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0일 항소심 선고…결과 따라 파장 불가피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장미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그렇게 시작된 2017년을 의료계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한편으로는 구태와 싸우면서 보냈다. 인공지능(AI)을 진료 시스템에 접목하는 병원들이 늘고 ‘3분 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다. 병원 현장에 만연돼 있는 폭행과 성희롱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청년의사가 선정한 의료계 10대 뉴스에는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담겼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4월 29일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 산부인과의사 긴급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비롯 전국에서 의사 1,000여명이 참석했다.

2014년 11월 24일 오후 10시경 인천에 있는 산부인과에 독일인 산모가 분만을 위해 입원했다. 이튿날 오전 문제가 생겼다. 오전 6시 15분부터 3시간여 동안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증상이 5차례 발생했다. 하지만 이후 태아 심박동수는 안정됐고 산모는 오후 2시 30분경 진통을 시작했다.

산부인과 원장인 A씨는 오후 4시 25분 산모에게 무통주사액을 투여했고 5분 후인 오후 4시 30분 태아의 심박동수를 검사했다. 산모는 오후 6시경 다시 통증을 호소했다. 산모의 상태를 살핀 원장은 이때 태아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착했던 태아 심박동수 감지기는 산모의 통증 호소로 제거한 상태였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법원은 지난 4월 7일 주의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어 금고 8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자와의 합의를 조건으로 A씨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이 사건은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저수가에 의료사고 위험도 높은 분만 현실에 쌓여왔던 불만을 이번 사건에 투영했다.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의사가 줄고 있으며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수는 2012년 743개소에서 2016년 607개소로 136개소가 줄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거리로 나온 이유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지난 4월 29일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한 집회에는 의사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모인 의사들은 이번 사건은 불가항력적 사고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산부인과의사회는 의사 5,025명으로부터 탄원서를 받아 지난 6월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A씨는 항소했으며 내년 1월 10일 선고가 예정돼 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