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돈 원장 "AMH 검사 등 난소 기능 체크 통해 현 상태 진단…건강관리도 도움"

"18번 시험관 아이를 시도한 난임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난소 기능이 많이 저하돼 임신이 쉽지 않았죠. 10번 정도 시험관 시술을 시도한 다음엔, 시험관이란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미안해지더군요. 그런데 제 마음을 읽은 듯 그녀는 되레 부담갖지 말라고 저를 다독이더군요. 자신이 마음 편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면서요. 그러던 그녀가 시험관시술 18번째 만에 아이를 임신하더니 출산에 성공했습니다. 다행히 아이와 산모 모두 건강했지요. 당시 그녀의 나이는 40대 중반이었습니다. 씩씩하고 밝은 모습만 보였던 그녀가 아이를 무사히 낳은 후 찾아왔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끝에 그녀가 눈물지으며 말하더군요. 다시는 그(시험관 시술을 했던) 시간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국내 대표 난임 전문가 중 한 명인 서울마리아병원 이원돈 원장이 난임 부부들이 겪는 어려움을 묻는 기자에게 한 환자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난임 환자는 2004년 12만7,000명에서 2016년 22만1,000명(여성 15만8,000명, 남성 6만3,000명)으로 10여 년 새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난임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으며,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한층 개선된 검사 및 시술법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냉동난자, 난소 기능(나이) 검사 등 원활한 출산을 돕기 위한 방법들이 나오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원돈 원장에게 임상 현장에서 느끼는 난임 문제와 최신 기술들에 대해 들었다.

- 출산율 저하와 함께, 결혼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에 대한 우려가 많다. 임상에서 체감하는지.
난임 전문의로 일한 지 거의 30년이 됐는데, 예전에는 20대 후반이 산모의 대다수였다면, 요즘에는 결혼이 늦어지면서 30대 후반의 고령 산모가 증가하고 있다. 연령이 증가하면 임신성공률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출산율도 줄어든다. 부모의 나이가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젊었을 때보다 아기의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 최근에 본 환자 중에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
요즘 환자들은 자기의 몸 상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보통 40세 이후의 환자들이 많은데, 난임 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당연히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쳐버린 경우가 너무 많다. 최근에는 50세 정도의 환자가 왔는데 자신이 아직 생리를 하고 있는데, 왜 아기를 가질 수 없는지 질문을 했다.

이런 환자들이 점차 많아지는데, 아무래도 임신과정이라던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자연적으로 50세 이상의 여성이 임신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 분들은 임신을 해야 할 시기를 이미 놓쳐버린 경우다. 전반적으로 신체적인 조건이나 건강상태가 과거에 비해 좋아지면서, 환자들이 스스로의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거나 착각하고, 임신 계획을 늦추는 경우가 많은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고령 산모들이 어느 정도 스스로 상태를 자각하지 못한다는 말이 이해 안된다.
시험관 아기 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40~45세 연령에서도 과거보다 임신 성공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성공 사례가 많아져서 그런지 본질적인 문제, 즉 나이가 들수록 임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조금 일찍 시술이나 치료를 고려했으면 얼마든지 임신을 할 수 있는데, 결정을 미루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보면 의료진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 일단 난임 환자가 센터에 오면 어떤 검사들을 받게 되나.
난임의 원인들을 검사한다. 먼저 호르몬 검사가 있는데 이 안에 난소 기능 검사가 포함돼 있다. 그리고 초음파 검사를 해서 자궁상태를 확인하고, 나팔관에 문제가 없는지도 검사한다. 또 중요한 검사가 남편의 정자 검사다. 이렇게 기본 검사를 마치면 난임 원인을 파악하고 개인에 맞는 접근 방법을 알 수 있다.

