 4명, 서울대병원 2명, 국립중앙의료원 1명이다. 이들이 모여 ‘외과계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를 구성하고 지난 3월 31일 첫 번째 모임을 가졌다. 이날 집담회에는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15명 중 10명이 참석했다.

대표는 연세암병원에서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정은주 교수가 맡았다. 정 교수는 대학병원 외과 부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비정규직인 입원전담전문의를 택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연세암병원은 정 교수를 비롯해 외과 전문의 4명을 고용해 145, 146병동을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에 입원한 환자는 기존보다 입원료로 3,000원 정도 더 낸다.

정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외과 수술을 받고 입원한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진료해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해서는 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년간 입원전담전문의로 외과 병동에서 근무하면서 업무 범위를 조율하는 등 자리를 잡아간 경험을 다른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들과 공유하기 위해 연구회를 조직했다고 했다.

외과계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는 지난 3월 31일 1차 집담회를 가졌다.

- 외과계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를 만든 이유가 있나.

내과에 비해 외과는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하는 병원도 많지 않고 인원도 적다. 연세의료원도 본격적으로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시작한 건 지난해 5월부터였다. 지난 1년 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우리보다 늦게 시범사업을 시작한 병원에서 운영 방식 등을 물어보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노하우를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연구회를 조직했다.

- 연구회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현황 파악부터 하려고 한다. 우리 병원 시스템을 그대로 다른 병원에 적용할 수는 없다. 병원마다 상황도 다르고 입원전담전문의 수도, 환자 종류도 다르다. 병원마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해 한국적인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내과 입원전담전문의는 해외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들이 있지만,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미국도 이제 시작 단계여서 벤치마킹할 만한 게 별로 없다. 처음부터 우리가 다 만들어 나가야 한다. 병원별 현황을 파악해 개선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 내과보다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덜 알려져 있다. 차이가 있나.

부분적으로는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비슷한 건 병동 입원 환자를 진료한다는 점이고 큰 차이는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수술을 받은 환자를 진료한다는 데 있다. 수술 환자를 보려면 우선 수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수술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과정을 거친 수술인지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외과 전문의가 입원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

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없을 때 입원 환자 진료는 주로 전공의가 담당해 왔다. 하지만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 이후 수련환경이 달라졌다. 또 환자들도 전문의와 전공의의 차이를 알기에 전문의에게 진료받고 싶다는 요구가 있다. 이런 환경 변화와 맞아 떨어지면서 병동에도 입원 환자를 전담하는 전문의가 필요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환자 안전 강화와 의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 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는 병동과 그렇지 않은 병동의 차이는 무엇인가.

연세암병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은주 교수는 지난 4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외과계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를 구성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전문의가 환자들을 만나는 횟수가 많다. 연세암병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은 하루에 회진을 3~4번 한다. 아침에 회진하고, 이후 결정된 사항을 설명하기 위해 가볍게 환자들을 한 번 더 만난다. 점심 회진 후 입원하는 환자들이 있으면 한 번 더 돌고, 그 사이사이 수술이 끝나고 입원실로 온 환자들도 만나러 간다. 마지막으로 퇴근하기 전 회진하면서 밤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처한다. 전문의가 병동에 상주하기 때문에 오가면서 환자들과 수시로 만나기도 한다.

환자나 보호자와 면담을 진행할 때도 장기적인 치료까지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어 신뢰도 쌓인다. 또 수술은 몸에 칼을 대는 것이기 때문에 합병증을 고려해야 한다. 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는 병동에서는 합병증 진단 자체를 빨리하는 장점도 있다.

-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 만족도는 어떤가.

병동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과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전반에 대해 10점 만점에 8.2점이 나왔다. 간호사들은 특히 원활한 의사 소통과 치료계획 공유, 응답 속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기존에는 한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의 담당 의사가 여러 명이었지만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은 전담의 한 명에게만 연락하면 된다.

환자 만족도도 높다.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에 입원했었던 한 환자가 퇴원 후 다른 질환으로 다시 입원한 일이 있었다. 일반 병동에 입원한 이 환자가 입원전담전문의가 봐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접수했더라.

- 전담의 1명 당 적정 환자 수는 어느 정도인가.

시범사업에서는 전담의 1명당 입원 환자 25명까지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연세의료원도 그 정도 수준은 유지하려고 한다. 현재 연세암병원 14층 두 병동(145, 146병동)이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 전문의를 한 명 더 고용해 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3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이에 담당 환자도 50명에서 69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전담의들은 주간에만 근무하고 있다.

- 업무 범위를 정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연세암병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상처·통증 관리, 식이·영양 관리, 병동 처치 및 시술, 합병증 조기 진단 및 처치 등 수술 전후 전반적인 진료를 맡는다. 1년 전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를 시작할 때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애매했다. 그래서 최소 범위를 정해서 일을 해보고 같이 근무하는 교수, 전공의, 간호사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업무 범위를 조정해 나갔다. 1년 정도 지나니 애매함이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은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공고에도 지원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 현장에서 보기에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무엇보다 아직 입원전담전문의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업무 내용도 불확실하고 계약직이어서 신분도 불안정하다. 하지만 시작 초기부터 확실하게 정해 놓고 가기는 힘들다. 제도가 정착되면 불안정성 등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업무 범위도 더 명확하게 해 나갈 수 있다. 특히 입원전담전문의가 현장에 정착하려면 병원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병원마다 환경도 다르다. 연세의료원은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해 이해하는 의료진이 많았다. 이 제도가 정착돼야 병원 전체, 더 나아가 대한민국 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그래서 논의하기 수월한 면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병원들이 많다. 그저 전공의법 시행으로 부족한 의료 인력을 충원한다는 차원으로 생각하는 곳들이 많다. 그래서 연구회를 통해 입원전담전문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계획이다.

- 입원전담전문의에 관심 있는 외과 전문의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나도 이 길을 선택할 때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 길을 택했다.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길을 가는 것도 좋지만 도전 정신을 갖고 창업의 길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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