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이나 연구중심병원 등의 지정 시 권역외상센터 등 공공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병원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주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 권준욱 건강정책국장(공공보건정책관 직무 대리)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증외상체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권 국장은 권역외상센터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센터 간 차등 지원과 인력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국장은 “국회에서 권역외상센터 예산을 증액했는데, 센터에 예산 준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같은 센터라 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곳에 예산을 더 배정할 것이며 평가를 통해 지정 취소나 보조금 취소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특히 국립대병원의 경우 국립대이기 때문에 ‘설마 취소되겠어’라는 생각으로 해이해지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공공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국립대병원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무서운 시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역외상센터 내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연구중심병원 지정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권 국장은 “서울지역에 권역외상센터가 없다고 하는데, 서울에 센터 지정을 위해 공모했는데 신청이 없었다. 이는 (돈 안되는 센터하면서) 복지부 간섭을 받기 싫다는 것”이라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이나 연구중심병원 지정과 공공성을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외상외과를 전공하고 권역외상센터에서 일해도 정교수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런 부분과 상급종합병원, 연구중심병원 지정을 연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현재 9개 권역외상센터 중 2곳만 하고 있는 외상외과 전문의 배출을 모든 센터가 할 수 있게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와 현장 관계자들은 권역외상센터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를 지적했다.

권역외상센터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제한 대한외상학회 이강현 회장은 ▲119에서 내리는 정확하지 않은 환자분류 ▲부족한 닥터헬기 ▲부족한 정부 지원 ▲센터내 고용불안 ▲외상분야 전문가 양성 교육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권역외상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도 지원되고 있지만 병원들은 이 지원이 안정적으로 계속 될 것이냐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원을 수가형태로 하지 않으면 권역외상센터의 안전성 확보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센터도 병원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 지원이 아닌 상황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대구로병원 외과 김남렬 교수는 서울지역에 권역외상센터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상황이지만 원지동 이전 후에나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마저도 서울 전역을 커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서울은 의료자원이 많지만 시살은 외상체계 불모지다. 서울지역 외상세부전문의 수련센터 지정 등의 사업이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며 “서울에서도 연간 3만~4만명의 외상환자가 발생한다.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에 적어도 2개 이상의 권역외상센터는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립의료원 원지동 이전 후 만들어지는 권역외상센터도 훌륭하겠지만 이것만으로 서울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없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새로운 권역외상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군의무사령부 안종성 사령관은 군을 특수목적 권역외상센터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안 사령관은 “군을 특수목적 권역외상센터로 지정하면 공공목적도 달성하고 군 내 중증환자 치료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령관은 “군 내 환자 후송을 위한 전용헬기가 현재 6대 있고 2020년이 되면 총 14대가 된다. 이런 시스템을 군 내에서만 활용하지 말고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가 참석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언론을 통해 이국종 교수가 ‘바른정당 토론회에 초대받지 못했다. 거기는 의료계 거물만 갔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매우 유감스럽다”며 “초대를 안한 것이 아니라 전화도 하고 문자도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초대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