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확산되는 동료지원전문가제도…용인정신병원, 국내 최초로 도입

국내 한 정신의료기관에서 정신질환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사회복귀 동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동료지원전문가제도(Peer Support Specialist)’를 도입해 주목된다.

동료지원전문가제도는 정신질환을 앓았던 환자가 회복 후 다른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사회복귀에 도움을 주는 제도로, 이미 미국 등에서는 시행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는 용인정신병원이 최초로 도입했다.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센터는 올해 1월부터 동료지원가양성과정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4명의 수련생이 1기 전문가 과정을 밟고 있다.

용인정신병원은 이미 2015년부터 2명의 동료지원가를 고용해 낮병원인 해뜰날센터에서 환자들의 조력자로서의 지원업무를 맡겨왔다. 하지만 그들의 전문성 향상과 동료지원전문가제도의 확대를 위해 1년 과정의 정규 양성과정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용인정신병원 이명수 병원장은 “동료지원가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미 수년전부터 활동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의사들조차 미처 어루만져주지 못했던 환자들의 트라우마나 내적 경험을 경험했다. 중개자이자 매개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치료효과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그 근거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그러나 “국내에서는 단발적 사업이나 계약에 의해 고용되다보니 고용의 안정성이 부족해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며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동료지원전문가를 양성해 이들을 직접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동료지원가양성과정을 신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용인정신병원은 특히 제대로된 동료지원가 양성과정을 마련하기 위해 뉴욕과 WHO의 퀄리티라이츠(QualityRights)의 모듈을 벤치마킹했다.

교육과정은 강의 80시간과 실습 80시간으로 총 1년 과정이며 국내 유수 강사진이 강사로 포진돼 있다. 인턴십 과정은 용인정신병원과 경기지역 정신재활기관에서 이뤄진다.

용인정신병원에서 WHO 협력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성수 센터장은 “최근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정신질환관련 시설에서 동료지원가를 고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동료지원가들의 고용시장이 열려 그에 걸맞는 교육과정도 필요했다"며 "이에 뉴욕처럼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며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 커리큘럼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뉴욕은 현재 제도권 내에서 정신보건분야에 고용된 동료지원전문가만 1,000여명에 달한다”면서 “20년간 이들을 양성해왔으며 뉴욕 주정부에서 면허증을 발급한 지도 4년이 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호위드하프센터(Howie The Harp Advocacy Center)와 뉴욕 주립정신병원인 크리드무어센터(Creedmoor Psychiatric Center)에 직접 가서 커리큘럼을 참고 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면서 “또 WHO가 최근 발표한 퀄리티라이츠에도 동료지원제도에 대한 개념이 포함돼 있어 이 모듈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퀄리티라이츠는 정신건강 서비스에서 회복과 역량강화, 인권 증진을 위한 평가 및 실행매뉴얼과 교육컨텐츠를 담고 있으며, WHO 협력센터는 이를 보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편, 용인정신병원은 최근 ‘제16회 정신보건·재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 국내에 처음으로 이 개념을 전파하기도 했다.

이명수 병원장은 “동료지원가들은 환자들과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며, 인권은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료현장의 모든 서비스가 인권과 연결성을 갖고 있다는 관점인 퀄리티라이츠를 교육과정에 반영해 정신보건현장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장은 “미국처럼 동료지원전문가제도로서 수가가 인정되면 정착됐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라며 “하지만 동료지원제도가 환자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동료지원가 양성과정을 통해 많은 동료지원 전문가가 양성되길 바라며, 이들이 의료기관에 고용되고 신분을 보장받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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