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행정처분 기준 개선 연내 마무리...현지조사 거부 악용사례는 막아야

강압조사 논란이 일었던 요양기관 현지조사제도 개선안의 윤곽이 나왔다.

행정처분 기준에 요양기관의 경제적 규모를 반영해 부당금액에 따라 처분강도를 달리 두고, 악의적으로 현지조사를 거부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처분기준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조사실 김두식 실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지조사와 관련한 제도 개선 방향을 소개했다.

현지조사 제도는 지난해 비뇨기과 의사들이 현지조사의 압박으로 인해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올해부터 서면조사제도 도입, 현지조사 사전예고 등 한차례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현지조사 투명성 제고를 위해 현지조사대상 선정심의위원회가 구성돼 의약단체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현지조사에 관여할 수 있게 됐으며, 현지조사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면조사를 도입해 올해 말까지 총 170여개의 요양기관이 서면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또한 매달 현지조사 및 서면조사의 계획, 방향 등을 사전에 공지하고, 그 결과 또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밖에 현지조사 대상 선정사유를 명시하고, 요양기관 제출서류 최소화, 조사자 청렴서약서 작성, 제출자료 목록 신설, 최종확인서 제출 등의 절차적 개선도 이뤘다.

자율점검신고제도 도입 임박...부당청구감지시스템 고도화

하지만 여기에 이어 향후에는 현지조사를 받기 전에 부당사실을 확인하게 해 시정하거나 아예 부당유형을 파악해 예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보완될 예정이다.

우선 가칭 ‘자율점검신고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이 자율점검신고제도는 심평원 등이 빅데이터와 부당청구감지시스템 등을 통해 부당이 감지된 내용을 요양기관에 통보하면, 요양기관이 이를 스스로 점검해보고 착오 등을 확인한 후 스스로 신고 및 부당금을 반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전에 점검해 부당사실이 아닌 경우이거나 부당사실을 시정했다면 현지조사를 받지 않고 사건을 종료한다.

대신 자체점검 이후에도 부당사항을 개선하지 않은 경우에는 모니터링 후 현장 또는 서면조사 등 직접조사를 하도록 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과거 현지조사를 받은 요양기관 5,000개소를 대상으로 부당항목별 행위 등을 분류, 청구패턴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두식 실장은 “사전예방시스템은 부당청구감지시스템 고도화와 맞물려 있는 사안으로, 부당청구감지시스템으로 감지되는 부당내용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점검토록 해 자진신고를 활성화 한다는 취지”라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시뮬레이션을 거쳐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처분기준 윤곽...성실 조사자 감면·조사거부시 페널티

또한 현지조사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던 과도한 처분에 대해서도 시대적 변화를 감안해 현실화 될 예정이다.

현재 현지조사는 방문심사와 현지확인과는 달리 부당금액 환수는 물론 행정처분, 형사고발 등의 이중삼중 처분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부당금액 정산 및 행정처분을 산출하는 기준이 2000년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아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테면 월평균 부당금액 최소기준이 15만원이라는 점과 부당금액 산정구간에 따른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때문에 앞으로는 부당금액 최저기준을 수가인상 등을 고려해 상향 조정하고 부당액 구간도 현행 7단계에서 두배 이상으로 세분화 할 예정이다.

김두식 실장은 “행정처분 기준 개선방향은 부당금액이 적은 기관의 처분은 완화하고, 청구금액 대비 부당금액으로 산정 기준을 조정하고, 공공의료기관 등도 민간의료기관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등 형평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과실없이 실수로 인한 착오청구인 경우 자진신고를 할 경우 처분 감경이 아닌 감면도 가능하도록 하고, 절차상 문제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무자격자를 고용하게 된 사례등 의료기관의 과실이 없다면 처벌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거짓청구에 대한 범위는 보다 확대하고, 현지조사 처분을 피하기 위해 조사를 거부하는 악의적인 사례에 대한 관리는 강화될 예정이다.

현재는 거짓청구 범위가 입·내원일수 증일청구, 비급여 진료 후 건보 이중청구, 실시하지 않은 행위와 약제 청구 등이 주를 이뤘지만, 의약품 등 증량청구, 의료자원 허위청구, 무자격자 진료 등 또한 거짓청구에 포함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

김 실장은 “국회 등에서 현지조사의 비율을 두배로 늘려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사실상 현장조사는 사람의 수가 중요한 것으로, 인원을 계속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그렇다고 조사일수를 줄인다는 것은 조사가 불성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면조사, 부당감지 등으로 조사방법을 다양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조사 거부 시 면허정지 등 처분 장치가 필요한 이유는 성실하게 조사를 받는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거부하는 기관의 60%가 거짓청구로, 성실히 조사를 받는 기관은 부당금환수와 행정처분, 면허자격 정지, 고발, 공표까지 강하게 처벌을 받는데 거부할 경우 업무정지 1년과 고발 이외에는 처벌이 없다. 적어도 면허자격정지를 해야 거짓 청구 후 폐업하고 다른기관 봉직의로 갔다가 다시 개업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자격정지 부분은 의료법과 약사법에 명시된 사안으로 건강보험법 하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 복지부에 건의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심평원은 앞으로 현지조사제도가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부당청구감지시스템 고도화,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부당한 기관들의 행태는 바로잡고, 예방가능한 부당청구는 방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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