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 토론회 개최…고가 희귀질환치료제 여전히 그림의 떡

희귀질환관리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고가 치료제 때문에 환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같은 지적에 보건복지부는 희귀질환치료제의 오프라벨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약사가 책임감을 갖고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 앞으로의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는 ‘희귀질환관리법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임상현장에서 희귀질환자를 치료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 교수는 “희귀질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자식에게도 물려줘야 한다는 죄책감을 많이 토로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임상시험 후 수억원에 달하는 약을 사용할 수 없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런 환자들을 보면 의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몇마디 말을 해주는 것 뿐이다. 의사가 된 후 후회한 적이 없는데, 요즘은 희귀질환을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환자들이 약이 있음에도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꼭 해달라고 사정한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희귀질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선택적 복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문재인 케어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하는 것보다는 (희귀질환자 등 진짜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선택적 복지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의술은 경제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환자들에게는 고가 치료제가 마지막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 ▲단순한 경제성 평가가 아닌 공공의료와 복지의 틀 안에서 고려 ▲질환별 의뢰시스템 구축해 진단 확인 ▲약제 투약의 적절성 평가 ▲전문학회의 사전 심사 ▲약가인하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채종희 교수는 희귀질환관리법이 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채 교수는 “희귀질환자가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해서 여러 병원을 떠돌아 다니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등을 희귀질환 진단 전문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며 “희귀질환자의 산전특례 등록은 진단만 붙으면 쉽다”고 말했다.

다만 채 교수는 “희귀질환자들 중에서도 중증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치료가 된 환자에게 산전특례 적용을 다른 환자를 위해 양보하자고 하면 통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적용 여부에 따라 지원 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채 교수는 “희귀질환자라고 해도 중증도가 좀 떨어지거나 만성화됐을 때는 다른 희귀질환자를 위해 산전특례 등록을 나눠줄 수 있는 규정 등 희귀질환법을 통한 지원책이 좀 더 정교해졌으면 한다”며 “이를 통해 같은 재원이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채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희귀질환치료와 진단 관련 전문성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심평원은 (희귀질환 치료와 진단 관련) 전문가가 아니다. 일단 삭감하고 본다. 심평원의 전문성이 좀 올라갈 필요가 있다”며 “진단의 경우 유전자 검사 한번으로 검사가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일단 다른 검사를 해보고 네가티브를 확인해야 다음 검사로 넘어갈 수 있다. 심지어 양성이 나와도 삭감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장단에 맞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고가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건보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건강보험은 사회보험 성격이 강하다. 이런 성격은 강제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과 비슷하다”며 “그런데 고가 외제차와 사고가 났을 때 보험회사에서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큰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건보의 고가 희귀질환치료제 보험 적용도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은 오프라벨로 사용되는 희귀질환치료제의 보험급여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소수자 대상 임상시험 등 제약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곽 과장은 “희귀질환치료와 관련해 가장 절실한 부분은 치료약 확대이며 두가지 방법이 있다”면서 “하나는 신약개발인데 경제적 논리로 한계가 있다. 때문에 기존 약제에 효능과 적응증을 추가하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희귀질환자 민원을 받아보면 오프라벨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프라벨과 관련한 소수자 임상의 경우 제약사에 공익적 임상을 사회적 책무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곽 과장은 희귀질환치료제의 보험 등재와 관련해서는 “고민이 많다. 작년에 희귀질환치료제로 20건이 심사돼 13건이 급여가 됐고 2건은 비급여, 조건부 급여는 5건이었다”고 밝혔다.

곽 과장은 “조건부 급여 5건은 다른 조건은 모두 만족했는데 가격이 맞지 않아서 조건부가 된 것”이라며 “제약사가 가격을 낮추면 바로 수용될 수 있다. 제약사가 적극적으로 가격조정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곽 과장은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경제성평가 면제 등에 대해서는 “확대 필요성은 검토하겠지만 원칙에 대한 예외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2016년 12월 30일 시행된 희귀질환관리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희귀질환관리에 관한 사업을 시행함으로써 희귀질환자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의무를 부여했다.

특히 국가와 지자체는 희귀질환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제약사에 대해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 목적 의약품에는 ▲품목허가신청 우선 허가 ▲품목허가 유효기간 10년 ▲품목허가 재심사 시 소아적응증 추가의 경우 1년 연장 ▲승인, 사전검토, 허가신청 등 수수료 면제의 혜택 등의 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2016년 기준으로 전체 희귀의약품 353개 품목 중 40%만이 보험 적용을 받고 있으며, 희귀질환 중 약 305개 질환만이 정부 지원 대상(1,094종 중 344종)으로 선정돼 희귀질환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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