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양기화와 함께 가는 인문학여행-동유럽

본지는 '의사 양기화와 함께 가는 인문학 여행'이라는 코너를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양기화 상근평가위원의 해외여행기를 싣는다. 양기화 위원은 그동안 ‘눈초의 블로그‘라는 자신의 블로그에 아내와 함께 한 해외여행기를 실어왔다. 그곳의 느낌이 어떻더라는 신변잡기보다는 그곳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찾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터키, 발칸,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이어 다시 동유럽으로 돌아왔다. 이 여행기를 통해 인문학 여행을 떠나보자.<편집자주>

미라벨궁전과 정원(좌), 페가수스 분수(중), 천사의 계단(우) (Salzburg. Stage of the World.에서 인용함)

1606년에 완공된 미라벨 궁전(Schloss Mirabell)은 대주교 울프 디트리히 왕자(Wolf Dietrich)가 연인 살로메 알트(Salome Alt)를 위해 지은 것이다. 미라벨은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여성이름으로 ‘감탄할만한’이라는 의미의 ‘mirabile’과 ‘아름다운’이라는 의미의 ‘bella’가 합친 단어이다. 특히 대주교가 연회를 열던 대리석홀(Marble Hall)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장으로 손꼽힌다. 대리석홀에 이르는 천사의 계단(Angle Staircase)은 수많은 천사로 장식되어 있어 아름답다.

미라벨 정원(좌), 난장이 정원(중), 장미정원(우) (Salzburg. Stage of the World.에서 인용함)

페가수스 분수(Pegasus Foundtain)의 말조각, 페가수스상은 인스부르크에서 온 카스파 그라스(kaspar Gras)의 작품으로 1913년에 세웠다. 분수대 주변에 있는 4개의 조각상은 오타비오 모스토(Ottavio Mosto)가 1690년에 제작한 것으로 불, 공기, 대지 그리고 물의 4요소를 상징한다. 정원 서쪽에는 헤지극장(Hedge Theater)이 있다. 난장이 정원(Dwarf Garden)은 프란츠 안톤 퓌르스트 하라흐(Franz Anton Fürst Harrach) 대주교 시절 만들었다. 운터스베르거(Untersberger) 대리석으로 만든 작품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남쪽에는 장미정원이 있다. 미라벨정원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도 등장한다. 마리아와 아이들이 미라벨 정원의 페가수스 분수 주변에서 춤추며<도레미 송>을 부르는 장면이다. 페가수스분수라면 싸이의 말춤을 추어도 좋지 않을까?

미라벨 정원의 분수대 주변에 있는 조각상(1)(좌), 미라벨 정원의 분수대(중), 미라벨 정원의 분수대 주변에 있는 조각상(2)(우)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궁전까지는 구경하지 못하고 정원만 돌아보고 말았다. 입장료가 있었나? 미라벨정원은 1690년 요한 에른스트 폰 톤(Johann Ernst von Thun) 대주교가 만든 것이다. 바로크양식의 전형인 기하학적 형태는 지금도 잘 유지되어 있다. 대성당과 요새를 향해 바라보면 정원의 웅장함이 돋보인다. 늦은 여름이었지만,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미라벨 정원은 아름다웠다. 다만 비가 내리는 바람에 대리석 조각들이 다소 칙칙한 색이 진해져서 안타까웠다. 분수대와 조각상을 예쁘게 담아보려고 일행 모두가 만족할 만큼 사진을 찍고 떠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정원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먼저 구경하고 뒤에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을 깜박했다.

살자흐강에 걸린 다리에서 바라본 구 시가지. 멀리 호헨잘츠부르크성이 보이고, 그 아래로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첨탑이 보인다.

먼저 출발한 일행을 뒤따라 잡느라 서둘러야 했다. 다음 일정은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구 시가지의 게트라이데 거리로 간다. 미라벨 정원에서 잘츠부르크성이 보이는 쪽으로 가다보면 그리 넓지 않은 잘자흐(Salzach)강을 만난다. 잘자흐강을 경계로 잘츠부르크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뉜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이다. 모차르트 생가(Mozarts Geburtshaus)가 있는 게트라이데 9번지 건물은 12세기 무렵 잘츠부르크의 베네딕토 수도회 소속의 정원에 세워진 것이다. 1408년 상인 오토 코이첼(Otto Keutzel)이 주인이라고 언급되었다. 모차르트 가족이 살 무렵에는 1703년 이 집을 사들인 하겐아우어(Hagenauer)가문이 주인이었다. 1747년 안나 마리아 퍼틀(Anna Maria Pertl)과 결혼한 레오폴드 모차르트(Leopold Mozart)는 부엌, 거실, 침실, 사무실 그리고 작은 보관함 등이 있는 이 건물의 3층에 세를 들었다. 1766년 이사를 할 때까지 7명의 자녀를 낳았는데 막내인 볼프강과 5살 손위인 마리아, 둘만 살아남았고 나머지 형제들은 유아기에 잃었다.

