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준 교수 “비만 및 지방간 예방, 건강한 음주 문화 정착 위해 학회 노력”

우리나라에서 간암은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에 이어 여섯 번째로 흔한 암이다. 하지만 조기발견이 어렵고 치료 예후도 좋지 않아,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질환이며, 사회생활이 활발한 40~50대에서는 연령별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간암이 예방 가능하다는 사실과 최근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인해 환자들이 완치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달 20일 ‘간의 날’을 맞아 간암 치료 권위자인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준 교수에게 우리나라 간암 발병 추이와 특징, 치료법 및 간암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간학회가 정한 ‘간의 날’이 올해로 18번째를 맞았다. 그동안 간암 치료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간암 치료에 있어서 효과적인 치료법들이 많이 개발됐다는 점이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C형간염 완치제가 개발됐고 B형간염이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있다. 고령화로 간암 발생은 실제로 늘고 있지만 연령표준화 발생률은 줄었다. 학회와 연구자들, 또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기업들이 큰 역할을 했다.

-국내 간암 유병률 추이와 환자들이 갖는 특징은.
간암의 제일 큰 문제는 40~50대 암 발생률 1위라는 점이다. 40, 50대는 사회나 가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연령대에서 간암이 발병하면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여파가 크다.

-40~50대의 간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간염이 많기 때문이다. C형간염과 B형간염은 현재는 치료와 예방이 잘 되고 있다. 초등학교 이전 학생들은 B형간염 양성률이 0.1%에 불과하다. 그러나 30~40대 양성률은 아직도 3.7%~4%에 달한다. 이 연령대가 40~50대로 진입하면서 간암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 현재 초등학생들이 40~50대가 되는 30년 이후에는 간암 발생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봐야 하나.
쉽게 단정할 수 없다. 그 때는 지방간, C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가 문제될 것이다. 40~50대는 B형간염, 60~70대는 C형간염, 그 이후에는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발병이 많다. 과거엔 비만한 사람들의 경우 80세를 넘기 어려웠다. 그러나 현재는 암 조기진단이 발달하고 고혈압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적절한 치료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는 고령화나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이 늘어날 것이다.

- 간암 예후가 좋지 않은 이유는.
이미 기능이 떨어진 기관에서 암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간암의 특징은 간경화, 즉 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많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간 기능이 떨어져서 사망하는 것이다. 유방암 환자가 유방 기능이 떨어져 죽는 사람은 없다. 흑색종 환자가 멜라닌 세포 기능이 떨어져 죽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간암은 간 기능이 떨어져 사망하는 환자가 약 70%이다. 즉, 간 기능 자체가 떨어진 상태에 간암으로 인해 간 기능이 더욱 떨어져 치료를 어렵게 한다. 또 간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치료를 하거나 수술을 하기 어렵고, 증상이 없기에 초기 발견도 쉽지 않다.

- 다른 암의 경우 진단 기술 발전이 많이 이뤄졌다. 간암의 경우는 어떠한가.
간암은 간경화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간경화로 인해 간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진단을 하기 어려워진다. 간 기능이 떨어져 간이 쪼그라들고 결절이 많이 생기면 초음파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 CT를 이용해 진단을 할 수도 있지만 방사선 노출 문제가 있고 비용 대비 효과가 아직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강력하게 권장하지 않는다.

-간암 발병 후 5년 생존율은 어느 정도인가. 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위암은 일찍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5%를 상회하고 대장암도 80% 이상, 갑상선암도 95% 이상 생존하게 되지만 간암은 조기 발견하기 어렵다. 또한 간 기능이 떨어지거나 기증자가 없어서 간 이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5년 생존율이 32%에 불과하다. 간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B형간염, C형간염을 잘 치료하고 술을 줄이고 지방간이 오지 않도록 하는 등 간암의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일단 간경화가 오면 간암 발생률이 매우 높아지기에 초기발견과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간암 완치를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법은 무엇인가. 또 최신 치료법은.
간암 완치를 위한 치료법은 수술, 간이식, 고주파열 응고술, 경피적 에탄올 주입술 등이 있다. 이러한 치료법들은 초기에 발견해야 효과가 있다. 암이 보다 진행된 환자의 경우에는 경동맥화학색전술, 방사선색전술, 전신적인 표적치료를 하게 되고 최근에는 면역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약물치료 트렌드는.
과거에는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를 많이 썼다. 넥사바는 간동맥화학색전술이나 수술, 고주파치료로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들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환자들은 넥사바를 마지막 치료 옵션이라 여겼다. 여기에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라는 추가 옵션이 생겼다. 추가 옵션이 있다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넥사바 사용 시 환자 생존을 10~12개월로 봤지만 넥사바-스티바가로 치료하면 중앙 생존값으로 26개월을 기대한다. 실제 유럽과 미국에서는 색전술을 사용해서 생존을 기대하는 기간이 20~24개월에 불과하다. 하지만 색전술이라는 침습적 기술 없이 26개월을 연장하는 것은 엄청난 발전이다.

-새로운 약물 옵션의 부작용은 없나.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높고 부작용 조절이 쉽다. 처음 넥사바를 복용할 경우 손과 발에 굳은 살이 생기거나 설사를 하는 등의 부작용으로 잘 복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종종 있었는데 스티바가를 처방한 환자들 중에는 이 같은 부작용으로 (복용을) 중단한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환자들의 반응이나 기대도 클 것 같다.
환자들의 기대는 굉장히 크다. 저에게 오는 환자들은 공부를 많이 하고 오기 때문에 스티바가를 원하는 환자이 많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 스티바가는 한 달 약값이 350만원 정도다. 한 달에 350만원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안타깝다.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인해 간암 치료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나.
TACE(간암 화학색전술) 불응성 환자에게 순차치료 개념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색전술이 잘 듣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넥사바를 쓰고 있고, 이를 통해 충분히 시간을 번 다음에 스티바가로 가는 순차치료를 하고 있다. 또 최근 면역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어 면역치료와 표적치료, 면역치료와 국소치료, 국소치료와 표적치료 등 여러 가지 조합의 복합치료 옵션이 생길 것이다.

-간암 예방을 위해 국민들에게 조언 한다면.
간암은 B형 간염을 억제하면 그 발생이 줄일 수 있고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일종의 무지나 무관심으로 인해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또 한 가지는 음주와 비만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만한 사람들은 지방간, 지방간염, 간경화로 인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간암이 쉽게 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과 체중 조절이 굉장히 중요하다.

술은 하루 1~2잔 마실 때는 혈액순환을 좋게 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질환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지만 그 이상의 술을 마시게 되면 암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도 필수적이다. C형간염이 전국민 건강검진에 빠져 있다. C형간염은 현재 95%이상 완치가 되고 있지만 이를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 앞으로 학회 차원에서 C형간염을 전국민 건강검진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또 비만 및 지방간 예방을 비롯 건강한 음주 문화 정착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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