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공공보건의료공단이 주도하는 공공의료 확충안 제시
전문가 ‘현실성 없다’ 반박…복지부도 국립대병원의 역할론 강조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후 공단 주도로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안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한국 공공의료의 바람직한 관리를 위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필요성과 효과’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 공공의료의 바람직한 관리를 위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필요성 및 효과’를 주제로 발제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실장은 "{국가가 직접 공공의료를 관리하는 것보다 공공보건의료공단을 설립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을 통해 ▲현재 전체 10% 정도인 공공의료비율을 최소 30% 수준으로 확충 ▲인구 5만명당 1차의료지원센터 확충 등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모델로는 ▲전체통합형 ▲지방의료원 및 1차공공의료체계 중심 통합형 ▲점진적 통합모델를 제시했다.

우선 '전체 통합형'은 국립대병원부터 1차의료기관까지 모두 공공보건의료공단이 관리해 수직·수평적 통합을 이루는 것은 물론 원하는 민간의료기관의 운영까지 공단이 위탁하는 방안이다.

이외 위탁 및 공공의료기관 전환을 원하는 민간의료기관을 전국적으로 평가해 공공의료기관으로 전환하고 관리하는 역할까지 공단이 하도록 했다.

'지방의료원 및 1차공공의료체계 중심 통합형'은 중앙공공보건의료공단과 지방공공의료공단을 만들고 이들이 현재 운영 중인 지방의료원과 새롭게 생기는 종합공공병원·공공요양병원 등을 관리하고, 국립대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 등은 공단이 직접 관리하진 않지만 MOU 등을 맺어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점진적 통합모델'은 현재 운영 중인 지방의료원과 새로 생기는 종합공공병원, 공공요양병원 중 원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공단이 관리하다가 차츰 다른 기관과 연계를 강화하는 모델이다.

정 실장은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을 위한 재원 마련은 ▲국민연금 사회적 투자분 활용 ▲건강증진기금 중 담뱃세 활용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 사용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확대금 등 일반 조세 활용 등을 제시했다.

정 실장은 공공보건의료공단을 설립을 통해 ▲국민에 적정의료 보장 ▲대도시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를 지역사회중심 건강 패러다임으로 전환 ▲불필요한 중복투자와 과잉의료 감소 ▲공공의료 고용 노동자에 사회적 지위 보장 및 양질의 일자리 제공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공공의료확대 위한 좋은 대안" vs "공공의료 역할 수행하도록 민간병원 지원해야"

하지만 이어진 토론에서는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에 대해 의견들이 엇갈렸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참석자들은 대체적으로 설립에 찬성했지만 학계를 대표해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복지조세팀 김남희 팀장은 “의료의 90%를 민간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가 잘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어떻게 공공의료를 확충할 것인지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분절적 공공의료시스템을 통합하고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능을 하는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은 공공의료확대를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전국단위의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은 법 제정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돼야 하나 우선 지자체에서 관할 공공병원과 보건소를 중심으로 지역전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가 출범한 공공보건의료재단 등이 실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민이 주인되는 울산국립병원 설립 추진위원회 김현주 회장, 대전 시립병원 설립추진 시민운동본부 원용철 대표 등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공병원 설립 운동에 대해 설명하며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면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는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임 교수는 “한국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발제자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대안으로 제시된 공공의료 30% 확충과 인구 5만명당 1차의료지원센터 확충,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이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지만 왜 30% 수준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거가 부족하다.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할 텐데 (30% 정도로) 민간부문을 견인할 수 있는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또 “민간병원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지역은 공공의료를 확충해야겠지만 민간부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지역에 공공병원을 확충하기 위해서 민간병원을 매입하거나 추가적으로 공공병원을 설치하는 것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현실가능한 방안이 되기 어렵고 병상 과잉을 더욱 증폭시키고 민간병원의 공직적 재편을 더 어렵게 만드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오히려 “민간병원이 일정한 규모을 갖추고 있고 해당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제공하고 있다면 거버넌스 측면과 기능적 측면에서 공익성을 높여 실제 공공보건의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이면서도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타당한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1차의료지원센터에 대해서는 “보건소와의 관계가 모호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인지 역할이 불분명하다. 지역사회 만성질환예방관리, 건강증진사업 등에서도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임 교수는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의 현실 가능성을 떠나 공공보건의료공단과 같은 단일체계로 공공병원을 재편하는 것이 지방분권화 측면에서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지역 격차를 적극적으로 해소할 방안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효율성 논리로 도시와 지방의 격차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공단 설립, 사회적 합의 필요…국립대병원이 좀더 리더십 발휘해야"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 손일룡 과장도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공공보건의료공단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때 공단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윤이 있는지 국민이나 의료현장에서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런 제안을 할 때) 정부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실패했는지 냉철하게 리스트업을 하고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심도있게 고민해야 좋은 제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손 과장은 “(현 상황에서는) 국립대병원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 국립대병원은 지역 내 최후의 보루인데, 국립대병원이 리더십을 발휘해 지역 공공의료체계 구축과 공공의료 수행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손 과장은 공공의료인력 확충에 대해서는 “공공의료가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얼마나 소중한지 의료인들이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의료인들이 세부전문의를 따고 얼마나 빨리 투자한 것을 리턴할지에 더 관심을 가지면서 많은 의료문제들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의료인 교육과정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하는 등 의료교육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투자를 통해 의사나 간호사가 공공의료에 대해 더 많이 알게 해 의료인력 양성체계에 대한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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