모차르트 생가가 들어있는 건물(좌), 오른쪽은 모차르트 박물관(우상), 모차르트가 어릴 때 사용한 바이올린(우하)

현재 모차르트생가는 모차르트 재단 소유로 1880년부터는 박물관으로 운영된다. 3층에는 모차르트가 어릴 때 사용했던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 초상화, 문서, 서신 및 초기 악보 등을 전시하고 있고, 2층에는 모차르트가 마술피리(The Magic Flute)를 작곡할 때 사용한 클라비코드 등 모차르트의 오페라작품과 관련된 것들을 전시한다. 1층에는 가게가 들어서 있었는데, 박물관이 유료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인지 역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모차르트생가를 구경하고는 이어서 잘츠부르크 대성당으로 이동했다. 잘츠부르크 대성당(Salzburger Dom)은 17세기에 바로크양식으로 건축된 잘츠부르크 대주교좌 성당으로 루퍼트 성인(Saint Rupert)와 베르길리우스 성인(Saint Vergilius)에게 헌정되었다. 루퍼트 성인이 로마유적 속에 교회터를 닦은 것에서 시작된다. 버질돔이라고 불렀던 길이 66m, 폭 33m의 첫 교회는 성 베르길리우스에 의하여 767년 착공하여 774년 완공되었다. 교회는 중세 초기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건축이 이루어졌다. 아르노(Arno)대주교(785-621)가 첫 번째 보수공사를 주도했는데, 842년 낙뢰로 화재가 발생하여 불타는 바람에 3년 후 다시 공사를 해야 했다. 하르트빅(Hartwig) 대주교 시절인 1,000년에 서쪽으로 성가대와 지하실을 확장했다. 콘라드1세(konrad I) 대주교는 1106년부터 1147년 사이에 서쪽 탑을 세웠다. 그 결과로 로마네스크양식의 교회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1598년에는 대화재로 심하게 손상을 입었다. 대성당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거듭되었지만 실패하자 울프 디에트리히 라이테나우(Wolf Dietrich Raitenau) 대주교는 교회를 폭파하도록 하였다. 대성당의 재건은 후임은 마르크 시티히 폰 호헤넴즈(Mark Sittich von Hohenems)대주교가 부임한 1614년 산티노 솔라리(Santino Solari)의 설계로 시작하여 14년 만에 완공을 보았다. 완공된 성당은 길리 142m에 교차점에 있는 돔의 높이가 33m에 달한다. 14세기의 고딕 양식의 교회에서 남겨진 유물 가운데는 세례수반도 있다. 이 수반은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을 때 사용된 것이다.

잘츠부르크대성당의 정면(좌), 정면 입구에 서 있는 네 명의 성인상(우상), 돔광장에 세운 순결한 성모 석주(우하)

교회는 암회색 돌로 지었으며, 양쪽으로 두 개의 탑을 세운 정면은 운터베르게 대리석으로 장식하였다. 정면은 다시 3층으로 구분하였는데, 맨 아래층에는 4개의 조각상이 배치된 3개의 아치형 출입구가 있다. 소금통을 들고 있는 루퍼트 성인, 바르톨로모이스(Bartholomäus)가 1660년에 지은 교회를 들고 있는 베르길리우스 성인, 열쇠를 들고 있는 베드로 성인, 칼을 쥐고 있는 바울 성인 들이다. 이 조각상들은 베른하르트 미카엘 만들(Bernhard Michael Mandl)이 1697년에 제작한 것이다. 3개의 입구에 청동문은 1957-8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신앙, 사랑, 희망 등 3가지 신성한 덕목(Göttliche Tugenden)을 나타낸다. 왼쪽에 있는 믿음의 문(Tor des Glaubens)은 토니 슈나이더-만젤(Toni Schneider-Manzell)이 가운데 있는 사랑의 문(Tor der Liebe)은 지아코모 만쥬(Giacomo Manzù)가,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희망의 문(Hoffnung)은 에발트 말타레(Ewald Mataré)가 만든 것이다.

