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수 연구조정실장(건국의대 예방의학과)

지난 12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표본으로 선정된 1,000여개 의원들을 대상으로 2018 의원경영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의원경영실태조사의 주된 내용은 우리나라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 현실 즉 수입구조(건강보험 급여와 비급여부분, 기타 수입)와 지출구조를 통해 소득률을 파악하고 의원의 진료시간과 연간 진료량(진료건수, 입원건수, 입원기간) 등을 조사하는 데 있다.

이렇게 조사된 내용은 어디에 활용되는 것일까.
첫째, 매년 5월 대한의사협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수가협상을 한다. 그러나 매년 수가협상에서 의협 협상팀은 ‘의원의 소득이 매년 좋아지고 있는가? 나빠지고 있는가? 아니면 정체되어 있는가?’에 대한 근거자료가 없어 결국 간접적인 자료(예를 들어, 건강보험급여 총액에서 의원이 차지하는 퍼센트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등)를 통해 의원의 수입(소득) 감소를 추정,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2017년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건강보험료에 기반하여 처음으로 의사의 월평균임금을 산출, 제시했다. 그 조사에서 의사들의 월평균임금이 매년 평균 5.3%씩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는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하여 국가 및 지방정부의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과 계획수립에 필요한 각종 근거자료 확보하기 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수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의사의 월 평균임금을 산출했으며, 2016년 병상이 있는 의원의 의사는 1,900백만원, 병상이 없는 의원의 의사는 1,300만원이었다. 2011년은 각각 1,400만원, 1,000만원이었다.

올해 수가협상에서 공단은 이 보고서에 근거하여 의원(의사)의 소득증가를 주장하면서 의협을 상대할 것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의협은 무엇으로 이를 반박하거나 대응할 수 있을까? 결국 의원(의사)에 대한 객관적인 소득현황(수입, 지출)과 수입구조에 대한 자료가 없다면 의협의 대응수준은 원론적인 문제제기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조사에서 파악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과별, 지역별 수입구조와 소득률은 공단과의 수가협상에서 의원(의사)의 임금, 소득에 대한 대응논리 개발의 근거가 될 것이다.

둘째, 개원에 소요되는 비용 및 현재 부채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개원 이후 의원의 자산변화 또는 시계열적인 수입구조 및 진료량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와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과의 관련성을 파악하여 향후 대정부 협상에 있어 의원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의원을 위한 정책제안 및 수립의 근거가 될 것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변하는 의협이나 관련 단체(대한개원의협의회 등)가 경영실태를 포함하여 의원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진행중인 2018 의원경영실태조사는 그러한 과정의 하나이다. 그러나 참여율이 너무 저조하다. 조사를 수행하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중간보고(3월 12일부터 15일 오전까지)에 따르면, 참여율은 10% 미만이다(1,248개 의원에 참여를 요청하였고 79개의원이 설문조사 참여하고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제공하였음). 의협의 회원신고자료를 토대로 조사대상자가 선정되었기에 2017년에 개업했거나 그 사이에 폐업, 휴업 또는 이전한 회원은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 또한 ‘다음에 다시 오시오’나 ‘지금 바쁘니 다시 연락을 주시오’는 조사기관이 다시 참여를 요청할 예정이기에 점잖은 거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상당수 의원에서 ‘다른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하세요’, ‘개인정보 유출우려로 제공할 수 없다’, ‘조사참여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등을 이유로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작년 10월부터 이 조사를 준비했고, 2월부터 3월 조사 전까지 각과 개원의사회와 함께 전체 의원(의사)에게 이메일, 홈페이지와 개별 문자를 통해 조사의 취지를 알리고 표본으로 선정 시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그러나 조사 초반의 낮은 참여율은 다수의 의원이 조사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고 있거나, 설령 알아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참여해 주길 바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조사에 대한 강건너 불구경식 태도와 미 참여는 결국 의정연이 하는 일을 못 미더워하거나 한발 나아가서 의정연의 연구나 사업이 의원을 포함 모든 직역의 회원과의 공유(의정연의 연구와 사업에 회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그 결과를 회원에게 제공)가 낮았음을 반증하고 있기에 의정연의 활동이 좀 더 회원과 함께 해야 함을 의정연에게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이번 조사과정을 통해 향후 의정연은 보다 적극적으로 회원과 함께 연구와 사업을 수행할 것임을 다짐해 본다.

현재 진행중인 2018 의원경영실태조사의 결과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의원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조사 초반의 참여율은 매우 저조하다. 참여자 개인의 입장에서 설문조사에 응하는 것이 번거롭고,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제출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사과정에서 참여자 개인 또는 의료기관 식별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있으며, 설문조사 및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의 자료는 오직 전체 의원과 과별 및 지역별 수입구조와 소득률 파악에만 사용될 것이다.

여러 가지 이슈로 의료계가 어수선한 상태이다. 큰 그림과 미래의 방향성 제시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을 깔끔하게 매듭짓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남은 조사기간 동안 의원의 적극적인 참여로 2018 의원경영실태조사가 잘 마무리되길 바라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정연은 의원의 입장을 충분한 반영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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