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 등록…“인증제만 없애도 간호사 사직 문제 해결될 것”

환자안전과 의료질 향상에 대한 의료기관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유도한다는 명목 하에 시행 중인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인증제)에 대해 불만이었던 간호사들이 결국 청와대 문을 두드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병원인증제도를 변화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등록된 것.

인증제에 대한 간호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듯, 청원 등록 9일 만에 참여자가 7,500명을 넘어섰다(24일 오전 11시 기준).

글을 올린 청원인은 자신을 10년차 병원 간호사라고 소개하며 인증제로 인해 간호사들이 혹사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때마다 돌아오는 병원인증평가(인증제)가 정말 누구를 위한 평가인지 궁금하다“며 ”평가 때마다 간호사들만 죽어난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이어 “현장에서 식사도 제때 하지 못하고 화장실도 가지 못하면서 일할 때가 다반사인 병원 현장을 아시냐”며 “일도 바빠 녹초가 되는데 (인증제) 평가 때가 되면 집에도 제대로 못가고 외워야하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꼭 인증을 받아야 좋은 병원일까, 인증을 잘 받았던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왜 그런 사태가 벌어졌을까”라며 "인증제를 변화시켜야 한다. 간호사들을 덜 괴롭히며 병원을 평가할 수 없냐“고 지적했다.

청원에 참여한 많은 간호사들도 댓글을 통해 불만을 쏟아냈다. 주로 ‘동의한다’라는 댓글이 주를 이루던 타 청원들과 달리 해당 청원의 참여인들은 댓글을 통해 자신이 겪은 인증제에 대한 문제들을 자세히 기술했다.

이들은 인증제가 간호사들의 퇴사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며, 오히려 환자를 방치하게 하는 요인 또한 된다고 했다. 그 외에도 인증제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간호사들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고도 했다.

자신을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라고 소개한 한 청원 참여인 A씨는 “인증 전후로 간호사 사직률이 배로 뛴다. 인증만 안 해도 간호사 사직률 문제 절반은 해결 될 거다”라며 “현재 인증제는 간호사만 준비해서 간호사만 평가받는 제도이며 이대목동병원 사태만 봐도 알다시피 눈 가리고 아웅격”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병원에서 일하면서 하루 종일 하는 일 중 환자를 직접 대면해 하는 일은 20% 남짓이고 나머지 50%는 환자와 관련된 간접적 행정업무, 그리고 나머지 30%는 병원의 사소한 민원 등의 갖가지 문제들”이라며 “환자를 보는 일에 업무가 집중돼 있다면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인증 (평가가 이뤄지는) 때 응급사직을 해서라도 병원에 없을 예정”이라며 “지금도 6개월 치 차트 뒤엎으면서 오프(휴일)에 나와서 밤까지 (업무를) 보다가 퇴근한다. 모의 인증한다고 근무 전후 불러대며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인증제 탓에 간호사들은 청소부가 됐다가 수험생도 돼야 했다고 호소했다.

C씨는 “임산부 간호사들도 스티커제거제, 락스 냄새 맡아가며 쭈구려 앉아 폴대나 침대 바퀴의 얼룩과 머리카락을 떼고 있다”고도 했으며, D씨는 "장비 사이사이 때를 빼느라 포셉 들고 낑낑거리고 카트 비좁은 사이사이 바늘 들고 긁어내야 한다. 벽에 묻는 피와 가래는 매직스펀지로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인증을 피하기 위해 간호사들은 임신휴직을 결심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F씨는 “오죽하면 인증을 피하기 위해 ‘인증둥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냐"며 “인증기간에는 가정은 버려야 한다. 그래서 ‘인증기간에 맞춰 아기를 가지자’, ‘육아휴직에 들어가자’는 등의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증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G씨는 “(인증제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돈 벌어주는 제도 같다. 컨설팅도 평가도 인증원에서 하면 돈만 내면 다 되는 시스템 아니냐”며 “관련 규정 등을 달달 외우게 하고 이를 통해 간호사를 평가하는 게 말이되냐. 실제로 위생과 감염관리 등의 병원시스템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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