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랜스·타그리소 급여 지연에 환자들 불만 폭발…면역항암제는 오프라벨 논란

올해에도 제약산업의 성장은 이어졌다. 의약품 시장규모(생산-수출+수입)는 사상 첫 20조원을 돌파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등 토종 신약 출시도 이어졌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필두로 한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성공신화는 현재진행형이며, 코오롱생명과학과 대웅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의 미국시장 진출 도전은 계속됐다. 그러나 여전히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되지 않았고, ‘그림의 떡’ 고가 약제들의 등장은 환자들을 분기탱천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늘어나는 약제비를 잡고자 다양한 약가인하 정책을 내놓아 제약업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올 한해 제약산업을 뜨겁게 달군 주요 이슈들을 정리했다.

한국화이자의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면역항암제 한국MSD의 ‘키트루다’, 한국오노약품공업·한국BMS의 ‘옵디보’ 등의 공통점은 올해 건강보험 급여 등재 진행 과정에서 논란이 된 약들이란 점이다.

이들 항암제는 기존의 약제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단 점에서 허가 당시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그 가격이 연 수천만원에 달해 대다수 암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이에 환자 못잖게 급여 등재를 바라는 제약사들이 정부와 협상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제약사가 가격을 높게 제시해 협상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들려 온 것이다.

입랜스는 급여 적정성을 평가하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약제의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한국화이자가 제시한 가격이 너무 고가여서 급여적용이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나왔고, 타그리소는 경쟁 제품으로 함께 급여심사가 이뤄졌던 한미약품의 올리타 대비 가격이 너무 높아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수차례 협상이 결렬됐다.

이는 급여 결정시 약가의 5%만 부담하면 되기에 급여 확정을 목놓아 기다던 환자들을 뿔나게 만들었다.

입랜스, 타그리소 적용 대상인 유방암, 폐암 환자들은 단체 또는 개별적으로 심평원과 공단과 관련 제약사에 항의하는 한편, 급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키트루다, 옵디보 등 면역항암제는 급여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 오프라벨(허가 적응증 외) 처방을 제한한 것이 문제가 됐다.

기존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던 신장암, 육종암 등 말기 암환자들 중 일부가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을 통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정부가 면역항암제 급여 전환을 추진하며 오남용 우려와 부작용 관리를 이유로 오프라벨 처방을 제한한다고 밝히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입랜스, 타그리소는 급여가 결정됐고, 면역항암제는 정부가 기존 오프라벨 처방 환자들의 사용 방안을 마련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개발되는 신약들이 대부분 고가이기에, ‘약값’을 둘러싼 환자와 제약사 정부 간 마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급여 등재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