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목 보호대에 대한 구체적 지도‧설명하지 않아”…1심 보다 배상액 늘어

병원 내 이동 중 발생한 사고로 환자가 전신마비에 빠진 사건에 대해 법원이 병원에 수억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서울고등법원은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판결보다 773만원 늘어난 6억1,655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2014년 3월 29일 A씨는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로 인해 추간판탈출증이 발생했다는 진단을 받고, 같은 해 4월 22일 오전 11시 B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미세현미경적 전방 추간판 절제술 및 경추체간 인공디스크 삽입술을 받았다.

수술 후 A씨는 병실로 옮겨졌고 이에 간호사 E씨가 A씨가 착용 중이던 목 보호대(필라델피아 보조기)의 고정 벨크로(velcro)를 느슨하게 풀어 줬다.

안정을 취하던 중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A씨는 간병인 C씨에게 이를 호소했고 C씨는 E씨로부터 ‘A씨가 화장실을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후 A씨가 일어서는 것을 부축했다.

하지만 C씨가 부축하던 중 A씨의 목이 꺾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사고 직후 좌측 다리와 팔의 감각이 무뎌지는 등 마비 증상을 호소했고 이에 의료진은 2차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수술 후에도 A씨 병세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척수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로 인해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는 게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에 A씨는 병원장 B씨와 간병인 C씨를 상대로 12억8,59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씨는 “병원 의료진이 수술 후 목 보호대 착용 방법 및 주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사고 직후 사지마비 증상을 호소했음에도 곧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체위 변경 시 C씨가 환자 상태를 제대로 확인한 후 이를 시행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며 B씨에게 6억882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법원은 “의료진이 목 보호대와 관련해 A씨에게 충분한 지도·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실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의료진의 과실과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진은 환자가 움직일 때 목 보호대가 적절히 고정돼 있는지에 대해 확인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화장실을 가도 된다’고 답한 과실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A씨의 척수가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기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처지 지연 및 C씨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A씨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사고 발생 30분 내에 A씨에 대한 MRI 검사를 하고 바로 수술에 들어간 상황을 비춰봤을 때 의료진이 환자를 방치했거나 그에 대한 적절한 처치를 지연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C씨와 관련해선 “그가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님 점, E씨에게 화장실을 가도 되는지 문의하고 가도 된다는 대답을 듣고 A씨를 부축한 점, C씨 또한 의료진으로부터 목 보호대의 적절한 설명을 듣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한 B씨는 기왕증 및 책임 비율 과다 등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법원은 B씨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1심보다 773만원 더 높게 인정하며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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