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대 남원캠퍼스 설립…서울의료원 등 지방의료원서 수련 후 9년 의무 복무
복지부 ‘공공의대 방안 중 하나로 검토’…교육부 ‘기존 자원 활용부터 검토’

서울시립대가 의대 신설 계획이 무산되자 새로운 카드로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와 캠퍼스 내 공공의대 설립을 제시하고 나섰다.

서울시립대가 재원을 투자해 남원캠퍼스를 설립한 후 캠퍼스 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여기서 배출된 인력을 지방의료원 등의 공공의료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서남대 폐교 후 대한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서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최병호 원장은 ‘지역 간 상생협력을 통한 공공의대 설립방안’을 통해 남원에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를 설립하고 남원캠퍼스 내 의대, 간호대, 농생명대학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남원캠퍼스에 설립하는 의대는 서울시와 광역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공공의대로 만들고 학생은 지역인재 균형으로 선발한 후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또한 남원캠퍼스 공공의대 졸업생은 전공의 과정을 서울의료원 등 전국 지방의료원과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진행하고 전문의 취득 후에는 공공의료분야에서 9년간 의무복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 원장은 “복지부가 추진하는 국립보건의료대학의 경우 국가적으로 필요한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신규 정원 확대를 해야 하지만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를 통해 공공의대를 설립하면) 기존 의대정원(서남의대 49명) 활용으로 의대 정원 중원 시 예상되는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또 “기존 교육시설(서울시립대, 서남의대)과 의료시설(서울의료원 등 각 지자체 공공의료원) 인력을 활용하게 되면 신설에 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를 설립해 서남의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역상생모델에도 적합하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최 원장은 “서울시가 교지, 교사 등 매입을 담당하고 각 지자체는 교육비 일부 부담 등으로 지자체 별로 필요한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지자체 간 상생협력의 선도적 모델이 될 것”이라며 “서남대 폐교로 예상되는 남원 지역경제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지역적 특성 자원 활용의 극대화를 위하 농생명대학 운영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지역 간, 계층 간 의료불균형 해소, 의료사각지대의 의료 질 향상, 의료사각지대 축소를 위한 공공의료 전달체계의 전국적 확대, 사회 전반의 의료수요 충족,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는 의료안전망 형성 등에서도 지역사회 중심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원장은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전북의대와 원광의대로 나눠주는 것이겠지만 서로가 힘들고 어렵더라도 보람된 길을 찾아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보건 의료대학 필요성엔 공감, 설립 방안은 제각각

하지만 이어진 토론에서 공공의대 설립에 동의하는 의견은 많았지만 설립 방안은 제각각이었다.

남원의료원 박주영 원장은 복지부 주관 하에 남원 지역에 ‘공공보건 의료대학’을 신설하고 남원의료원을 부속병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공공보건 의료대학을 졸업한 의사와 간호사는 공공의료기관 및 지역보건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복무(입학금, 수업료 국비 지원)하는 조건을 달았다.

다만 박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은 지방의료원, 지역보건의료기관은 취약지 보건소(보건지소) 등으로 안정하고 국공립대학은 의무복무기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서울시립대가 남원캠퍼스를 설립해 의대를 만드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실장은 “신설되는 공공의대가 2류 대학이 되지 않기 위해서 서울시립대는 좋은 대안이지만 수련병원이 서울에 있어서 의대생들이 2년은 남원에서 4년은 서울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적 문제,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특히 지역별 형평성,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재검토하면 사실 전북 지역보다 충북, 전남 지역의 의대 정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서울시립대 모델을 통해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추가 의대정원을 통해 공공보건의료인력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실장은 “공공보건의료 강화라는 본래 목표를 고려했을 때 향후 공공보건의료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 뿐만 아니라 이들이 실제로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인력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복지부를 대표해 참석한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은 언급하면서도 서울시립대를 통한 설립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정책관은 “OECD 지표를 봤을 때 우리나라는 한의사까지 포함해도 타국에 비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에서도 나타났듯이 지방은 의료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정책관은 “국립의대 출신이 그 지역 공공의료와 의료취약지를 담당하고 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안되는 부분이 있다. 때문에 복지부에서는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며 “이를 위해 공공의료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권 정책관은 “(공공의대를 신설한다면) 2류 대학이 되지 않게 하는 것도 절실한 문제다. 일본의 경우 자치의대 졸업생이 지역에 남는 비율이 68%에 달하는데 교육과정에서 교수들과 면담도 길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과정도 많다”며 “지역 의대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활동하고 지역 인재를 키우는 선순환이 가능하려면 사명감과 함께 교육과정도 중요하다. 우수한 분들이 공공의대에서 근무하며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권 정책관은 “복지부에서는 공공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인력 양성을 위한 별도 트랙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며 “지금은 이런 소신을 구체화하는 시기다. 구체화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아이디어를 큰 바구니 안에 넣고 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를 대표해 참석한 사립학교정책과 이재력 과장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기 전에 기존 국립대병원이 왜 공공의료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공공의대를 설립한다면 설립 주체가 복지부나 서울시립대 등이 되는 것에는 법상 큰 문제는 없다. 다만 국립의대를 설치해 운영하는 상황에서 국립의대만으로 공공의료 역할이 부족하다면 뭐가 어떻게 부족한지 철저히 분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2023년이 되면 대학입학정원이 10만명 감소해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교육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면 필요성, 지속가능성 등을 철저히 분석해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도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과장은 현재 전북의대와 원광의대에 나눠진 서남의대 정원 49명은 언제든 회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남원 외 다른 곳에 대학 설립 가능성을 검토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토론회에서 축사에 나선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남원 지역에 새로운 대학이 설립되는 것은 이미 결정된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복지부 등과 논의한 결과) 남원에 대학이 만들어지긴 할 것이다. 남은 것은 서남대와 무관하게 복지부가 공공의대를 설립하느냐, 서울시립대가 남원캠퍼스를 설립해 공공의대를 설립하느냐”라며 “일이 잘 매듭될 수 있도록 정부에 줄기차게 (대학 설립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론회를 주최한 이용호 의원은 “유 의원이 낙관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게 되길 원한다. (남원지역에 대학설립을 바라는) 모든 사람이 혼연일체가 돼서 가야 한다”며 “목소리 크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립대가 오면 시너지도 크고 좋겠지만 어떤 대학이 오든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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