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산부인과 ‘맑음’, 비뇨기과 ‘흐림’, 흉부외과 ‘서서히 갬’

2018년도 전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각 수련병원 및 전문과목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8년도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이 본격 시행되는 해라는 점에서 수련병원들의 수련환경 개선 조치 등이 전공의 모집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더욱이 수련기간 단축과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2017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선방한 내과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수년 간 미달사태를 겪어야 했던 흉부외과와 비뇨기과가 기피과 오명을 벗어날 수 있는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과학회 “정원 채우지 못하는 병원 전공의 정원 회수 검토”

우선 수련기간을 3년으로 단축한 내과의 경우 2018년도 모집 결과도 2017년도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가 지난해 2017년도 51개 주요 대학병원 내과 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당시 경쟁률은 1.07대 1이었다.

이들 51개 대학병원에 배정된 내과 전공의 정원은 총 439명이었지만 지원자는 이보다 많은 468명이었다.

대한내과학회 엄중식 수련이사는 “학회 차원에서 따로 추계하진 않았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일부 지역에서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빅5 병원 등 수련환경이 좋은 병원에서 넘치는 부분을 감안했을 때 미달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 이사는 이어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병원들은 상대적으로 수련환경이 나쁜 병원들이 대부분”이라며 “요즘 전공의 지원자들은 어느 병원이 업무 부담이 많은지, 월급이 얼마인지, 휴가나 오프를 잘 챙겨주는지에 대한 정보가 빠르다. 전공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면 지원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내과 전공의 지원율 상승 비결에 대해선 수련기간 단축을 비롯 학회와 수련병원들의 노력을 꼽았다.

엄 이사는 “3년제 영향도 있지만 그것만이 전공의 지원율 상승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학회와 각 병원들마다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많이 내놨다. 특정과를 오래 돌거나 환자를 너무 많이 보는 것을 제한한 병원들이 생겨났고 호스피탈리스트를 뽑아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려고도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엄 이사는 이어 “하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학회 차원에서 조금 더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계속 수련병원 평가를 강화하며 수련환경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내과학회는 전공의 지원이 계속 미달한 병원의 경우 전공의 정원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엄 이사는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병원은 전공의 정원을 회수할 계획”이라며 “일부 병원들 때문에 다른 병원들까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정원 회수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유예기간을 둬 2020년부터 적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1대 1의 지원율을 기록한 산부인과는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예상하며 4년 연속 정원을 채울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주웅 사무총장는 “올해도 예년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일부 병원들에서는 지원자가 넘쳐 다른 병원으로 지원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주웅 사무총장은 “과거 몇 년 동안 미달이 계속돼 신규 전문의 배출이 적어져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몸값이 많이 높아졌다”며 “산부인과 특성상 응급이나 대기가 많아 업무 부담이 컸는데 전공의법 시행으로 업무 부담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이 과거보다 지원율이 높아진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뇨기과 “올해도 여전히 어려울 듯”
지난해 전공의 정원을 32명이나 줄인 비뇨기과는 올해도 지원율 향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도 빅5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병원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 관계자는 “올해 분위기도 작년과 비슷하다. 작년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더 이상 악화될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9월 쯤 서울대병원 정원이 다 찼다고 해 기대를 했지만 다른 대형병원들은 아직 (전공의를) 절반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젊은 의사들이 힘든 외과계를 기피하는 이유도 있지만 구조적 문제가 더 크다. 일이 힘든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외과계 수가가 워낙 낮아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뇨기과도 흉부외과처럼 수술 수가 지원 및 수련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당장 티가 나지는 않겠지만 의료 질 하락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흉부외과 “빅5병원은 이미 정원 채워…작년보다 나을 것”
작년 지원율이 소폭 상승한 흉부외과는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오태윤 이사장은 “빅5병원은 이미 전공의 지원이 찼고 심지어 경쟁을 하는 병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조금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 이사장은 “예전에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병원들이 실력 있는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라며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충분히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 이런 부분도 지원이 늘어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8년도 전기 전공의 모집은 27일부터 오는 29일까지 3일간 진행되며, 내달 10일 필기시험과 12일 면접 및 실기시험을 거쳐 15일 합격자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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