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자체 조사후 윤리위원회만 두 차례 열려…결정 미뤄지며 가해자-피해자 함께 근무

성추행, 과도한 업무, 폭언을 견디다 못한 전공의들이 병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사태. 이 사건으로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2명이 동반 사직한 지도 한 달이 지났지만 병원 차원에서의 진상조사 후 윤리위원회만 2차례 열렸을 뿐 어떠한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징계여부 결정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의 경우 가해자인 교수 측과 피해자인 전공의들이 함께 근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지난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병원 자체)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조사를 완료했고, 관련 조사내용이 모두 병원 내 윤리위원회에 제출됐다”면서 “이후 윤리위의 판단을 가지고 연세대에서 인사위원회(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등의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두 차례의 윤리위가 열렸지만 위원회 차원의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인사위원회 회부 여부도 현재로서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인사위원회 회부가 늦어짐에 따라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은 아무런 징계 없이 문제를 지적해온 전공의들과 여전히 환자를 보고 있다는 데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2차 가해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들을 (가해 교수와) 분리하지 않는 병원을 이해할 수 없다”며 “피해자인 전공의들을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에게 계속해서 노출시키는 것은 병원이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 회장은 이어 “병원은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지체 없이 해당 교수들을 전공의 뿐 아니라 환자로부터도 분리해야 한다”며 “진료를 핑계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와 교수가 사건의 당사자인 만큼, 물리적으로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강남세브란스 관계자는 “산부인과 의국 전체가 연관된 사건인 만큼 전부를 (업무에서) 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사실상 물리적인 분리가 어렵다. 다만 가장 문제가 된 교수에 한해 직접적으로 지시를 내리지 못하게 하고 다른 교수를 통해 (전공의들에게) 지시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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