- 과거보다 기술이 발달해서 30~40대 임신율이 높아졌다고 했는데, 어떤 기술이 영향을 미쳤는지.
가장 중요한 기술은 시험관 아기 시술이다. 30년 간 계속 발전해왔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자연배란주기 시험관 아기’라고 해서 한 달에 한 번 배란되는 난자를 채취해 남편 정자와 수정시켜서 이식했다. 그런데 성공률이 10%도 안될 만큼 낮았다. 이에 난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과배란 주사’가 개발돼 더 많은 좋은 배아를 생성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 수정이 안되는 경우를 위해 ICSI(Intracytoplasmic Sperm Injection)라고 하는 ‘난자 내 정자 주입술’을 통해 난자 하나에 정자를 바늘로 찔러 넣어 수정을 시키는 기술도 나왔다. 또한 시험관 시술 관련 배양 기술도 계속 발전해 현재는 성공 확률이 40%까지 올랐다. 예전에는 나이가 많은 분들은 시험관을 하더라도 임신이 거의 안됐는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이가 어느 정도 커버가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임신에) 나이가 굉장히 중요하다.

- 최근 난자 냉동 기술이 화제다. 미혼 중에서도 미래를 생각해서 난자 냉동을 고심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요즘 소셜 프리징(Social Freezing)이라고 해서 난자 냉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이가 들면 시험관을 하더라도 난소 기능이 떨어지고 난자도 많이 나오지 않으니, 젊었을 때 건강한 난자를 냉동해놓고 결혼을 하고 난 뒤에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결혼을 했더라도 경제 활동을 좀 더 하고 아기를 낳겠다고 계획한다면, 젊을 때 난자를 채취해서 남편 정자와 수정시킨 뒤 냉동 배아로 보관했다가 나중에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개념의 냉동 정자, 냉동 난자, 냉동 배아가 이슈가 되고 있다.

- 부작용은 없나.
시험관을 하다 보면 과배란 유도를 하게 되는데, 과배란 주사에 대한 부작용으로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나와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법 상 냉동 배아는 5년 지나면 폐기해야 한다. 그런데 냉동 난자는 정해진 법이 없기 때문에 평생 냉동해 놓을 수 있다.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이 가능한 국내 100여개 난임 센터에는 냉동할 수 있는 설비가 마련돼 있다. 다만 양과 질적으로 좋은 시스템이 갖춰졌는지는 센터마다 다르다. 국가에서 별도로 센터를 지정해서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

- 난소 나이에 대한 부분도 최근 화두다.
난자를 배출해서 임신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 난소의 기능이다. 태어났을 때는 수백만 개의 난자를 갖고 있는데, 평생 사용하는 난자는 500개 정도다. 결국 수많은 난자가 잠재돼 있다가 한 달에 한 번씩 생리 때 배란을 하는데 이런 기능을 조절하고 관리 하는 것이 난소 기능이다. 젊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나이가 많아지면 배란 기능이 떨어지고 난자 수도 줄어든다.

최근에는 이 패턴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문제다. 나이가 30대인데도 이미 난소 기능이 폐경 수준인 사람들도 많다. 여기에는 환경적인 요인, 스트레스, 대기오염, 식이습관(다이어트)과 같은 복합적인 외부요인이 작용한다. 결국 임신하는데 문제가 있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임신을 고려하는 여성이라면 난소 기능을 체크해 놓는 게 좋다. 자신의 상태를 알고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난소 기능을 체크하는 방법은.
먼저 FSH(난포자극호르몬) 검사가 있다. FSH는 생리 3일째에 수치를 체크하는데, 수치가 10이상이면 난소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고 본다. 두 번째는 초음파로 난포의 수를 체크하는 AFC(난소 내 동난포 개수) 검사가 있다. 초음파로 난소를 관찰하면 난포가 보이는데 난포가 많으면 난소 기능이 좋은 것이다. 다만 이 방법은 검사자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있다. 보는 사람마다 난포 수를 다르게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AMH(항뮬러관 호르몬) 검사다. 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미성숙난포에 존재하는 과립세포에서 분비하는 AMH의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수치가 높으면 과립세포 내 난자 수가 많다는 것이다. AMH 검사는 나머지 두 검사에 비해 나중에 나온 검사지만 오히려 중요성은 더 크다. 난임 환자는 이 세가지 검사를 다 시행해서 난소 기능 상태를 판단한다.

