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책임지겠다" 치매검사 급여화 홍보하는 복지부...제한적 급여기준에 불평은 의사 몫

새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으로 국민들의 관심은 뜨겁지만 질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급여기준 때문에 현장에서는 혼란을 빚고 있다.

치매 신경인지기능검사의 급여화가 시행된 지난 10월 이후 실제 혜택을 받아야 하는 환자의 상당수가 나이 제한과 검사 점수 등으로 인해 급여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

치매국가책임제의 주요 골자는 중증치매환자의 외래 진료비 본인부담금 감소, 치매질환 산정특례 적용, 치매종합신경인지검사 3종 급여화, 치매안심센터 및 치매안심병원 확충 등으로, 치매치료에 대한 환자 및 환자보호자의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노인의학회 등에 따르면, 치매 신경인지기능검사 급여 기준과 산정특례 적용 기준이 서로 상충하면서 일선 의료현장에서 적잖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먼저 신경인지기능검사의 경우 급여인정 기준을 간이정신진단검사(MMSE, Mini Mental State Exam) 결과 10점 이상이면서, 치매척도검사인 CDR(Clinical Dementia Rating) 0.5~2점 또는 GDS(Global Deterioration Scale) stage 2~6점인 2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를 경도인지장애, 경증 치매 혹은 중등도 치매인 환자로 보고, 이중에서도 만60세 이상만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산정 횟수도 진단 시 1회만 인정, 추적검사는 진단일 이후 연 1회에 한하지만 진료 상 추가시행이 필요하면 사례별로 인정된다.

하지만 이같은 급여기준으로 인해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환자인 초로기환자나 MMSE 10점 미만 중에서도 경증인 환자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60세 이상이라는 연령제한이나 MMSE 10점 미만이라는 기준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인의학회 이은아 학술이사는 “비급여였던 검사 항목이 급여가 되는 것에 대해 환자들이 고맙게 생각하지만, 실제 환자들 중에는 MMSE 10점 미만이어도 필요한 검사와 치매약을 처방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에게는 이 기준이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아 학술이사는 “말그대로 MMSE는 간이 진단검사로, 경증의 문맹환자는 검사 점수가 다소 낮은 경우도 발생하는데 10점이 안되니까 보험이 안된다고 할 수 있냐”면서 “실제 지난해 MMSE검사에서 11점이었다가 올해 검사에서 9점인 환자는 보험이 안됐다. 검사를 하지않고서는 그 결과를 알 수 없는데 그 점수에 따라 달라져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현덕 학술이사도 “노인성치매의 기준연령은 통상 65세 이상인데 신경인지기능검사의 급여대상 연령은 왜 60세인지 의문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같은 치매환자라고 해도 나이에 따라 급여인정을 달리하고 있어 혼란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MMSE 등 신경인지기능검사가 치매 산정특례 등록을 위해 필수적인 검사항목이라는 점이다. 급여인정은 연령 및 점수 등에 제한을 두면서도 보장성 강화를 위한 산정특례 대상 지정을 위해서는 필수 검사항목으로 두면서 이중적인 차별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현재 치매질환 산정특례는 V800과 V810 두가지 유형으로, 산정특례 등록을 위해서는 병력청위, 신경학적검사, 뇌영상(뇌 MRI나 뇌 CT), CDR, MMSE, SNSB나 CERAD 등 신경심리검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중 초로기 치매의 경우만 보더라도 CDR 검사 결과 중증도 2점 이상, MMSE 결과 18점 이하 등의 검사 결과가 나와야 중증치매 환자로 인정된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초로기 치매 환자가 의심되더라도 연령에 따라 보장성의 사각지대가 생긴다.

또한 산정특례 기준 자체도 5년간 일수 제한없이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V800의 경우는 초로성치매, 피크병에서의 치매, 전두측두치매, 루이소체치매 등으로 대부분 드문 질병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부분의 65세 이상 노인성 치매환자의 경우 V810으로 제한해 이 경우 산정특례 등록을 하더라도 60일에 한해서만 산정특례 적용이 된다.

이에 대해 양현덕 학술이사는 “중증환자의 대부분은 사실상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2개월만 산정특례가 적용되고, 이를 초과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사실상 요양병원이라는 이유로 배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V810의 경우 추가진료가 필요하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신경과,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이 있어야만 60일을 추가로 더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이같은 제한적 급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치 모든 신경인지검사를 급여화하고, 모든 치매환자에 대한 진료비를 경감해주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어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비난은 고스란히 의사들의 몫이 되고 있다.

이은아 학술이사는 “과거에도 신경인지기능검사의 급여화에 대해서 정부와 학회 등이 긴 시간 논의를 해왔는데 새 정부의 입장발표에 이어 갑작스레 급여가 적용되면서 이러한 기준이 적용됐다”면서 “일부 환자에게 보험이 된다고 공표를 하면 되는데 마치 모두 다 되는 것처럼 알려지면서 현장에서는 환자들과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신경인지기능검사의 경우도 무조건적인 연령이나 점수의 기준을 두기보다는 의사인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환자에 한해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인정해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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