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에서 수십억 밀어넣고도 회전은 '칼'…거점 도매형식이 발목

올해 연말도 제약사들의 '밀어넣기 영업'에 의약품 도매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도매업계에 따르면, 연말 매출 실적을 맞추기 위해 제약사들이 제품을 도매업체에 넘기는 밀어넣기 영업, 일명 '오시우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이 횡포에 가까운 수준으로 밀어넣기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을(乙)의 위치에 있는 도매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굴지의 A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연말 밀어넣기를 요청하면서도 결제는 회전일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해를 넘기고 진행하는 반품의 경우에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소화해야 하는 물량은 수십억원에 달하는데 결제는 2개월 내 처리해야 해 도매업체 입장에선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B다국적 제약사의 경우에도 5% 정도 마진에 불과한 제품을 밀어넣기 하고 있어 해당 도매업체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의 밀어넣기 영업에도 도매업체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거래관계 때문에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처지인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통상 모든 도매업체와 거래를 하지 않는다. 일부 도매업체를 선정하고 이를 통해 의약품이 유통되는 거점 형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다국적 제약사 거점 도매업체에서 탈락하는 경우 매출에 직격타를 입는다. 또 다국적 제약사들이 업체에 따라 마진에 차등을 두고 있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장 무리라도 밀어넣기 영업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게 도매업체들의 하소연이다.

도매업체 한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도매업체에 비하면 슈퍼갑이다. 밀어넣기를 요구하면 거절할 수 있는 도매는 없을 것"이라면서 "혹시 거절하면 거점 도매업체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어 대부분 밀어넣기를 받아주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도매업체 관계자는 "밀어넣기 물량을 받아도 결제는 꼬박꼬박 1개월 내지는 2개월 안에 해야한다"면서 "그나마 여신이 사라지는 추세라 다행이다. 연말 밀어넣기도 적정선에서만 허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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