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거 단독 입후보한 임현택 후보, 퇴임 후 연금도 요구…“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없어야”

‘회장 월급 세후 2,000만원, 퇴임 후 연금 월 200만원(세후).’

제17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임현택 후보(현 소청과의사회장)가 회원들에게 제시한 요구사항이다.

임 후보는 지난 2일 소청과의사회 홈페이지인 ‘페드넷’에 올린 ‘소청과의사회장에 다시 나서면서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회장과 임원들이 회원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며 이같은 요구사항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임 후보가 제시한 요구사항은 아래와 같다.

  1. 회장 월급 세후 2,000만원
  2. 소청과의사회가 지속되는 한 퇴임한 회장에게 연금으로 월 200만원(세후) 지급. 해마다 물가상승률 반영해 인상
  3. 소청과의사회 이사들과 부회장들에게 회장 재량으로 월 500만~1,000만원(세후) 지급
  4. 지난 2년간 소청과의사회에서 일한 회장(임현택 본인)에게는 세후 5,000만원, 이사들과 부회장에게는 세후 2,000만원씩 지급(일회성)
  5. 소청과의사회 집행부가 미국소아과학회 참석 시 의사회가 비용 지급
  6. 월급 외 교통비, 대진비 등 실비 지급
  7. 소청과 발전기금 8억여원을 임원진 보상과 의사회 활동에 사용
  8. 연수강좌 등 오프라인 현장에서 회원 위한 모금을 허용하고 이를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특수활동비로 사용

이번 선거를 통해 임 후보의 요구가 그대로 수용되면 소청과의사회장은 재임기간 연봉 3억여원(세금 포함)에 교통비 등 활동비를 별도로 지급받는다. 또한 퇴임한 후에도 매년 3,000만원(세금 포함) 정도를 연금으로 받게 된다.

소청과의사회 부회장과 이사들도 연봉 9,000만~1억6,000만원(세금 포함) 외에 교통비 등을 실비로 지급 받는다.

이는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상근부회장보다 높은 금액이다. 의협에 따르면 실수령액 기준으로 현재 의협 회장은 월 900만원, 상근부회장은 월 850만원을 받는다. 의협 회장의 연봉은 1억5,000만원, 상근부회장은 1억3,000만원 정도인 셈이다.

제17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임현택 후보(현 소청과의사회장).

임 후보는 “소청과의사회장을 두 번째로 하게 되더라도 지난 임기에 해왔던 일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소청과 의사들이 선진국 수준의 적은 수의 환자를 공들여서 봐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그 근본부터 뜯어 고치기 위해 지금까지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게 제가 할 일”이라며 “이 일을 저와 의사회 임원들이 하면서 병원 망할까봐 걱정하고, 집에서 당장 그만두라는 얘기 듣고 못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임 후보는 “이렇게 구체적인 액수와 여러 용도까지 일일이 명시하는 이유는 전직 감사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내준 돈까지 철저히 감사하겠다고 한 사태가 재발해 의사회가 한치도 못나가게 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연금 빼고는 지금 집행부가 지속되는 앞으로 2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했다.

"선거 공약이 연봉 3억? 황당하고 비상식적"

하지만 임 후보가 소청과의사회장에 출마하면서 3억원에 달하는 연봉 등을 제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고 있다.

회비로 운영되는 의사회의 규모에 비해 요구하는 연봉 등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과 함께 선거를 통해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소청과의사회장은 별도 월급은 지급되지 않고 판공비로 월 300만~400만원만 지급돼 왔다.

소청과의사회장을 지낸 한 회원은 “공약이라고 올린 글을 보고 너무 놀랐다. 황당하고 상식적이지도 않은 요구여서 그 누구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회원들이 내는 회비가 연간 1억원 정도 되는데 회장 월급으로 매년 2억4,000만원(세후)을 달라는 거다. 세전으로 치면 3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이런 중요한 사안이 선거를 통해 결정된다는 것”이라며 “경선도 아닌 단독 출마한 상황에서 이대로 당선되면 ‘선거를 통해 나를 신뢰해줬기 때문에 요구한 사항은 그대로 해줘야 한다’고 할 것 아닌가.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처음에는 연봉 2,000만원을 말하는 줄 알았다. 의사회를 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도 아닌데 너무 과한 요구 같다”며 “환자를 진료하거나 의협 회장을 하는 것보다 소청과의사회장을 하는 게 훨씬 낫겠다”고 했다.

“그동안 소청과의사회장으로서 많은 일을 해 왔기 때문에 아깝지 않다”고 임 후보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 후보도 요구가 과하다는 비판에 대해 “먹고 살 걱정 때문에 제약을 받는다면 의사 전체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할 수 없다. 소청과의사회 일을 하면서 작년 수입이 전체 의사의 하위 5%에 들 정도로 적었다”며 “내가 의협 회장이나 다른 기관장들보다 더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임 후보는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임원들과 모여 새벽 3시까지 치열하게 논의하고 고민하고 행동한다. 그렇다면 의사회 임원들이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의사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면서도 내가 먹고사는 걱정을 덜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가 돈 문제를 말하는 게 쉽지 않지만 중요한 문제다. 회원들이 힘들어 하는 일을 해결해주는 게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다”고도 했다.

한편, 소청과의사회장 선거 투표는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되며 개표는 오는 24일이다. 단일 후보인 만큼 투표자의 50% 이상이 찬성해야 당선된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