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료의향서 9336건·연명의료계획서 107건…계획서 이행률 50%
복지부, 2월 4일부터 본사업…오는 31일 건정심 통해 연명의료 수가 신설

지난해 10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명의료결정제도(연명의료제도) 시범사업이 실시된 이후 54명의 암 등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연명의료를 유보 또는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사전에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고 의사를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경우는 9,336건이며, 의료진이 연명의료와 관련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는 107건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오는 4일부터 연명의료제도의 본사업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연명의료제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수가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연명의료제도 시범사업에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으로 선정된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을 중심으로 13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작성·등록(5개 기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이행(10개 기관) 등 2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경우 총 9,336건이 작성됐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았고, 모두 70대에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충청 순이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총 107건이 작성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60건, 여성이 47건이었고 연령대는 50~70대가 86건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또한 전체의 90%인 96건이 말기 암환자였다.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은 총 54건이 이뤄졌는데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한 이행이 27건,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을 통한 이행이 23건, 환자가족 전원 합의를 통한 이행(시범사업에서는 유보만 가능)이 4건이었다.

성별로는 여성 28건, 남성 26건이며, 연령대별로는 60대가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체 이행 환자 중 47명이 사망했다.

시범사업에서는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이 전체 이행의 50%를 차지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한 이행은 보고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법 시행 이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한 이행 비율을 계속해서 높여 나갈 계획이다.

복지부는 간담회 및 결과보고 등을 통해 시범사업 기관들로부터 제시된 다양한 건의사항 중 우선 개선이 가능한 사항은 2월 4일 제도 시행에 반영한다.

건의사항 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지정 시 지역 안배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교육자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 ▲수가 등 의료기관에 대한 재정 지원 추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대한 통보의무가 없는 서식(임종과정판단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대한 환자의사 확인서(환자가족 진술) 등)도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서 일원화 관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외 법적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조속히 법 개정절차를 밟되 입법 취지에 맞지 않거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사례분석과 현장 의견 청취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연명의료 대상시술을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투여의 4가지 시술보다 확대하고,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대상도 기존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의 모든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서는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현재 국회에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반면 무연고자나 가족이 있더라도 교류가 없는 경우 대리인에 의한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해 달라는 건의 사항에 대해서는 이미 국회 및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가 생명권에 관한 대리결정은 시기상조이며,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복지부는 의료계가 주장하고 있는 ‘대상자가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 중단 등을 한 자에 대한 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유예’와 관련해서는 국회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법이 시행되는 2월 4일전에 결정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월 4일부터 연명의료제도 본사업 시작

한편 복지부는 오는 2월 4일부터 연명의료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상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 의사를 남겨놓을 수 있다.

연명의료 시범사업 결과를 브리핑하는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이윤성 원장.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작성해 둘 수 있는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찾아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법적으로 유효한 서식이 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는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 및 전문의 1인에 의해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진단 또는 판단을 받은 환자에 대해 담당의사가 작성하는 서식이다.

말기환자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에 걸린 후 적극적 치료에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라고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진단한 사람을 의미한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라고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이 판단한 사람이다.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는 연명의료정보포털에서 조회 가능하며, 이미 작성됐더라도 본인은 언제든 그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더라도 실제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선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에 의해 회생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환자가 연명의료를 받지 않기를 원한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모두 없고 환자가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평소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향을 환자가족 2인 이상이 동일하게 진술하고, 그 내용을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함께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위의 모든 경우가 불가능하다면 환자가족 전원이 합의해 환자를 위한 결정을 할 수 있고 이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함께 확인해야 한다. 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친권자가 그 결정을 할 수 있다.

복지부는 22일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신청을 받고 있으며, 29일부터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등록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시행일인 2월 4일 이후엔 국민이 직접 이용 가능한 기관의 목록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의료인들이 충분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오는 3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연명의료결정 관련 수가를 신설하고 법 시행에 맞춰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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