- AMH 검사 관련,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결혼 후 1년 안에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비율이 80% 정도다. 나머지 20%는 난임 상태라고 정의를 한다. 보통 난임 센터에는 결혼 1년 지나서 온다. 이 여성이 기본 검사를 했는데 AMH 수치가 낮다면 폐경이 빨리 올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여성들이 서두르면 임신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결혼 후 5년, 10년 지나서 오게 되면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 똑같은 40세라고 할지라도 AMH 수치가 확연히 다르면, 난소 기능이 괜찮은 여성에게는 임신을 여유 있게 해도 된다고, 기능이 떨어진 여성에게는 빨리 시험관 아기를 서두르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이다. 젊은 미혼 여성들 중에 난소 기능이 자기 나이보다 10세 이상인 사람들도 꽤 있다. 만약 검사 결과가 좋지 않다면 난자 냉동을 한다거나 결혼이나 임신을 서두를 수도 있다.

이렇듯 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아이를 낳는 시기를 조정하려는 여성들에게 인생 설계를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AMH 검사는 의미가 있다. 또한 난소 기능검사는 가임력뿐만 아니라 과립막세포종양과 같은 질환유무 및 조기 폐경의 시기를 파악할 수 있어 여성들의 건강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 난소 기능(나이)는 유전적, 생활 및 식습관, 환경적 요인에 따라 실제 나이보다 많을 수 있다고 들었다. 어떤 이들에게 AMH 검사가 유용한가.
미혼 여성의 경우 결혼 전에 임신 능력 테스트를 할 수 있다. 그 테스트 중에 AMH 검사도 포함되는데, 일단 간편하다. 물론 한 가지 검사만 가지고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다. 난임 판단은 세가지 검사를 모두 본다. 다만 간단하게 검사를 해야 하거나, 미혼 여성의 경우 AMH 검사만 받아도 대략적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AMH 검사 결과는 평균 수치가 있는데 가령 30세 이상 건강한 여성들의 평균 AMH 수치 범위와 자신의 수치를 비교해 볼 수 있다.

- 앞서 최근 젊은 여성들도 난소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런 여성의 경우 좋지 않은 검사 결과를 받으면 상당히 충격을 받을 것 같다.
AMH 검사는 과배란 주사에 대한 반응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검사다. 하지만 AMH 수치가 낮다고 임신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AMH 수치는 양적인 문제다. 연구자들 중에는 AMH 수치가 자연 임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때문에 평균 범위보다 아주 낮은 수치 5% 미만인 여성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와 달리 심각하지 않다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임신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AMH 검사에 대한 해석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 AMH 검사가 까다로운가.
그렇지는 않다. 난소기능 검사 중 가장 간편하고 쉬운 검사다. 여기에 전자동화된 AMH검사의 경우 기존 매뉴얼 방식 대비 신뢰성 있는 검사 결과도 제공한다. 난소기능 검사 결과는 기존 AMH 검사를 받은 여성들의 연령별 평균값이 기준이 된다. 단, 전자동화로 진행하는 방식도 어느 기기로 검사하느냐에 따라 난소 나이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최근 홍보가 많이 돼서인지 AMH 검사를 받고자 하는 미혼, 기혼 여성들이 늘고 있는데, 잊지 말아야 할 점은 AMH 검사가 간편하고 임신 계획을 세우는데 유용하지만 ‘맹신’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난임 전문가들과의 상담을 통한 현 상태의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다양한 난임 관련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 전문가로서 이에 대해 평가한다면.
저출산 정책들이 이뤄지고 있으나, 핵심은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삶이 힘들다 보니 결혼도 늦어지고, 2세 계획을 늦추거나 심지어 아기를 낳지 않으려고까지 한다. 때문에 현재 난임 지원 제도는 유지하되 젊은 사람들의 2세 계획을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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