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U 부총장, 불평등한 협상·원가이하 수가 지적…"대만 전철 밟지 말아야”
복지부 "단기간 내 도입 계획 없어…가상의 적 만들어 미리 우려할 필요 있나"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의료비 통제 방안으로 총액계약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총액계약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만의사회는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만의사회 Yi-Lien LIU 사무부총장은 지난 15일 대한의사협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대만 총액계약제의 경험과 교훈 토론회’에서 “총액계약제 시행 이후 개인적으로 일은 늘었지만 소득은 변화가 없다”면서 “한국은 우리의 전처를 밟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LIU 부총장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 1995년 전국민 건강보험을 도입하고 총액계약제 실시를 법제화했다.

지난 1998년 치과를 시작으로 중의(2000년), 의원(2001년), 병원(2002년)으로 순차적으로 제도를 확대한 대만은 1년 동안 중앙건강보험서와 계약된 의료기관이 사용할 총 비용을 미리 예산 형태로 지불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만 국민들의 전국민 건강보험 만족도는 올해 85.8%로 나타났으며 지난 2013년 제2세대 전국민 건강보험 도입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의 만족도는 30.2%에 불과할 정도로 총액계약제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게 LIU 부총장의 설명이다.

LIU 부총장는 “올해 의사의 전국민 건강보험 만족도는 30%에 불과하다”면서 “이 통계도 정부 자료라 실제보다 높은 것 같다. 내 주변을 보면 1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평등한 총액 협상 구조 ▲원가 이하의 보상 ▲불투명한 감사 시스템 등을 총액계약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LIU 부총장는 “총액예산을 결정하는데 협상단이 모두 27명인데 의료제공자는 의원, 병원, 치과, 중의를 합쳐 9명 밖에 안 된다”면서 “의료소비자들은 보험료는 적게 내는 반면 의료서비스는 더 많이 받기를 원한다. 때문에 매년 총액 인상이 의사들에게 불리하게 결정된다”고 토로했다.

또 “의사들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원가 이하의 보상을 받고 있다”며 “1달러 만큼의 의료를 제공해도 정부는 0.8~0.9 달러만 지불한다. 이에 의사들의 소득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특히 “정부는 총액은 늘리지 않으면서 고가의 신약이나 다빈치 수술도 총액계약제에 포함시키려 한다”며 “결국 원가 보전은 현재보다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일부 의사들이 중앙건강보험서에 청구한 서류를 검토하는 등 감사를 진행하지만 이 의사들이 누군지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감사 진행이 매우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LIU 부총장는 “한국은 대만의 전처를 밟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만약 한국에서 총액계약제 도입을 검토한다면 의협에서 최대한 이를 지연시켜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또 제도 도입에 앞서 많은 연구와 토의를 통해 근거자료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병원계도 총액계약제 도입에 강력히 반대했다.

대한병원협회 김병관 상임이사는 “총액계약제는 국가 의료비 대부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국가에서 재정 악화를 타계하기 위한 제도로 건강보험 흑자가 20조원이 넘는 우리나라에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공공재원 투입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 총액계약제가 도입되면 환자들이 과소 진료를 받거나 신의료기술 개발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총액계약제 논의에 앞서 원가 이하의 보상을 강요하는 시스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의사들의 노고에 대한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현 시점에서의 총액계약제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김종명 팀장은 “총액계약제가 현 시점에서 당장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총액계약제에 대한 불필요한 논의보다 행위별수가제에 대한 개선책을 찾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단기간 내의 총액계약제 도입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은 “총액계약제를 시행하려면 그 대상이나 재정 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데 현재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준비도 전혀 안 돼 있다”면서 “의료계가 가상의 적을 만들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진료비 상한을 정하는 것으로 우리의 자유로운 의료이용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본다”면서 “(총액계약제에 대해) 학술적으로 논의할 필요는 있지만 단기간 내 도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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