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바이오생약심사부장, 정용주·곽병옥 임상심사위원 "다양한 전문의들 모였으면"

“의사가 식약처에서 뭘 하냐구요? 할 일 정말 많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충북 오송 본부에서 만난 바이오생약심사부 김대철 부장, 유전자재조합의약품과 정용주, 생물제제과 곽병옥 심사관은 식약처 내 의사의 역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심사부 김대철 부장, 유전자재조합의약품과 정용주 심사관, 생물제제과 곽병옥 심사관

“식약처에서 근무하기 전엔 ‘왜 저런 결정을 했을까’라는 궁금함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피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식약처에서 일해 보니 어떤 고민을 하는지, 정책결정 과정이 어떤지 등을 알게 되더군요."

식약처 내 의사 인력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식약처 내 의사 인력의 수는 미미하다. 2018년 1월 현재 17명으로 전체 1,700여명의 1/100에 불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심사부 김대철 부장

이러한 현실에 대해 국민추천제 인사 1호로 지난 2015년 11월부터 바이오생약심사부장으로 재직해 온 김대철 부장은 바이오의약품 발전을 예로 들며 식약처 내 의사의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식약처는 국제의약품규제자포럼(IPRF) 및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총회에서 바이오시밀러 워킹그룹 의장국을 연임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필두로 한 바이오의약품 개발이 확대되면서 그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심사 등이 중요해졌고 자연스레 임상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의 필요성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식약처 내 의사 다수가 이 부서에서 근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오생약심사부는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생물학적제제,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약제제, 화장품심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제가 임상약리학 전공인데 임상시험을 하면서 식약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식약처 업무가 궁금했고, 호기심이 생겼죠. 마침 식약처가 의사 임상심사위원을 막 채용하기 시작한 단계여서 지원했는데 붙었죠.(웃음)”

식품의약품안전처 유전자재조합의약품과 정용주 심사관

임상약리학을 전공하고 지난 2008년 근무를 시작해 올해 식약처 10년차인 유전자재조합의약품과 정용주 심사관은 이러한 상황적 배경에 외에도 식약처 내 의사가 필요하고, 그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주로 개발이 완료된 제품을 사용하는 입장이었죠. 그런데 (서류심사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약품 및 백신이 개발부터 허가되는 전과정을 볼 수 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식약처에) 지원했죠. 만족하고 있습니다.”

곽병옥 심사관은 이제 10개월 차 새내기(?)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병원에서 임상의로 근무하다 심사관으로 재직하게 됐는데, 현재 맡고 있는 업무가 백신 관련 심사다보니 자신의 전공과도 잘 맞는다고 했다.

“의사로서 식약처 정책 등을 접할 때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들어와서 일해 보니 허가사항에 들어가는 단어 하나조차도 무척 많은 고심 끝에 선택하더군요.”

정용주 심사관은 식약처 안과 밖을 모두 경험한 뒤 가장 큰 변화로 ‘책임감의 무게’를 꼽았고,김 부장과 곽 심사관은 이에 동의했다.

이들은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정책이 바뀔 수 있고, 국민 전체의 건강과 안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실감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생물제제 곽병옥 심사관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식약처에서 함께 일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현재 내과(심장, 내분비, 종양), 가정의학과, 비뇨기과, 신경과, 소아청소년과, 임상병리과, 가정의학과, 임상약리 분야 의사들이 근무 중인데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함께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천 청사에서 같이 근무 중인데 서로 서류를 검토하다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좀 더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더라고요.”

곽병옥 심사관의 의견에 정용주 심사관도 동의했다.

“서류심사를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분야를 검토해야 하는데, 모든 분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각 분야별 전문의가 많아져서 함께 의논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김대철 부장은 최근 의사 인력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임상시험 인력이 더 늘어나야 해요. 현재 근무 중인 심사관들이 모든 서류를 다 소화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첨단 의약품이거나 국내 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을 위주로 심사관들이 활동하죠. 그 외에도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 이슈 발생 시 부작용 보고 검토 등 의사들이 할 일은 무척 많은데 말입니다.”

식약처에서도 의사 인력부족 현상은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도 임상심사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채용대상은 ▲전문의 자격증을 소지한 의사 또는 ▲의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임상약리를 전공한 자(임상약리 인정의 또는 임상약리분야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이다.

임상시험 관련 경력 2년 이상 또는 관련 연구실적이 있는 자 및 내과, 가정의학과 전공자, 오송근무 희망자 등을 우대하며, 오는 28일까지 서류 접수를 받는다.

식약처에서 일하는 의사, 이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식약에서 근무하는 의사 중 고참에 해당하는 정용주 심사관은 앞으로도 업무에 도움이 되는 심사관이 되고 싶다는 당연한(?) 바람을 전했다.

“심사관으로 지원할 때, 의사가 심사관으로 있으면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서류만 보는 것과 실제 임상현장의 경험이 있는 것은 다르거든요. 의사 저변도 넓어지고요. 앞으로도 도움이 되는 심사관이 되고 싶어요.”

곽병옥 심사관은 이제 식약처 업무에 적응한 터라 내부에서 의사가 있어 도움이 된다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했다.

“아직 들어온 지 얼마 안됐지만 식약처 내에서도 임상경험이 있는 의사가 봐주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저희 쪽에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뿌듯합니다.”

식약처 입사가 큰 모험이었다는 김대철 부장은 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기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했다.

“의사로서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했다면, 지금은 다수의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드는 게 다릅니다. 앞으로 식약처 안팎으로 더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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