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이어 로봇, IoT병실까지 현실화하는 길병원...브랜드 가치 높인 주역 김영보 교수

소통 방식이 변하고 있다. 타이핑을 통한 정보 검색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음성인식으로 변하고, 새와도 대화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국내 의료현장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각종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2년 전 인공지능(AI) IBM 왓슨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며, 한국의료에 인공지능 시대를 연 곳이 바로 가천대 길병원이다. 이어 전국의 7개 대형병원이 잇따라 왓슨을 도입하며 다학제 진료에 가세했다. 그러나 길병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감성로봇인 휴머노이드 ‘페퍼(Pepper)’를 국내 최초로 들여와 환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이어 이번에는 IoT병실을 통해 인공지능병원으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저수가 등으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이 시점에서 무모하리 만큼 치고 나가고 있는 길병원, 이 행보에는 신경외과 김영보 교수의 남다른 추진력이 있었다. 김영보 교수는 오늘날을 ‘무서운 시대’라고 말한다. 세계 유명 기업들이 너도나도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에 집중하고 있는 이 때는 그야말로 융합의 시대로, 의료기관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김영보 교수

꿈의 진료 ‘다학제’에 이어 세계 의료발전에 기여

4차 산업혁명을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라고 한다.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는 끝이 났다는 말이다. 빅5병원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병원들로서는 4차 산업혁명이야 말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왓슨이라는 브랜드를 선점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보 교수는 “이제는 말만 하는 것이 아닌 경험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많은 것을 빨리 배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면서 “IBM 왓슨은 꿈의 진료라고 하는 다학제를 이루게 했다. 한명의 환자에 대해 6명의 의료진이 대화하고 마지막으로 7번째 의사인 왓슨의 정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결정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왓슨은 클라우드 환경에 기반을 둔 차세대 EMR로서의 역할도 한다. 왓슨으로 다학제 진료를 하면서 입력된 환자의 정보와 치료 결과 등은 국내의 우수한 의료성과를 해외에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위암 환자가 많아 그 치료율 또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위암환자가 드문 미국 등은 항암치료 후 수술을 하지만, 국내에서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한다"면서 "그 우수한 성과 데이터가 왓슨의 세계 공통된 포맷을 통해 공유되고 전세계에 알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가 해외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습득해 발전시켜 왔듯이, 이제는 전 세계에 우리의 기술을 알리고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기여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2016년 12월 IBM Watson for Oncology(왓슨)을 임상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EMR과 PACS 개발에서 의료챗봇 개발까지

물론 왓슨을 도입하는 순간까지 쉼없이 설득하고 설득해야 했던 그였기에, 빠른 시장진입에 대한 불편한 시각과 평가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교수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페퍼 도입과 인공지능 IoT항암치료센터를 만드는 데까지 발전해 가고 있다.

김 교수의 도전 정신은 이미 알 사람은 다 알 정도다. 1990년대 말 국내에서 EMR과 PACS를 개발했던 주역이 바로 김 교수이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뇌과학연구소의 개념을 현실화한 것도 김 교수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1996년에 EMR 개발을 시작해서 98년에 완성했다. 그때 연구벤처로 PACS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병원에 광케이블을 까는 작업부터 다 해야 했다"면서 "당시는 Full PACS시스템을 도입한 선도그룹이었지만 이제는 PACS 시스템도 한계를 보인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루닛의 토탈분석시스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의 속도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9월 국내 의료계 최초로 감성로봇 페퍼(Pepper)를 도입했다.

이에 최근 김 교수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 '소통'이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페퍼가 머지않아 미래 소통방식을 대표할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벨기에 등에서는 환자돌보미 역할 등을 하고 있는 페퍼. 아직 길병원에서는 병원안내 등에만 활용하고 있지만 병원은 단계적으로 진료과/센터 자동추천 프로그램, 전문의 자동추천프로그램, 진료검사 도우미 등의 의료챗봇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연구용으로 도입한 다른 한 대의 페퍼는 향후 독거노인/독거청년을 위한 안전도우미, 치매진단, 감정장애 진단, 재활도우미 등으로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필립스에서 페퍼를 연결해 수면무호흡환자인지 여부를 테스트하는 등 페퍼의 응용이 늘고 있다”면서 “사실 페퍼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 세상이 발전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구글에서 녹음된 새소리로 새를 부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지않나. 머잖아 인공지능으로 새와 대화하는 시대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와의 진정한 소통 공간 IoT병실 기대

이미 인공지능병원으로 브랜드 가치를 심은 길병원은 한단계 더 진보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 왓슨과 페퍼, IoT의 결합형인 ‘인공지능 IoT항암치료센터’를 준비하고 있는 것.

김 교수는 “수도권의 대형병원에 있는 VIP병실, 하지만 소수의 환자에게만 허락된 공간을 길병원은 항암치료 환자에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왓슨센터 내에 호텔식 넓은 공간을 두고 외래 항암환자가 약물치료를 받도록 하고, 페퍼가 환자와 대화를 하고 인공지능스테이션을 활용해 간호사를 호출을 하는 진정한 IoT병실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길병원은 인공지능병원 8층에 IoT병실을 마련하고 있다. 고령화, 저출산 시대에 환자 맞춤형 케어를 할 수 있는 낮병동을 운영함으로써 진정한 환자와의 소통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병원이라는 뿌듯함 만큼 무거운 어깨, 그러나 한국 의료발전의 대세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김 교수의 꿈이 언제쯤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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