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디자인학회 특강서 “선진국 패러다임 들어오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 중증외상체계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사람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중증외상센터장)를 떠올린다. 하지만 정작 이 교수가 느끼는 변화는 미미하다. 현장은 여전히 열악하고 외상외과는 여전히 ‘마이너’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The impact of various fields on medicine’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The impact of various fields on medicine’를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국내 중증외상체계의 변화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새벽에 출동한 헬기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 병원들은 로비 등에 신경을 많이 쓴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내쳐진다”며 중증외상환자가 이송되면 한 곳에서 초음파와 엑스레이 검사, 처치 등을 바로 할 수 있도록 한 영국의 중증외상센터 모습을 보여줬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도 환자 이송과 동시에 검사와 처치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공간을 2개 마련했다. 이 교수는 영국 중증외상센터를 모델로 이같은 공간을 마련하기까지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며 “벼랑 끝 전술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외상외과는 병원 전 단계부터 모든 걸 관여하고 직접 끌고 가야 한다고 배웠다. 그동안 외상환자를 진료하면서 교과서대로 하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든다고 해도 현장의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건 다른 것 같다. 선진국 패러다임이 들어오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센터 관련 예산이 2,000억원 가량 조정됐다고 해도 현장에는 무전기 하나 제대로 전달이 안된다”며 “영국은 닥터헬기가 지나가지 못하는 곳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비행이 금지된 공역이 있어서 돌아서 가야 한다. 청와대 하늘이 그렇다. 그동안 여러 명의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공역을 풀어 달라고 했지만 ‘그런 게 있었느냐’고만 하고 끝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야 하기에 부족한 인력에도 불구하고 병원 전 단계도 열심히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외상센터를 운영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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