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약품 18그룹 낙찰…,경합 불구 제약·도매 "손해 크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의약품 입찰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최근 Hydromorphone HCL 4mg(441110ATR) 등 957종의 의약품에 대한 입찰을 실시한 결과, 태종약품 1개 그룹만 낙찰자로 선정됐고 나머지는 모두 유찰됐다.

태종약품은 이레사(아스트라제네카), 테모달(MSD), 비다자(세엘진), 루센티스(노바티스) 등 고가의 항암제를 필두로 한 단독품목 위주로 구성된 18그룹에서 낙찰됐다. 태종약품은 예가 대비 99.991% 수준에서 투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제외한 모든 그룹이 무응찰된 것은 낮은 예정가격에 제약·도매업체들이 외면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경합품목이 있어도 투찰하지 않은 것은 예정가격(이하 예가)이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낙찰된 그룹 대부분은 단독품목 위주로 구성된 그룹이었다.

이번 1차 입찰에서는 서울지오팜이 6그룹, 태종약품이 10그룹ㆍ14그룹, 엠제이팜이 19그룹ㆍ20그룹, 지엠헬스케어가 13그룹, 윌로우팜이 11그룹 등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6그룹은 수액제, 9그룹은 4개 품목, 10그룹 트리맥(GSK), 11그룹 비리어드 등 4개품목, 13그룹 프레지스타(얀센) 등 7개 품목, 14그룹 제픽스 등 GSK 5개 품목, 19그룹 리네졸리드 제제 등 경합그룹, 20그룹 비형간염인면역글로불린 주사액 등 일부 경합 그룹 등인데 대부분 제약사와 협상테이블을 만들 수 있는 그룹들 위주로 낙찰이 이뤄진 것이다.

통상 경합품목은 단독품목에 비해 도매업체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그룹으로 인식되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낮은 예가 때문에 단독그룹 위주로 낙찰이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도매업계는 입찰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그룹별로 차이는 있지만 경합품목 중 일부가 80% 이상 하락된 예가가 있어 투찰 자체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쉽게 말해 도매업체의 수익 구조를 예가가 가로막은 것이다.

여기에 1개 그룹당 많게는 100개가 넘는 품목이 포진하고 있어 병원이 제시한 예가로 낙찰시키는 경우 월 3~5억원 가량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게 도매업계의 지적이다.

더욱이 국립중앙의료원 경합품목은 원외 시장에서 대체조제가 가능해 제약·도매업계는 예가가 올라가지 않는 한 투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유찰이 반복되면 예가 재산정을 위한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투찰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현재 가격으로는 낙찰되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은 보건복지부의 실거래가 약제 상한금액 조정세부운영 지침에 따라 약가인하 대상 제외병원으로 선정됐다"면서 "예산을 아껴야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이같은 지침을 바탕으로 예가를 쉽게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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