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남자친구 “태움이 여자친구 벼랑으로 몰고 갔다” 주장…경찰 조사 착수

설 연휴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규 간호사가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가운데, 병원 내 '태움'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A병원 소속 간호사 B씨는 설날인 지난 15일 오전 송파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 B씨가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현장에서 B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을 B씨의 남자친구라고 밝힌 C씨는 다수의 간호사 커뮤니티에 B씨의 죽음이 이른바 ‘태움’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움이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병원 내 괴롭힘을 말한다.

출처 : 간호사 커뮤니티

C씨에 따르면 사건 발생 전날(14일) B씨는 자신이 이틀 전(13일) 병원에서 사고를 일으켰는데 그로 인해 소송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평상시에도 ‘출근하기가 무섭다’, ‘무서워 어떡해’라고 말하는 등 사수에게 업무를 배우기보다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게 C씨의 주장이다.

C씨는 “제 여자친구의 죽음이 그저 개인적인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간호부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태움이라는 것이 여자친구를 벼랑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C씨는 “여자친구만 힘든 일을 겪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른 간호사분들도 (태움으로 인해) 힘드신 것 잘 알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유족의 지인이라고 밝힌 D씨도 SNS를 통해 C씨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출처 : D씨 페이스북

D씨는 'B씨가 입사 3개월간 선배 간호사로부터 제대로 일을 배우지 못했으며, 선배 간호사들에게 일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주 타박받았다'는유가족이 보낸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D씨는 “재작년 B씨의 가족으로부터 (B씨가) 누구나 알만하고 가고 싶어 하는 병원에 합격했다는 자랑을 들었다. 대기 후 작년에 입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난데없이 사망 소식을 접했다”며 “유가족은 현재 (B씨의 죽음에 대해) 선배 간호사와 병원의 공식적인 사과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병원도 즉각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1차 조사 결과 병원 내 괴롭힘은 없었다고 전했다.

A병원 관계자는 “사건 발생 직후,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며 “B씨가 소속돼 있던 부서의 수간호사 등 30여명의 관계자와 면담을 한 결과 ‘태움’ 등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3일 B씨가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배액관을 망가뜨려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이에 이튿날 수간호사와 면담을 했었다”며 “그러나 당시 선배 등이 B씨에게 ‘소송에 걸릴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19일부터 보강 조사에 들어간다. B씨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하게 조사할 계획”이라며 “연휴로 인해 아직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13일 발생했던 B씨의 실수에 대해서도 자세이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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