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근무형태로 유연근무 가능…임금개선·밤근무 시 입원환자 제한 등으로 업무부담 덜어

병원의 갑질과 간호사 인권유린 등 병원계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간호사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통해 간호사 인력난을 헤쳐나간 병원이 있다.

바로 구로성심병원이다.

구로성심병원 조성현 간호부장은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호사 지속 근무환경 마련을 위한 연속 정책 간담회’에서 간호 인력난 해결을 위한 병원의 노력과 그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조 부장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극심한 간호사 인력난을 겪게 된 구로성심병원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즉시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찾은 원인은 간호사들의 과중한 업무였다. 이외에도 야간·교대·휴일근무, 중소병원 기피 등이 병원을 떠나는 이유로 조사됐다.

조 부장은 “규모가 작고 내과를 주종으로 하는 급성기 병원이기에 응급상황이 많고 환자들의 간호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라며 “또 수련병원이 아니기에 간호사에 일이 가중되고 충분하지 못한 임금과 노후보장이 되지 않는 점 등이 간호사들의 이직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근무환경 개선에 착수했지만 곧 자금마련이라는 벽에 봉착했다. 하지만 구로성심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활용해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을 마련하고, 간호사 임금·환경·근무형태 전반에 대한 개선작업에 돌입했다. 서비스 운영으로 늘어나는 매출의 100%를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에 사용했다.

조 부장은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지출이 필요했다”며 “규모가 작고 병상가동률이 낮은 병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간호·간병서비스가 간호관리료 차등제에 비해 많은 수입을 낼 수 있게 도왔다”고 말했다.

간호관리료 차등제는 병원의 병상 당 간호인력 수에 따라 7등급으로 구분해 5등급 이상부터 간호관리료의 10~70%를 가산 지급하는 제도다.

조 부장은 “간호관리료 차등제 가산이 병상 당 간호사 수에 따라 지급되는 것에 비해 간호간병 서비스는 환자수를 기준으로 지급돼 간호인력에 허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또 등급 하락시 대규모 삭감이 이뤄지는 간호관리료 차등제와 달리 간호간병서비스는 갑작스러운 간호사 수 변동에도 환자수를 조절해 대응이 가능한 장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구로성심병원은 임금 구성을 완전히 바꿨다.

임금에 ▲장기근속 수당 ▲3교대 수당 ▲성과급 수당 ▲교육 OT(over time) 수당 ▲경력수당을 신설했다. 또 저녁(Evening)근무와 밤(Night)근무 수당에 차등을 뒀다.

조 부장은 “간호사들이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제일 먼저 임금을 개선했다”며 “누구나 힘들어 하는 부분에 대해 수당을 더주고, 환자가 많이 와서 일이 가중되는 부분에도 금전적 보상 기전을 마련했다(성과급)”고 했다.

조 부장은 특히 “경력 수당은 유휴간호사의 재취업 독려를 위해 간호사와 연관된 경력 인정 이외에도 수당을 부여했다”며 “입사 후 학사, 석사 졸업도 경력에 가산시켜 줬다”고 말했다.

단순히 임금만 개선한 것도 아니다.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밤근무에 대해 복지를 강화했다.

밤근무 간호사는 근무 중 1시간을 의무적으로 쉬도록 했으며, 밤에는 입원 환자수를 병동별로 5명까지로 제한했다.

조 부장은 “처음에는 ‘그 사이 환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나지 않을까’하는 간호사들의 우려로 잘 시행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정착을 위해 쉬지 않을 경우 사유를 기재토록 했으며, 이를 통해 현재는 정책된 상태”라고 말했다.

조 부장은 이어 “병원의 병상가동률은 75~80% 수준으로 입원환자를 많이 받을 수록 좋음에도, ‘5명까지’라는 입원환자 수 제한을 만들어 밤근무의 업무 강도를 완화했으며, 저녁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부서로 식사를 배달해주고 있다”고도 했다.

유연근무를 가능하게 한 것도 주효했다.

구로성심병원은 근무형태를 ▲주간전담제1 ▲주간전담제2 ▲단시간 근무제 ▲선택 근무제 ▲오후 전담제 ▲야간 전담제로 다양화 했다.

조 부장은 “간호사들이 장기 근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임금 외에도 모성보호 부재, 일가정양립 불가능 등 때문”이라며 “대부분이 여성인 간호사의 특성을 고려, 엄마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근무형태를 다양화해 유연근무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조직문화, 시설(화장실 추가 설치, 간호사 휴게실 마련 등, 반사경 설치)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간호사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조 부장은 “간호 인력의 안정으로 진료 전반이 안정되고 의료의 질이 향상됐다. 또 간호사 구인난이 해소돼 현재 간호등급제 2~3등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이어 “최근에는 퇴직자들이 돌아오는 등의 변화도 일고 있다”면서 “개선할 부분이 아직은 많지만 병원이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음을 간호사들도 알게 되면서 간호사들이 신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 또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성공사례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간호 관리료 차등제 가산 기준을 환자수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간호관리료 가산 기준을 병상 당 간호인력에서 환자 당 간호인력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수가 인상의 효과를 상당부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반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으로 병원에 추가적인 이익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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