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법정 공방 이끈 정신과봉직의협 김지민 회장 "강제입원 논란, 여전히 안타까워"

그동안 정신의료기관에서는 주말 및 심야시간에 긴급하게 입원해야 하는 경우 입원에 필요한 가족관계증명서 등은 통상 일주일 이내에 보호자들이 제출하도록 해왔다.

이른바 ‘관행’이었다. 심야시간에 긴급한 입원 상황이 발생했는데 형식적인 서류 한장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는 환자를 다시 가족들에게 돌려보낼 수 없었던 불합리한 현실 때문에 생긴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지난 2016년 9월 28일, 검찰은 의정부 북부지역에 있는 많은 정신의료기관들이 입원당일 서류를 다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관장은 물론 봉직의 등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서류도 없이 강제입원을 시켜 환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게 기소 이유다.

사건은 경기북부를 시발점으로 인천, 충청, 강원, 경상, 제주 등으로 일파만파 퍼져 유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다. 그야말로 전국의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당일 서류 구비 기준을 두고 한바탕 소동이 일었고, 입원여부를 판단했던 봉직의들까지 책임이 부여돼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이 내려졌다.

그러나 입원 시 서류 구비 기준은 보건복지부의 업무지침 상에서도 ‘일주일 이내 서류 완비’를 원칙으로 인정돼 왔던 사안이었다. 검찰의 과도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지난 15일 재판부는 ‘입원 당일 필요한 서류가 없으면 입원을 시켜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은 만큼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서류 미구비의 책임을 봉직의에게도 전가시키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에서는 봉직의가 서류 구비 업무를 병원장으로부터 위임받았다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의사는 진료를 하고 그 환자가 원무과로 인계되면, 원무과가 가족들로부터 서명이 된 입원동의서와 구비서류를 받아 입원수속을 밟는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벌금형을 받았던 봉직의들에게는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김지민 회장은 “이번 소송은 정신보건법상 병원장에게 명시된 서류징구의 책임과 권한을 봉직의가 부여받고 원장과 공모해 강제입원을 했는가와 그렇지 않다면 서류징구의 실무자로 양벌규정에 적용이 되는가가 핵심이었다”면서 “이번 판결은 상당히 상식적이고 순리적인 것이다. 봉직의는 진료업무의 권한을 부여받았을 뿐 서류구비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서류미구비로 인한 부분은 유죄판결이 많이 내려지고 있다. 이는 서류를 구비하고서 입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복지부 업무지침 등에서 과거 1주일 이내 구비라는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많은 불만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원칙에 대해 재인식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모든 정신의료기관의 보호 입원시 입원서류 구비조항이 까다로워진 만큼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현장에서는 응급환자인 경우 서류를 구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사법입원제도도 있지만 시일이 걸린다. 우선은 현행 행정입원이나 응급입원제도를 더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다행히 최근 가족관계증명서를 24시간 발급할 수 있게된 만큼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여년에 걸친 법적공방 끝에 봉직의들의 무죄판결을 이끌어냈음에도 그는 "정신의료기관의 입원치료에 ‘강제입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치 입원이 환자 인권을 무시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정신과 입원치료는 정신질환으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한 이들을 치료해 줌으로써 스스로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고쳐져야 이번 기소와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번 기소사건은 정신과가 환자 치료와 인권이 강하게 충돌하는 현장임을 잘 보여줬다. 일부 언론에서는 환자의 치료와 인권보호가 대립되는 것은 아니냐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다”면서 “하지만 환자가 병으로 인해 인권을 보호받지 못할 때 치료를 통해 스스로 보호받도록 사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의료진들의 역할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도가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법이 현장의 모든 상황을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업무지침과 전문가들의 재량(판단)에 맡겨지는 것이다”라면서 “그러한 부분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이해도가 올라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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