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의 시장조사로 본 세상

정책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는 조사는 인지 여부 질문, 정책에 대한 입장 확인, 선택한 입장에 대한 이유를 질문하는 문항으로 구성한다.

이러한 유형의 조사는 응답자에게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여 이해를 도와야 한다. 그 후에 입장을 질문해야 한다.

각각의 입장에 대한 이유를 개방형 문항(주관식)으로 받아 이전 문항과 비교해서 확인해 보면 응답자가 제대로 이해하고 응답했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실제로 응답자에게 정보를 충분히 설명하고 입장을 질문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응답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없이 진행한다면 결과가 어떠할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추측가능 할 것이다.

정의를 설명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는 부분에서 대부분의 의뢰처는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거나 장∙단점을 기술하고 싶어한다. 이는 의뢰처가 기대하는 결과가 있기 때문인데 조사자는 이 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자칫하면 특정 집단을 옹호하는 조사자로 또는 의뢰처를 통제 못하는 무능한 조사자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한 국민 대상 입장 조사 결과는 이미 여러 곳에서 발표되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 조사 기관이 진행하고 언론에서 인용한 국민 대상 입장 조사 결과를 보면서 필자는 응답자에게 이 정책에 대해 설명을 하고 진행했을까? 설명을 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떻게 설명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만약 필자에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한 국민입장조사 의뢰가 온다면?

우선, 진행 여부 자체를 망설일 것이다. 하기로 한다 해도 진행 방법을 상당히 고민할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해 응답자에게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것인가에서 막연하다. 조사 방법의 선택에 있어서도 10문항 내외의 문항이 되겠지만 선뜻 전화조사를 권유하기 어렵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를 모두 급여 또는 예비 급여를 통해 급여화하고 3개 비급여에 대한 조치와 함께 신포괄수가를 확대한다. 소득 하위 50%에 대해 본인부담 상한제 금액을 인하하고 재난적 의료비의 경우 심사를 통해 선별 지원한다’로 요약할 수 있는데 용어도 생소하고 개념도 이해하기 어렵다.

의사들이 주축이 되는 모임에서 오가는 대화를 들어봐도 의사들의 이해 여부와 정도도 각양각색이다. 그렇다고 임의로 이를 풀어서 설명하다 보면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칠 수 있어 상당히 조심스럽다. 여러 가지 상황별 내지 구성요소별 시나리오를 작성해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전에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조사 의뢰가 온다 해도 단기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지금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이 작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뭔가 시기를 놓친 거 같고 일의 순서가 안 맞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필자만의 느낌은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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