입구 바로 위의 난간에는 마태 성인, 마가 성인, 루가 성인, 요한 성인 등, 구원을 설파한 네 명의 복음전도자의 동상을 세웠다. 2층의 창문 위 박공에는 사자와 야생염소를 조각해 넣었고, 가운데 창문 위로는 돔광장에 있는 기둥에 세운 마리아상이 쓰는 황금관을 넣었다. 3층의 꼭대기에는 타보르 산(Mount Tabor)의 예수를 형상화한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조각상과 왼쪽에는 십계명판을 든 모세를 오른쪽에는 선지자 엘리야의 조각상을 세웠다. 세 조각상은 토마소 디 가로나(Tommaso di Garona)가 1660년에 제작한 것이다.

대성당 앞에는 길이 101m 폭 69m의 돔광장이 있는데, 주변에 들어선 건물의 높이가 81m에 달해서 조금은 답답한 느낌을 준다. 돔광장에는 순결한 성모(Maria Immaculata)를 조각한 석주를 세웠다. 하겐아우어 형제가 1766-1771년 사이에 제작한 것이다. 운터스베르그 대리석으로 만든 지구본 위에 주철로 제작한 성모상을 세웠다. 성모상 아래로는 천사와 악마, 지혜를 비롯하여 교회를 대표하는 비유적인 인물들을 배치하였다. 이들은 순결한 수태의 신비에 대하여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데, 천사는 기뻐하고, 시기하는 악마는 투덜거리고, 인간의 지혜는 사라지고, 승리를 거둔 교회는 환호한다. 마리아 석주의 정면에서 대성당의 정중앙을 향하면 천사들로 에워싸인 성모가 황금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테판 발켄홀의 스페라가 설치된 장광장 왼편으로 장분수대가 보인다(좌), 바다의 신 넵튠과 해마를 조각한 장분수대(우)

돔광장에서 대성당의 북쪽으로 이동하면 장광장(章廣場; Kapitelplatz)이 나온다. 잘츠부르크의 호헨잘츠부르크성이 손에 잡힐 듯 보여 자유 시간에 올라가 볼 생각을 잠시 했던 것인데, 그곳에 갔더라면 약속시간에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광장 한켠으로 분수와 말연못이 있다. 광장은 한 때 대성당 수도원이 있던 자리이다. 구시가지 사람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일상을 보내는 장소이다. 커다란 체스판이 있어 체스를 두는 사람도 있다는데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인지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중앙에 스테판 발켄홀(Stephan Balkenhol)의 작품 스페라(Sphaera)가 설치되어 있다. 언덕 아래로는 말연못은 중세시절부터 광장 가운데 있었다. 1732년 레오폴드 퍼미안(Leopold Firmian) 대주교의 명에 따라 로마 분수대를 닮은 분수대를 프란츠 안톤 단라이터(Franz Anton Danreiter)의 설계로 짓게 되었다. 말이 물을 마시기 위해서 진입하는 경사로는 일군의 조각으로 연결되는데, 삼지창과 왕관을 들고 있는 바다의 신 넵튠과 물을 뿜어내는 해마를 조각하였다. 바로크양식의 조각 작품은 요셉 안톤 파핀거(Josef Anton Pfaffinger)의 작품이다.

다시 대성당의 북쪽으로 이동하면 잘츠부르크 박물관이 있다. 잘츠부르크박물관은 나폴레옹 전쟁의 기억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1834년 설립되어 소규모의 기억할만한 군사유물을 전시하는 것으로 출발하였다. 1848년 내용을 개편하여 잘츠부르크의 공식 박물관으로 확대되었다. 현재 박물관의 1층에서는 예술, 과학, 건축, 문학, 음악, 사진, 작업 세계 및 장인 정신을 포함하는 주제에 중점을 둔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2층에는 잘츠부르크의 신화(Mythos Salzburg)라는 제목의 상설전시가 있다. 로마시대로부터 대주교가 통치하던 시절을 거쳐 근세에 이르기까지 활동하던 예술가들의 환상적인 그림들이 전시된다. 2층에 있는 거울홀(Mirror Hall)에서는 ‘고고학과 중세’라를 제목으로 켈트족의 부리 주전자, 루엑(Lueg)고개에서 발굴한 헬멧, 고딕양식의 날개달린 제단 등을 전시하고 있다.

참고자료:

(1) Salzburg. Stage of the World. Mirabell Palace and Gardens.

https://www.salzburg.info/en/sights/top10/mirabell-palace-gardens

(2) Urlaubsträume im Salzburger Saalachtal. Mozarts Geburtshaus.

https://www.salzburger-saalachtal.com/ausflugsziele/stadt-salzburg/mozarts-geburtshaus

(3) Wikipedia. Mozart's birthplace.

https://en.wikipedia.org/wiki/Mozart%27s_birthplace

(4) Wikipedia. Salzburg Cathedral.

https://en.wikipedia.org/wiki/Salzburg_Cathed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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