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수가 보장‧전문인력 확보 등 의료시스템 개혁 시급”

지난해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사건의 원인은 우리나라의 부실한 의료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해당 의료기관의 관리실태 및 책임 문제와는 별개로, 진짜 원인은 의료시스템에 있다는 사실을 엄중히 직시해야 한다”면서 “병원들에 적절한 수가를 보상해 전문 인력을 확보하게 하고, 시설과 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어 “의료기관 내 환자를 진료하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감염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신생아중환자실(NICU)의 경우 훨씬 더 철저하게 감염요인을 차단해야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NICU 감염 관리를 부실하게 한 해당 병원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골탈태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해당 병원 NICU는 5명이 할 일을 2명이 감당하고 있었고 당직근무 체계조차 무너진 상태였다”면서 “의료진간 긴밀한 협업을 요하고 24시간 예측불허의 상황이 발생하는 NICU의 특성상, 열악한 근무여건이 지속됐다는 것은 이 사건이 예고된 참사였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또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감염관리실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형성됐고, 협회 또한 올바른 병문안 캠페인 활동을 비롯해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원인을 특정 병원과 특정 의료진의 잘못으로만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의협은 “이번 사건에 대한 해당 의료기관의 관리실태 및 책임 문제와는 별개로, 진짜 원인은 의료시스템에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중환자실과 중증외상센터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릴수록 병원의 적자가 더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는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감염관리에 만전을 기하기에 부족함 없도록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면서 “일선 의료현장의 감염관리 인력과 장비 및 재료, 시스템 등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현실에 맞게 질 관리 수준을 대폭 향상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병원들이 적극적인 감염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국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충분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협회도 의료인의 감염 관리에 대한 보수교육을 보다 강화하고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감염병 예방 조치계획 및 의료기관 관리 강화 계획을 수립해 의료인 윤리의식 고취 및 문제 발생에 따른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과수 부검 결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의 원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라고 발표했다. 지질영양주사제 취급 과정에서 감염관리 의무를 위반한 간호사 2명과 이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를 위반한 수간호사, 전공의, 주치의 등 총 5명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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