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政, 중간 평가 결과 모두 ‘만족’…지역 및 적용 대상 확대 전망

회진 중 치매 환자에게 폭행을 행사하고 다른 환자에게는 폭언을 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 A원장.

어린 아이들에게 시행해서는 안 되는 치료를 한 일반의 B씨.

이들은 모두 의료계가 자율규제권 확보를 목적으로 시행 중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 따라 시도의사회 전문가평가단에 의사의 품위를 손상시킨 혐의로 심사 대상에 올려진 의사들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울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등 3개 지역을 대상으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전문가평가제 대상은 의료법상 규정된 의료인 품위손상행위로, 지난 1년간 전문가평가제 대상에 선정돼 시도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심의를 받은 것은 모두 16건이다.

울산시의사회는 3건이며 이중 1건이 지역윤리위원회로 이송됐다.

광주시의사회에서는 총 5건이 심의됐으며, 지역윤리위원회 이송이 2건, 혐의 없음이 1건이며 나머지 2건은 모두 재판에 넘겨져 현재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총 8건을 조사했는데 ▲혐의 없음 1건 ▲주의 1건 ▲자체종결 1건 ▲보건소에 시정조치 요청 1건 ▲평가대상 아님 3건 ▲민원 진행 중단 1건 등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없다.

지난해 시작된 시범사업은 시행 초기 실적 부족과 적용 대상에 대한 혼선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점차 적용 사례가 발생하며 본격적인 시범사업에 들어갔고 지금은 거의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의료계 시각이다.

정부 역시 시범사업 성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어 본 사업 궤도에 오르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지역의사회들은 지난 1년 간 성과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며 의료계 스스로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경기도의사회 현병기 회장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후 회원들이 많이 조심하는 모습”이라며 “(시범사업으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예전에는 (지역의사회가) 문제가 있는 회원들에게 계도를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시범사업 시행 이후에는 계도를 통한 시정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규제보다 계도를 목적으로 한 자정 활동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의 지역의사회 참여가 늘어나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있다고 했다.

현 회장은 “시범사업 시행 이후 의사회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 점차 늘고 있다”면서 “의사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회원들이 전문가평가제에 대한 내용을 궁금하며 의사회에 문의하고 참여한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의료계 자정 활동 뿐 아니라 지역의사회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 김봉천 기획이사(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 간사)는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오호담당제’, ‘동료 감시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제 사업이 진행되면서 그런 부작용이 전혀 없었다”면서 “다른 직역단체에서 의료계의 시범사업을 따라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이어 “자정활동으로 인해 의사들의 이미지도 많이 개선됐고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우리 내부를 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했다.

지역 및 적용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이사는 “시범사업 적용 대상이 진료 중 행위로 한정돼 실적이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지난 2월 카데바 사건이나 최근 전공의 폭행 사건 등은 의사 사회에서 일어난 문제이기에 의사들이 제일 잘 알고 있지만 (시범사업) 적용 대상이 아니라 외부에서 처리되고 있다. (의료계에)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줘 제대로된 전문가평가제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은 9일 복지부에서 열리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중간평가 회의’에서 ▲시범사업 지역 확대(일부 또는 전국으로) ▲적용 대상 확대 ▲재정 지원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거부했을 때 강제 조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또 지역의사회 윤리위원회 구성 및 규정이 의협 중앙 윤리위 규정과 다를 경우 이를 통일시키는 내부 작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복지부도 지난 1년간의 시범사업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문가 단체 내부에서 비도덕적 진료행위 등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처음에는 의사들이 같은 동료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조사를 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런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 사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하고 해외에서는 이미 그런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며 “우리나라는 이제 출발 단계다. 앞으로는 기한을 두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제도를 운영한다는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준비된 시도의사회부터 확대·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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