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학회 연속인터뷰③]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 김봉석 이사장 "올바른 양육환경 위해 힘 모아야"

저출산 시대를 맞아 임신·출산 등에 대한 각종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임신·출산 장려 못잖게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정책들이 산발적이고 일시적이란 지적이다. 이에 본지는 ‘소아’ 관련 학회 대표 인터뷰를 통해, 소아 건강 문제 및 정책 등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학계가 정신과를 정신건강의학과로, 정신분열증을 조현병으로 명칭을 바꾸는 등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

문제는 어른들의 편견이 아이들의 치료 기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적잖은 아이들이 조기진단으로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김봉석 이사장(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소아 청소년들의 신체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월 이사장에 취임한 김 이사장을 만나 아이들이 정신건강 관리의 문제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4년 과정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임의 세부전공을 마친 전문 정회원 300명을 비롯 총 500명의 회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세월호 사고 당시 피해자들의 정신건강 상담에 팔 걷고 나서기도 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 김봉석 이사장

-소아청소년정신과의 특징은.
소아청소년정신과는 올바른 발달의 궤적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아동과 청소년들의 시기를 더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데에 있다. 이 시기는 발달초기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정신 질환은 성인기에 오는 경우도 있지만 아동, 청소년기에 시작해 전 생애 걸쳐 진해되기도 한다.

우리 과에 가장 많은 질환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지만, 양극성 정도장애나 우울증, 조현병 등은 10대에도 많이 온다. 드문 경우 10대 이전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성인기에 가서야 치료를 시작하면 이미 여러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성인시기에 증세가 생겼다면 소아청소년정신과에 올 일이 없겠지만, 어린 나이부터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성인이 돼도 우리 과에 온다. 소아질환은 아동기에만 있는 질병뿐만 아니라 아동기에 시작하여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질병 등을 모두 말한다. 흔히 크면 좋아진다는 생각, 철들면 나아진다고 하는 것은 일반적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 질병상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과를 방문한다는 것이 곧 질병 상태라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소아청소년들의 정신 상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한가.
여전히 많다. (정신과의) 오랜 낙인 효과로 인한 영향인 것 같다. 그러나 쉬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기록에 남을까봐 우려하는 게 대표적인 편견 중 하나인데, 기록은 진료의 연속성을 위해서 하는 것일 뿐 공개되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기록을 봤다면 불법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뜻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약에 대한 편견도 있다. 특히 어린 아이에게 약을 쓴다는 것에 대해 우려가 많다. 때문에 약 복용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안전한 약을 사용한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비교적 안전성이 떨어지는 약을) 사용해야만 한다면 충분한 설명 이후에 쓴다.

-ADHD 치료제를 ‘공부 잘하는 약’, ‘집중력 높이는 약’이라고 보는 이들이 있다.
정신의학에서 아직까지 ‘공부 잘하는 약’이라는 말은 없다. 있다면 나도 먹어보고 싶다(웃음). 국정감사를 비롯해 언론에서도 그런 용어를 쓰면서 약이 얼마가 팔린다는 둥 얘기를 하니, ADHD 치료제가 필요한 분들마저 잘못 쓰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도 봤다.

ADHD로 인해 과잉행동과 부주의함이 문제가 되는 아동에서 그 증상을 낮추기 위해 가장 근거가 높은 치료는 ADHD 치료제다. 치료가 필요한 아동이 치료를 통해 증상이 나아지고 본인의 노력으로 공부를 한다면 성적이 좋아지는 경우는 많다. 약을 먹어서 성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진료실 한 켠에 위치한 장난감.(상계백병원)

-부모들이 자녀의 우울증을 판단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우울증은 원인이 다양해 예방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관계다. 부모는 아동이 처음 만나는 사람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대상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기대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관계는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때문에 부모는 자녀의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다면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 그 전문가가 정신의학전문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사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의사를 멀리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도 질병만을 다루는 곳은 아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내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은.
요즘은 아이를 한명이나 두명 정도를 키우기 때문에 (발달 상태가) 다른 아이와 달라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단체생활에서의 모습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 등을 통해 다른 아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내원을) 고려해볼 수 있다. 우리 과를 찾는 다는 것이 반드시 병이 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는 정도로 편하게 오면 된다.

-기억에 남는 환자는.
학교에서 공부를 매우 잘하는 학생이 있었다. 한국에선 공부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잘못된 생각이다. 전반적인 학교생활, 친구관계, 학업, 부모와의 관계 등 눈여겨봐야 할 것이 많다.

-마지막으로 정책에서 개선할 점을 꼽자면.
신생아 출생이 40만명이 되지 못한다는 뉴스를 봤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보다 안전하게 올바르게 양육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정확한 답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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